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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운명]자화자찬(自畵自讚)

작성자도방장사(慶禹顯)|작성시간19.05.23|조회수376 목록 댓글 0

자화자찬(自畵自讚)

자기가 그린 그림을 스스로 칭찬한다는 뜻으로, 자기가 한 일을 자기 스스로 자랑함을 이르는 말이다.

自 : 스스로 자(自/0)
畫 : 그림 화(田/8)
自 : 스스로 자(自/0)
讚 : 기릴 찬(言/19)


글자 그대로 자기가 그린 그림을 잘 그렸다고 자랑을 한다는 이 성어는 좀 간지럽다. 요즈음이 자신의 능력을 끊임없이 알리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시대라고 해도 그렇다.

전문적인 실력을 가진 사람은 내세우지 않아도 드러나게 마련이다. 이 분야엔 최고라고 자신을 내세우는 사람은 과장이 있고 거짓이 있기 쉽다.

자화자찬(自畵自讚)이 심한 사람은 불안하고 여린 마음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자찬(自讚), 자화찬(自畵讚)이라 줄여 쓰기도 한다. 이처럼 역겨움을 경계하여 많이 사용되는 성어의 출처는 막상 모호하다.

스스로 대단하다고 여겨 우쭐댄다는 접접자희(沾沾自喜), 자신을 뽐낸다는 자아과요(自我夸耀)라는 말이 보인다.

또 중국의 격언에 ‘하늘도 스스로는 높다고 말하지 않으며 땅도 스스로 넓다고는 말하지 않는다(天不言自高 地不言自原 천불언자고 지불언자원)’는 말이나 ‘스스로 크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추한 냄새가 풍긴다(自大則臭 자대즉취)’라면서 자기 자랑을 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는 말이 있다.

국내에선 自畵自讚에 꼭 들어맞는 그림과 글이 있다. 조선 후기의 문인이자 시서화 모두 뛰어났던 표암(豹庵) 강세황(姜世晃)의 1782년 작 초상화인데 윗부분에 직접 쓴 찬문(撰文)이 있다. 글의 앞뒤 부분만 인용하면 이렇다.

彼何人斯鬚眉晧白(피하인사수미호백)
項烏帽披野服於以(항오모피야복어이)
胸藏二酉筆搖五嶽(흉장이유필요오악)
翁年七十翁號露竹(옹년칠십옹호노죽)
其眞自寫其贊自作(기진자사기찬자작)

저 사람은 누구일까? 눈썹 수염 하얗구나,
오사모를 쓰고서 야복을 걸쳤다네,
가슴속엔 기이한 책 간직해두고 붓으로는 오악을 뒤흔드누나,
옹의 나이 칠십이요 옹의 호는 노죽이다,
그 초상은 직접 그리고, 찬도 직접 지었다네.

70노인의 관모를 쓰고 야복을 입은 모습으로 마음은 항상 초야에 있는 것이라고 자부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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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자찬(自畵自讚)

강세황(姜世晃)은 여러 폭의 자화상을 직접 그렸다. 그 가운데 걸작으로 꼽는 것이 70세 때인 1782년에 직접 그린 것이다. 그런데 그 차림이 묘하다. 머리에는 관리가 쓰는 관모를 썼고, 몸에는 관복이 아닌 야인의 도포 차림이다. 초상화 상단에는 직접 짓고 쓴 찬(讚)이 적혀 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저 사람은 누구일까? 눈썹 수염 하얗구나. 오사모(烏紗帽)를 쓰고서 야복(野服)을 걸쳤다네. 산림(山林)에 마음 두고, 조정에 이름 둠을 이를 보고 알 수 있지. 가슴속엔 기이한 책 간직해두고, 붓으로는 오악을 뒤흔드누나. 남들이야 어이 알리, 나 혼자서 즐길 뿐. 옹의 나이 칠십이요, 옹의 호는 노죽(露竹)이다. 그 초상은 직접 그리고, 찬도 직접 지었다네."

말 그대로 자화자찬(自畵自讚)에 해당한다. 찬은 그 대상을 기려 칭송한 글이다.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내용이 없고 칭찬의 뜻만 있다. 자기가 자기 얼굴을 그려놓고 제 입으로 또 칭송하는 글을 썼다.

그런데 그 자부의 핵심을 관모를 쓰고 야복을 걸친 모습에 두었다. 그는 66세 나던 1778년에 문신 정시(廷試)에서 장원으로 뽑혀 종2품 가의대부에 올랐고, 1781년에 호조참판이 되었다.

머리에 쓴 관모는 현재 자신이 벼슬길에 몸담고 있음을 나타내주는 최소한의 징표다. 하지만 관복 대신 야복을 입힘으로써 정신의 추구만은 산림에 있음을 드러내 보였다. 내 비록 관부에 적(籍)을 걸어두고 있지만, 언제나 산림 선비의 청정한 정신으로 산다.

이것이 강세황이 이 자화상에서 가장 드러내고 싶었던 지점이다. 이는 71세 때 화가 이명기(李命基)가 그린 것으로 알려진 그의 공식적인 초상화가 관복과 관모를 입은 모습을 한 것과 견줘봐도 분명하다.

얼마 전 취임 3주년을 맞은 대통령이 비서관들을 모아놓고 "우리가 세운 업적을 너무 자랑하지 말라"고 했대서 화제였다.

맥락이 있어 나온 언급이겠지만 구제역이다 뭐다 해서 나라가 온통 뒤숭숭한 판에 나온 이 말의 방점이 '너무 자랑 말자'의 겸손에 있는지, '우리가 세운 업적'에 대한 자찬에 있는지 많이들 헷갈렸던 듯하다.

예전에 자화자찬은 지금처럼 단순히 제 자랑의 의미로만 쓰는 말이 아니었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와 긍지를 담았다. 살아있는 정신의 표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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