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고전 읽기

[사람과운명]단장취의(斷章取義)

작성자도방장사(慶禹顯)|작성시간20.01.31|조회수60 목록 댓글 0


남의 시문(詩文) 중에서 전체의 뜻과는 관계없이 자기가 필요한 부분만을 따서 마음대로 해석하여 씀을 이르는 말이다.

斷 : 끊을 담(斤/14)
章 : 글 장(立/6)
取 : 취할 취(又/6)
義 : 뜻 의(羊/7)

출전 : 춘추좌전(春秋左傳) 양공(襄公) 28年


문장에서 필요한 부분만 인용하거나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일을 말하며, 원작자의 본의를 왜곡하거나 뒤집는 행위를 말할 때 사용한다.

춘추시대의 경대부(卿大夫)들은 회의나 연회석상 등에서 자기 의사를 직접 표현하는 대신 시경(詩經) 시구 중의 일부를 따다가 읊어 의사를 표시했는데, 이를 단장(斷章)이라 했다.

춘추좌전(春秋左傳) 양공(襄公) 28년에 이런 내용이 있다.

제(齊)나라의 대부 최저(崔杼)와 경봉(慶封)은 공모하여 제나라 장공(莊公)을 죽였다. 장공에게는 노포계(盧蒲癸)와 왕하(王何)라는 두 명의 충신이 있었다.

노포계(盧蒲癸)와 왕하(王何)는 다른 나라로 도망을 가면서 노포계가 동생 노포별에게 경봉의 측근이 되라고 하였다.

노포별은 경봉의 측근이 되어 경봉을 충동하여 최저를 살해하게 하였으며, 경봉을 통해 외국으로 도망간 사람들을 귀국하게 하였다.

노포계는 돌아와 경봉의 아들 경사(慶舍)의 측근이 되었다. 그 후 기회를 만들어 경사와 그 일당을 죽였고 이에 경봉은 노(魯)나라로 도망갔다.

그런데 노포계의 부인이 경씨(慶氏) 집안의 경강((慶姜)이라는 여자였다.
사람들이 노포계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어찌하여 경강을 아내로 삼았소?"

그러자 노포계는 말했다. "경사가 종씨를 피하지 않고 딸을 나에게 시집보냈는데, 내 어찌 피할 수 있겠소? 사람들이 시(詩)를 읊을 때 필요한 구절만 부르고 하니, 나도 필요한 것만 취하는 것뿐이지(賦詩斷章, 余取所求焉), 종씨 따위는 알 바 없소."


⏹ 단장취의(斷章取義)

문장을 끊어서 자기에게 필요한 뜻만 취하여 이용한다

긴 문장이나 시 가운데서 일부만 끊어 인용하면서 전체의 내용과 상관없이 자기 목적이나 의도에 따라 마음대로 문구를 사용하는 것을 두고 단장취의(斷章取義)라고 말한다.

어떤 교수가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할 결심이 없이 대충 학점 받으려는 학생은 내 강의 신청하지 말아라”라고 학기 초에 말했는데, 그 학생이 학과장한테 가서 “모 교수님은 ‘자기 수업 듣지 말라’고 합디다”라고 전하는 경우다.

우리 생활에서 이런 경우는 너무나 많다.
이 수법을 직업상 기자들이 가장 잘 이용한다. 길게 인터뷰해 가지고 자기가 필요한 부분만 잘라 전체적인 맥락과 상관없이 자기 편리한 대로 비틀어서 사용하는 것이다.

기자들과 인터뷰했다가 기자가 단장취의 하는 바람에 낭패를 당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흔히 하는 말로 ‘기자들에게 낚인다’라고 한다.

미끼를 탐내던 물고기가 낚싯바늘에 걸려 꼼짝 못하듯이, 자기 주장을 펼치거나 자기 하는 일을 널리 알리려고 기자들을 가까이했다가, 도리어 잘못 이용당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단장취의 하는 수법은 정치가들도 많이 이용한다. 반대 당의 말을 꼬투리 잡는 것은, 전체적인 내용보다도 그 가운데 문제 될 만한 몇 구절을 끊어내어 자기 식으로 비틀어서 쓰는 것이다. 나라 사이의 담판에서 외교관들도 많이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런 방법은 오늘날만 이런 것이 아니고, 아득한 옛날부터 그랬다. 옛날 중국의 정치가들은 시경(詩經)에 나오는 시구(詩句)를 인용해서 자기의 의사를 밝혔는데, 시 본래의 대의와 맞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단장취의의 경우가 많이 있다. 그래서 말썽이 생기고, 오해가 생기고,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다.

어떤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면서 “항상 건강하시고, 많은 연구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썼더니, 받는 쪽에서는 ‘연구하시기 바랍니다’ 라는 그 구절만 잘라 불쾌해하면서, “당신이 뭔데 나보고 연구하라니 마라니 훈시를 하느냐?”라고 시비를 걸어왔다.

좋은 뜻에서 권면(勸勉)한 말인데, 한편으로는 그렇게 보면 오해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즈음은 우리나라가 이념과 정치성향에 따라서 갈가리 찢어져 있다. 주변에 아는 친구나 선배 후배는 물론이고, 학생들까지도 정치성향에 따라서 갈라져 있다.

자꾸 갈라지는 가장 큰 원인은 자기만 옳고 상대방은 인정하지 않는 데 있다. 갈라져서 싸우려고 마음을 먹으니, 상대방의 말 가운데서 전체를 보지 않고 문제될 것만 골라 역공할 밑천으로 삼는데, 역시 단장취의하는 수법이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서로 갈라져서 싸울 때, 중립을 지키려는 사람은 마치 회색분자나 이중인격자처럼 오해를 받아, 입을 떼기가 곤란하다.

각자 마음을 열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면서 화합된 세상을 만들도록 노력하자. 계속 분열되어 나가면, 자기 자신이 가장 괴롭다.


⏹ 단장취의(斷章取義)

문장을 잘라서 자기가 필요한 뜻만 취하다

요즈음은 컴퓨터를 이용한 검색기능이 발달해 있기 때문에 필요한 자료를 찾기가 아주 쉽다.

조선왕조실록 가운데 소나무 보호에 관한 기사를 개인이 책장을 넘기면서 찾으려면 그 일에만 전념해도 5년 정도 걸린다.

그러나 컴퓨터를 이용하면 컴퓨터가 거의 순간적으로 다 찾아준다. 그리고 또 한글 자모순으로, 연대순으로, 지역별로 등등 갖가지 방법으로 분류도 해 준다.

그래서 책을 짓거나 논문을 쓸 때 아주 편리한 점이 많다. 그래서 요즈음은 대학 교수 가운데서도 공공연하게 “책 읽을 필요가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까지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편리하게 자료를 수집하여 정리해 주는 컴퓨터의 도움으로 많은 저서와 논문이 쏟아져 나오지만, 또한 많은 문제가 있다. 실제상황과 논문의 결론이 다르다는 것이다.

책을 쓰거나 논문을 쓰는 학자가 원전(原典)을 읽어 그 대상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한 뒤에 글을 쓰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논문 쓰는 데 필요한 자료만 뽑아서 논문을 썼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주자학을 연구 발전시킨 퇴계 이황을, 주자와 학문의 방법이 다른 양명학자(陽明學者)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학자들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언론에 종사하는 기자들은 더 심하다. 어떤 인물과 장시간 인터뷰를 해놓고 자기 필요한 부분만 기사화하니, 그 인터뷰를 당한 사람의 의도와는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 사이에서 이간질 잘 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의 말을 옮길 때, 이런 방법을 써서 말썽을 일으킨다.

병이라는 사람의 친구 갑이 을을 두고, “그는 술버릇은 나쁘지만, 의리는 있다”라고 말했다면, 그 말을 들은 병이 을에게 옮길 때, “너 술버릇 나쁘다고 갑이 욕하더라”라는 식이다.

글을 읽을 때 부분만 보지 말고, 전체를 두루 보아서 궁극적인 뜻을 잘 찾아야 한다.

일본 구주대학(九州大學)에서 열린 퇴계학국제학술회의(退溪學國際學術會議)에 참석했다가 히로시마 원폭기념관에 가봤다. 정식명칭은 ‘평화기념자료관’이었다.

이름부터 가식적(假飾的)인 냄새가 났다. 전시된 자료를 통해서 원자폭탄의 위력과 원자탄 투하 이후의 참상(慘狀)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전시한 자료에 붙은 문구 가운데 이런 것이 있었다. “순식간에 거리의 모든 것이 파괴되고 수많은 귀중한 생명을 잃었다. 그중에는 건물의 정리에 동원된 중학생 여학생들은 유품만 남아 있을 뿐, 시신은 말할 것도 없고 유골조차 가족 품에 돌아오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전시관 전체에서 전달하려는 일본인들의 의도는 “우리 일본은 잘못한 것이 아무 것도 없는데, 무자비한 미국놈들이 원자폭탄을 투하하여 20만명이라는 무고한 생명을 앗아갔고, 그 이후에도 후유증으로 인한 장애인을 수없이 만들어 내었다. 한국 사람도 2만명이나 억울하게 죽었다. 미국의 잔인무도함을 잘 알고 가시오”라는 것이었다.

일본은 19세기말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남아 각지를 식민지로 만들어 약탈과 탄압을 가하였고, 중국에서는 10여년 가까이 전쟁을 계속하는 등, 일본 군국주의자들 때문에 동아시아 전체의 백성들이 고통 받은 것에 대한 반성이나 자책 등은 한 구절도 없었다.

징용, 정신대 등의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기념관 자체가 일본에 의한 거대한 역사왜곡(歷史歪曲)이었다. 2차대전의 역정 가운데서 자신들의 억울한 점만 부각시켜 전시하고 있으니, 일본의 젊은이들이 자국(自國)의 역사를 바로 알기 어려울 것이다.

단장취의(斷章取義)는 단장취의(斷章取意)로 써도 된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