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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운명]백두산석 마도진(白頭山石 磨刀盡)

작성자도방장사(慶禹顯)|작성시간20.03.27|조회수1,009 목록 댓글 0

백두산석 마도진(白頭山石 磨刀盡)

백두산의 돌은 칼을 가느라 다 없어진다는 뜻으로, 장수의 기개를 드러낸 구절을 일컫는 말이다.

白 : 흰 백(白/0)
頭 : 머리 두(頁/7)
山 : 메 산(山/0)
石 : 돌 석(石/0)
磨 : 갈 마(石/11)
刀 : 칼 도(刀/0)
盡 : 다할 진(皿/9)


만주와 함경도 사이의 산 백두산(白頭山)은 우리나라 제일의 산일뿐 아니라 민족의 영산(靈山)이다.

단군(檀君) 신화에 등장할 때는 태백산(太白山)으로 그 정기를 타고난 주몽(朱蒙)과 대조영(大祚榮), 이성계(李成桂) 등은 새 나라를 세웠다.

2744m 높이의 종산(宗山)이 불함산(不咸山)이나 장백산(長白山) 등으로 불리며 지리산(智異山)까지 백두대간(白頭大幹)으로 뻗어 내렸다.

이처럼 신성시된 백두산이 그 이름대로 등장한 것은 고려사(高麗史) 이후부터라 한다. 여기에 백두산을 더욱 널리 알리게 된 것은 그곳의 돌을 칼 가는 데에 다 닳게 한다는 남이(南怡) 장군의 '북정시(北征詩)'에 의해서가 아닐까 한다.

모두들 명시로 외우거나 읊은 적이 있을 것이지만 전문을 다시 보자.

白頭山石, 磨刀盡,
백두산의 돌은 모두 칼을 갈아 없애고,

豆滿江水, 飮馬無.
두만강의 물은 모두 말을 먹여 없애네.

男兒二十, 未平國,
사나이 스물에 나라를 태평스럽게 못하면,

後世誰稱, 大丈夫.
후세에 어느 누가 대장부라고 일컬으리.

산에 있는 돌을 칼 가는 데에 다 써 버리겠다는 과장이 있는 한편 사내 대장부다운 호기와 큰 포부, 그리고 패기가 잘 드러나 있어 더욱 애송됐을 듯하다.

오늘날 북한강의 남이섬으로 영원히 남아 있어도 남이 장군의 일생은 굵고도 짧았다.

태종(太宗)의 딸 정선(貞善) 공주의 손자로 태어나 일찍 무관으로 급제하고 변방의 여진족을 정벌하여 병조판서에 오르는 등 초기에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세조(世祖) 말년 남이가 혜성을 보고 묵은 것이 가고 새 것이 온다고 말한 것이 권신들에 의해 역모로 몰려 28세에 죽음을 당했다.

이보다 남이 장군의 세 번째 시구 남아이십 미평국(男兒二十 未平國)을 남아이십 미득국(男兒二十 未得國)으로 고친 유자광(柳子光)의 음모라고 더 잘 알려져 있다. 실제 이 구절은 후세에 남아이십 미평적(男兒二十 未平賊)으로 인용된 문집이 많아 억울함을 더한다.

백두산은 2017년 문통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항공편으로 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은 민족의 영산을 탐방하려면 중국을 거쳐 올라야 한다. 그래도 천지(天池)의 일부분만 접한다.

좀 더 자유롭게 북이 개방되어 육로로 관광하는 길이 열려야 그 옛날 남이 장군이 호기롭게 외쳤던 백두산 돌과 두만강 물을 만져볼 것이다.
(안병화 前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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