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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운명]복불가재구(福不可再求)

작성자도방장사(慶禹顯)|작성시간20.03.27|조회수85 목록 댓글 0

복불가재구(福不可再求)

복은 다시 구할 수 없다는 뜻으로, 좋은 기회를 살리라는 의미를 일컫는 말이다.

福 : 복 복(礻/9)
不 : 아니 불(一/3)
可 : 옳을 가(口/2)
再 : 두 재(冂/4)
求 : 구할 구(氺/2)

출전 : 명심보감(明心寶鑑) 순명편(順命篇)


景行錄에 云 禍不可倖免이요 福不可再求니라. 時來風送滕王閣이요 運退雷轟薦福碑라.
경행록(景行錄; 송나라 때 저작물)에 이르기를, 화는 가히 뜻밖의 요행으로는 면하지 못할 것이요, 복은 가히 두 번 다시 얻지 못할 것이니라. 때를 만나면 바람이 일어 등왕각으로 보내주고,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천복비에도 벼락이 떨어지느니라.

時來風送滕王閣이요,
때를 만나면 바람이 일어 등왕각으로 보내주고,

말도 안 되는 비유를 하고 있다. 등왕각은 중국 남창부 신건현에 있는 누각이다. 당나라에 도독(都督) 염백서(閻伯嶼)라는 사람이 등왕각을 짓고 낙성식을 하는 날이었는데 많은 문사를 초빙하여 큰 잔치를 베풀었다.

당시에 14세였던 왕발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꿈에 신인이 현몽하여 말했다. "남창으로 가서 시를 지어라. 그러면 출세할 것이다."

꿈에서 깨어 날짜를 짚어보니 신인이 가르쳐 준 날이 바로 다음날이었다. 그런데 왕발이 사는 동정호에서 남창까지는 뱃길로 700 리였다.

700리는 하루 만에는 절대로 갈 수 없는 거리였다. 하지만 그는 현몽을 믿고 가기로 마음먹고 배를 띄웠는데 띄우자마자 순풍이 불어와 빠른 시간 안에 등왕각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글 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고 '등왕각서(騰王閣書)'라는 시를 지어 낙점되었고 천하에 이름을 드날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바로 제때 바람이 불어왔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는 바람에 이야기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만일 그 사람이 14세까지 공부를 하지 않았더라면 이름을 어찌 그렇게 크게 날릴 수 있었겠으며 다음날이 바로 글 짓는 날인데 포기하고 동정호에 배를 띄우지 않았던들 불어오는 바람도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그의 성공은 그간 공부를 해온 노력과, 뜻을 굽히지 않고 바다에 배를 띄운 의지가 선행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결국 될 놈은 저절로 되니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이는 대단한 억지 논리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가 만난 순풍은 자신의 노력과 의지와 용기가 불러온 필연의 행운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 아래 이야기는 이와는 정반대의 내용이다.

運退雷轟薦福碑라,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천복비에도 벼락이 떨어지느니라.

송나라에 서예가 이북해가 쓴 글을 또 다른 서예가 구양순이 옮겨 쓴 비석이 있었다. 바로 그 비석이 천복비였다.

당시에 재산가였던 구래공의 지인 중에 몹시 가난한 문객이 있었는데 아무 이유 없이 도와주면 마음을 다치게 할 것 같아 구실을 만들어 재정적 도움을 주려고 했다.

천복비에 가서 탁본을 몇천 장해서 그것을 판다면 자네가 가난은 면할 것이오. 만약 살 사람이 없다면 내가 그것을 후한 값으로 쳐줄 것이오.

그리하여 그 문객은 천신만고 끝에 수 천리 떨어진 천복사에 도착하였는데 하필이면 도착하기 바로 전날 벼락이 떨어져 그 천복비가 부서져 그의 일은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고생할 필요도 없고 노력할 이유도 없다는 이야기다. 될 놈은 되고, 안될 놈은 아무리 해도 안 된다는 말이다. 이것이 말이 되는가. 인생에서 자신의 행운만 믿다가는 나태와 교만에 빠지게 되고, 도전정신이 없다면 허무주의에 빠지게 된다.

불교는 현재주의, 현재 노력주의다. 절대 이런 운명론은 논하지 않는다. 이러한 것은 불교와는 정반대 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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