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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에세이

[교단칼럼]실수를 바로 잡는 법

작성자광역매일|작성시간26.06.23|조회수21 목록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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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큰일 났어요. 얼른 교실로 오시래요” 급식 시간, 아이들에게 점심 인사를 한 후 늦게 식사를 시작해 밥을 반쯤 먹었는데 아이들이 호들갑스럽게 달려와서 맥락이 없고, 주어도 생략된 무언가를 이야기합니다. 

 

“무슨 일이니?” “몰라요. 그냥 어떤 아저씨가 지금 교실로 빨리 오시래요” 다급한 목소리입니다. 무슨 일인지 모른다니, 낯선 아저씨라니 언뜻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선생님도 밥 좀 먹자...’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만, 평소에 없던 일이라 무슨 일이 있으려니 짐작할 따름입니다.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잠깐의 시간 동안, 밥과 반찬을 입안에 구겨넣고 입에 든 음식물을 우물거리며 교실로 향합니다. 

 

정말로 교실 뒷문에 웬 아저씨가 있습니다. 행정실장님입니다. 행정실장님 뒤에는 녹두와 완두가 평소답지 않게 가지런히 두 손을 모은 채 나란히 서 있습니다. 장난꾸러기 녹두와 완두, 심각한 행정실장님의 표정을 보니 말하지 않아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이 갑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행정실장님이 자초지종을 이야기합니다. 

 

“저기 있는 두 아이가 교실 뒷문을 앞뒤로 흔드는 바람에 뒷문이 레일을 벗어나면서 금이 갔어요. 다행히 아이들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문을 계속 사용하면 문이 복도쪽으로 넘어질 수 있어 위험합니다. 주무관님께서 임시방편으로 나무용 접착제를 붙여놓았는데 일주일 정도 문을 쓰지 않고 지켜보고 문을 교체할지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졸지에 교실 출입문 하나를 잃었습니다. 녹두와 완두를 불렀더니 쭈뼛거리며 다가옵니다. 지난 쉬는 시간에 문으로 장난을 쳐서 지도를 받았는데 점심시간에 문을 보니 또다시 장난기가 발동했나 봅니다. 

 

“녹두와 완두는 친구들에게 피해를 입힐 마음은 없었다는 거지?” 두 아이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의도가 없었고, 장난이라는 것을 알겠어.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기고 말았구나. 너희의 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누굴까?”

 

“학급 친구들이요. 일주일간 문을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함이 생겼어요.” “선생님이요.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뛰어 올라오셨어요”

 

“너희의 장난으로 인해 우리 학급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피해를 준 것을 알아차렸구나. 그럼 이 피해를 어떻게 회복하면 좋을까?” “문을 부순 것을 돈으로 물어줘요” “돈으로 피해를 보상하는 것은 부모님의 영역이지. 그것도 필요한 일인데, 너희들이 직접적으로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주게 된 피해나 불편을 바로 잡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사과해요.” “일주일간 문에 손대면 위험하다고 했으니까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 모르고 손대는 일이 없도록 지켜요” “좋은 생각이다.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선생님도 친구들에게 알리고 도움을 요청할게”

 

다음 날 아침, 녹두와 완두는 친구들에게 장난으로 인해 불편함을 주어서 미안하다고 공개적으로 사과를 했습니다. 마지막에 허리를 숙여 진심을 담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에게도 사과를 했고, 쉬는 시간에 자발적으로 뒷문 근처에서 친구들이 위험해지지 않도록 문을 지킵니다. 녹두의 부모님께서는 며칠 전 신청한 교외체험학습을 취소하여, 다음 날 학교에서 녹두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시간을 내어주셨습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실수 그 자체는 나쁘지도, 좋지도 않지요. 교실에서 일어나는 많은 실수들이 ‘좋은 배움의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안전한 공동체 속에서 실수를 인정하고 실수에 따르는 피해를 직면하며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책임을 다하는 것, 바로 회복적 생활교육입니다. 

 

녹두와 완두가 ‘잘못’을 하면 ‘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오늘의 일이 피해를 직면하고 책임을 지는 일련의 과정을 경험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우리 교실이 아이들이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는 안정감 있는 교실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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