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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임서원> 양떼들의 밤

작성자광역매일|작성시간26.06.10|조회수15 목록 댓글 0

https://www.kyilbo.com/serial_read.html?uid=369686&section=sc106

몸 비비자 했다

내 첫 번째 단추에서 걸핏하면 날아오르자 했다

순서 없이 이어지는 날들 귀퉁이 돌면 일요일이야 그러니까 주중에 만나

당분간 네모난 창문을 금지할게

밤에는 다 열린 창문보다 조금 열린 창문이 더 무섭거든

우리 증상은 건너면서 뒤엎어지지만 하나도 안 무서워

속눈썹 그림자가 광대뼈까지 흘러내리면 조금 더 착해 보이거든

 

우리 친절한 순서는

네임 태그를 푼 다음

가슴골쯤에서 거짓말이 하고 싶어지는 것

지금 보고 싶어

너는 습관처럼 둥근 눈을 가져서

그 눈을 다 외우고 나면 단추 세 개쯤 열리는 것

낯선 세계, 움푹한 골을 따라 겹치기 좋은 틈

 

 우리 아는 사이야?

 

낯선 것들은 모두 양 떼처럼 닮아 있어

닮은 것들은 조금 열린 창문보다 무서워

밖의 입장이라면 너와 나는 깊은 야반의 초원을 질주하는

어떤, 양 떼들

오늘 밤은 창문을 활짝 열고 첫 번째 단추쯤에서

 

우리 그만하자

 


 

<시작노트>

우리는 친밀함이 시작되는 가장 미세한 순간에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관계의 틈을 더듬으며 출발하기도 합니다. 몸과 몸이 가까워지는 감각 속에서도 감정은 쉽게 정리되지 않고 오히려 낯섦과 불안이 함께 증식하기도 하죠. 그래서 사람들은 조금 열린 창문처럼 애매한 경계에 머무릅니다.

그러니 친밀해질수록 더 알 수 없어지는 얼굴들이 있습니다. 익숙함이 오히려 낯섦으로 돌아오는 아이러니, 결국 욕망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불안의 그쯤에서 멈춰 서는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ㆍ2015년 <서정시학> 등단

ㆍ시집 『어제는 사랑했고 오늘은 모르겠다』

ㆍ2024년 아르코 문학 창작산실 발표지원금 수혜

ㆍ제20회 지리산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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