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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일 것이다
눈이 순백이라는 것은
우리는 뒷모습이 없는 사람
안녕하고 돌아서며 다시
안녕, 웃으며
소복소복 쌓여가는 눈을 밟고 지나간다 우린
발자국이 없는 사람
지나온 것을 지우는 사람 그러므로
뒷모습을 본 적이 없다
뒤를 돌아보면
방긋,
사라질 것 같았다
앞으로만 걷고
앞으로만 먹고
앞으로만 손잡았지
남이 입혀준 옷을 걸치고
종이인형처럼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웃었지
오래 서성였던 망설임 같은 것
내가 붙여준 적 있는 눈코입을
갖고 있었지 당신은 그렇게
앞면일 것이다
뒤돌아서면 눈코입
등을 기댈 수 없었지
손을 잡고 무른 세계를
걸어가자
언젠가 그런 말을 했었다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고
나는 앞면으로 웃었고
뒷면이 빠르게 지워졌다
사방에 눈코입을
그려넣고
그립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
사방에 붙은 안녕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시작노트>
서로의 기호를 겨우 인식하기 시작할 때쯤 녹아 없어지는 무른 세계를 그린다. 우리는 그리워하고, 그리워하지 않다가, 안녕! 시작하고 다시 안녕,하고 끝난 이야기를 통해 그 오해의 시간을 추억하는 걸 지도. 녹아내리는 기호와 순간의 부호들로 이뤄진 이 봄. 찬란한 앞모습으로 간신히 웃어낸 나의 당신들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이 난다. 우리 모두 안녕하기를.
ㆍ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ㆍ시집 <라면의 정치학>, <여전히 음악처럼 흐르는>, 산문집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았나>, <흐드러지다>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