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마치한(駿馬痴漢)
준마는 늘 멍청한 자들이 탄다는 뜻으로, 세상일은 항상 불공평하다는 의미로 중국의 속담에서 유래된 말이다. 즉 세상은 능력대로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駿 : 준마 준(馬/7)
馬 : 말 마(馬/0)
痴 : 어리석을 치(疒/8)
漢 : 사나이 한(氵/11)
출전 : 오잡조(五雜俎) 사부(事部)
이 성어는 명나라 때 사람 사조제(謝肇淛)가 쓴 수필집 오잡조(五雜俎)에 인용된 당인(唐寅)의 시 가운데 나온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근래에 당백호(唐伯虎; 당인)도 시를 지어, "준마는 늘 멍청한 자들을 태우고 달리며, 현명한 아내는 늘 못난 남편과 짝이 되어 산다네. 세상에 많고 적은 불공평한 일들, 하늘이 하였네 아니네 하지 마라."라고 읊었는데, 농담이지만 격한 마음이 깃들어 있는 말이다.
駿馬每駄痴漢走
巧妻常伴拙夫眠
世間多少不平事
不會作天莫作天
준마매태치한주(駿馬每駄痴漢走)는 흔히 다음 구절인 교처상반졸부면(巧妻常伴拙夫眠)과 쌍을 이루며, 줄여서 준마치한(駿馬痴漢), 교처졸부(巧妻拙夫)라고도 한다.
이 말은 수호지(水滸誌)에도 보인다. 서문경(西門慶)이 반금련(潘金蓮)을 마음에 두고 왕노파에게 그녀에 관하여 물었다.
왕노파는 반금련이 능력도 없고 볼품없는 무대랑(武大郞)의 아내라고 하면서, "자고로 준마는 항상 어리석은 사내를 태우고, 현명한 아내는 졸장부와 산다고 하지 않던가요."라고 말하였다.
이 시가 널리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게 된 것은 시에 깃들어 있는, 세상사의 통념을 뛰어넘는 정문일침(頂門一鍼),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일갈에 사람들이 나름대로 공감하는 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작자인 당인(唐寅)은 명나라 말기 강소성(江蘇省) 오(吳)현에서 태어났다. 자는 백호(伯虎), 호는 육여거사(六如居士)이다. 성화(成化) 6(1470)년 경인(庚寅)에 태어났다 하여 이름을 인(寅)으로 지었다.
스물 아홉 살 때 향시(鄕試)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그러나 2차 관문인 회시(會試.終驗) 때는 동향의 수험생인 서경(徐經)이 시험관 정민정(程敏政)에게 뇌물을 준 사건에 휘말려 수험자격을 잃고 말았다.
초시에 장원하여 부푼 꿈에 젖어 있던 그에게 이는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날벼락이었다. 그는 그 길로 환로(宦路)의 길을 접고 낙향하여 매일 술과 풍류를 즐기며 소일했다. 그러면서 강남 제일의 풍류재자(風流才子)를 자처했다.
그는 54세를 일기로 세상을 뜰 때까지 숱한 일화를 남겼으며, 그것이 훗날 소설과 연극으로 각색되어 당해원(唐解元; 解元은 鄕試의 首席合格者를 부르는 이름)이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청나라 때의 문인인 무량(繆良)의 집속어죽지사(集俗語竹枝詞)도 비슷한 내용을 노래하고 있다.
巧妻常伴拙夫眠(교처상반졸부면)
千里姻緣使線牽(천리인연사선견)
世事都從愁裏過(세사도종수리과)
月如無恨月常圓(월여무한월상원)
어여쁜 여자는 늘 옹졸한 사람을 남편으로 맞고, 멀리 떨어져 살아도 배필은 인연의 끈을 당기지. 세상일은 다 근심걱정 좇아 지나가니, 달에게 한(恨)이 없다면 달은 언제나 둥글리.
⏹ 다음은 프레시안 막시무스 문화평론가의 좋은 말은 바보가 탄다는 글이다.
어릴 적부터 뛰어난 글 솜씨를 보이다가, 스물아홉에 지방 관리를 뽑는 시험에 합격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그 사람의 재능으로 보아 조금 늦기는 했지만 이제 중앙의 관리가 되어크게 이름을 떨칠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 해에 중앙의 고위 관리를 뽑는 시험에서 그는 같은 마을 출신의 응시생이 비리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시험에 응시할 기회마저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이에 낙담한 그 사람은 관리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가 시를 쓰고 그림을 팔아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타고난 재능이 빛을 발해서 훌륭한 시와 그림을 남겼습니다. 그가 남긴 시 한 편에 세상사가 얼마나 불공평한지에 대한 풍자가 실려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駿馬每馱痴漢走
준마는 늘 어리석은 자를 태우고 달리며,
巧妻常伴拙夫眠
현명한 아내는 항상 졸장부와 함께 잔다네.
世間多少不平事
세상에 많고 적은 불공평한 일들이,
不會作天莫作天
억지로 되는 일 없으니 억지로 할 것 없다네.
명(明)나라 때의 시인이자 화가였던 당인(唐寅)이 남긴 시입니다.
재능이 있으면서도 그것을 크게 펼치지 못하는 자신의 심정을 이런 풍자와 탄식으로 나타낸 것이지요.
준마는 늘 어리석은 자를 태우고 달린다는 당인의 시 첫 구절에서 세상일이 불공평하다는 의미의 준마치한((駿馬痴漢)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준마가 바보를 태우고 다니는 것으로 말하자면 우리 동네도 빠지지 않지요.
뭔가 크게 잘못된 동네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그렇지 않았던 동네도 별로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