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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에세이

[광역論壇]위기의 울산, 제조업 AX 대전환으로 승부수 띄워야

작성자광역매일|작성시간26.06.19|조회수31 목록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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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이자, 한 시대의 눈부신 기적을 직조했던 울산의 거리를 걷는다. 거대한 굴뚝과 쉼 없이 돌아가는 기계음은 반세기 동안 이 나라를 먹여 살린 거룩한 노동의 교향곡이었다. 그러나 지금 울산은 거대한 전환의 변곡점 위에서 무겁게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이라는 견고한 3대 축은 글로벌 공급망의 지각변동과 보호무역주의의 거센 파고 앞에 직면해 있고, 무엇보다 도시의 내일을 담보할 청년들의 숨결이 매년 서늘하게 유실되고 있다. 일자리의 결핍이 낳은 청년 인구의 수도권 유출은 단순히 지나가는 가뭄이 아니다. 그것은 기존의 성장 방식이 마침내 임계점에 다다랐음을 알리는 엄중한 구조적 신호다.

 

이제 우리는 미세한 보수를 넘어, 산업의 토양 자체를 재구조화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2030년까지 제조 생산성 30%를 높이고 2만 개의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창출하는 ‘제조업 AX(인공지능 전환) 선도도시’로의 과감한 패러다임 시프트, 그것이 내가 이 도시에 제안하는 생존이자 도약의 지도다.

 

이 도약의 첫 단추는 울산을 명실상부한 ‘AI 산업 수도’로 다시 명명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기존 공정에 AI를 파편적으로 덧대는 소극적인 변주로는 초격차를 유지할 수 없다. 울산이 가진 압도적인 제조 현장의 데이터 자산, 즉 반세기 동안 축적된 지식의 원석들을 도시 스스로 통제하고 제련할 수 있는 ‘디지털 주권 생태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SK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협력으로 구축될 고성능 AI 데이터센터는 그 훌륭한 마중물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분산 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전략적 지렛대로 삼아, 전기요금 차등제와 글로벌 AX 특구를 입체적으로 연계해야 한다.

 

그리하여 국가 데이터 보안의 거점이 될 ‘소버린 AI 집적단지’를 울산의 대지 위에 단단히 뿌리내려야 한다. 이 인프라 위에서 자동차의 자율주행 알고리즘 고도화, 조선의 스마트·자율운항 선박 제어, 석유화학의 실시간 시뮬레이션을 통한 공정 최적화가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울산의 주력 산업은 단순한 굴뚝산업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지능형 스마트 산업으로의 폭발적인 가속도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된 기하학적 인프라와 거대한 자본일지라도, 그 속에 흐르는 인간의 온기가 없다면 그것은 한낱 차가운 신기루에 불과하다. 기술을 구동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역사의 주체는 결국 고뇌하고 도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배움을 위해 수도권으로 유랑하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울산 내부에서 미래형 인재를 직접 길러내야 한다. 관내 대학과 유니스트 같은 거점 과학기술원, 그리고 현대차·HD현대 등 지역의 대표 기업들을 유기적으로 엮은 ‘산학연계 개방형 협력 벨트’가 그 해법이다.

 

수도권 명문대·글로벌 연구기관과의 공동 학위제를 도입하고 채용 연계형 장학 트랙을 넓혀, 청년들이 울산에서 최고의 AX 전문 역량을 체득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나아가 이들이 지역에 완전히 안착할 수 있도록 문화·주거 인프라가 융합된 혁신적 정주 여건을 조성하고, 소버린 AI 단지를 중심으로 한 청년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여 울산을 청년들의 꿈이 현실이 되는 ‘기회의 요람’으로 가꾸어 나가야 한다.

 

더불어 기술 혁신의 눈부신 불빛 뒤편으로 소외의 그늘이 드리워지지 않도록, 현장 노동자들을 포용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아름다운 동반 과제로 병행해야 한다. AX 도입으로 고용 불안을 겪을 수 있는 5060 숙련 노동자들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과 화이트 칼라 엔지니어 전환 지원책의 그물을 촘촘히 짜야 한다.

 

특히, 간과해서 안 될 것은, 수십 년간 거친 현장에서 몸으로 체득한 베테랑 노동자들의 경험과 노하우는 그 자체로 그 어떤 인공지능도 흉내 낼 수 없는 데이터의 원천이자 ‘지혜의 암묵지’라는 점이다.

 

이러한 숙련공들의 소중한 경험을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하는 표준화 작업에 그들을 핵심 주체로 참여시키고, 새로운 기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상생의 사회적 안전망이 조화롭게 공존할 때, 울산은 비로소 구세대의 지혜와 신세대의 기술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역동적인 청년 친화 도시이자 지속 가능한 상생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역사를 돌아보면 위대한 전환을 이뤄낸 공간들은 언제나 스스로를 파괴적으로 혁신하며 새로운 새벽을 열었다. 울산의 제조업 AX 선도도시로의 전환은 단순히 한 지자체의 생존 책략을 넘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의 제조 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핵심 전략이다.

 

과거 척박한 땅에서 대한민국 경제 기적의 신화를 일구어냈던 울산의 거친 야성과 저력은 여전히 우리의 혈관 속에 도도히 흐르고 있다. 이제 그 위대한 제조 역량의 심장에 AI라는 강력하고 신성한 디지털 엔진을 달아야 할 시간이다.

 

뜨거운 용광로의 불꽃과 차가운 디지털 언어가 만나 마침내 가장 인간적인 풍요로 피어나는 곳, 울산이 제조업 AX의 세계적 표준이자 모든 세대의 꿈이 상생으로 실현되는 미래 도시로 재도약하는 위대한 여정의 서막을, 울산의 시민들과 중앙 정부의 강력한 연대의 손길로 열어가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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