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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운명]수가은사(隨駕隱士)

작성자도방장사(慶禹顯)|작성시간19.07.31|조회수21 목록 댓글 0

수가은사(隨駕隱士)

가(駕: 임금이 타는 수레)를 따르는 숨은 선비(隱士)라는 뜻으로, 세속을 버리고 산중에서 수양을 한다면서 항상 벼슬할 것을 꿈꾸는 사람을 조롱하여 이르는 말이다.

隨 : 따를 수
駕 : 수레 가
隱 : 숨을 은
士 : 선비 사

출전 : 구당서(舊唐書) 卷94 노장용전(盧藏用傳)


이 성어는 구당서(舊唐書) 卷94 노장용전(盧藏用傳)에서 노장용(盧藏用)을 세간에서 평한 말이다.

당(唐)나라 시대에는 세상과 거리를 두고 숨어 사는 은자를 명리에 초연하고 학문이 높은 고매한 선비로 여기는 풍조가 있었으며, 조정에서는 이런 사람을 관리로 초빙하기도 하였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과거와 은거를 정치 무대로 나서는 지름길로 여기게 되어 많은 사람들이 산속에 은거했다가 이름이 알려지면 관리로 초빙되는 일이 잦았다.
노장용(盧藏用)은 당나라 유주(幽州) 범양(范陽) 사람. 자는 자잠(子潛)이다. 진사(進士)가 되었지만 임용되지 못하자 종남산(終南山)에 은둔해 기를 수양하며 벽곡(辟穀)했다. 그러다가 측천무후(則天武后) 시절에 부름을 받아 좌습유(左拾遺)가 되었다. 그는 전례(篆隷)에 뛰어났고, 거문고와 바둑을 좋아해서 당시 다능지사(多能之士)라는 소리를 들었다. 처음 산중에 은거했을 때 속세에 관심이 많아 사람들이 수가은사(隨駕隱士)라고 꼬집었다. 입조하여 궤변과 듣기 좋은 말로 권세가들에 빌붙어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然初隱居之時,有貞儉之操,往來於少室、終南二山,時人稱為“隨駕隱士”;及登朝,趑趄詭佞,專事權貴,奢靡淫縱,以此獲譏於世。

⏹ 다음은 김풍기의 수가은사(隨駕隱士)의 글이다.

겉과 속이 다른 인간들

수가은사(隨駕隱士)는 천자의 수레를 따라다니는 은거 선비, 즉 겉으로는 고고하게 은거하여 지조를 지키는 듯하지만 속마음은 언제나 권력을 향해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唐書, 盧藏用傳)

내가 배운 것을 삶 속에서 그대로 실천하기란 정말 어렵다. 성인을 우러르고 그들의 삶을 따라 배우려는 것도 어쩌면 그렇게 살아가지 못하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기 위한 것이리라.

어쩌면 영원히 도달하기 불가능한 목표일지도 모를 그 무엇인가를 찾아서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삶인지도 모르겠다.

‘선생’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언제나 품고 사는 내게, 知行合一에 대한 부끄러움은 시도 때도 없이 나를 덮친다.

생각해 보면 말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어디 한두 가지랴. 아침에 한 약속도 저녁이면 지키지 못하는 일이 많은데, 거대한 목표치야 언감생심 바랄까보냐.

몸집이 뚱뚱한 신부님이 계셨다. 한번은 그분과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커다란 그릇에 남아있는 국물까지 깨끗이 마시는 것이었다.

몸을 생각해서 그냥 남기시라고 했더니, 그분은 “먹으면 음식이지만 버리면 음식쓰레기”라면서 웃었다. 그 이후 나도 따라해 보았는데, 너무 힘들었다.

내가 먹는 음식도 내 힘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중생들의 수준인데, 배운대로 실천하는 것을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말이다.

연구와 교육에 전심전력하는 것이 선생이다. 바른 언행으로 제자들을 이끌고, 세상에 쓴 소리를 사심 없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학문을 닦는다.

겉으로는 세상의 올바른 말을 다 하면서도 정작 자기 앞에 이익이 놓이면 어떤 비열한 짓을 하더라도 쟁취하고야 마는 인간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적어도 ‘선생’이 되어서는 안 된다. 타락한 생활 위에 근엄한 겉옷을 입은 이들이 오히려 교육계를 좌지우지한다면 그 집단의 미래는 암울하다.

당나라 盧藏用은 산 속에 은거하면서도 언제나 세상에 나설 기회를 엿보았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이 天子의 수레를 뒤따라 다니는 은거 선비(隨駕隱士)라는 별명이 붙었다.

겉으로는 비판적 지성인 체 하면서 권력자들의 꽁무니만을 좇는 이들, 그런 이들을 이용하여 자신의 권력적 욕구를 채우려 하는 이들이 세상을 횡행하는 한 우리에게 미래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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