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무죄세(王無罪歲)
왕(제후)은 세월 탓이라 말하지 말라는 뜻으로, 백성을 돌봄에 있어 내 탓이 아니고 무엇 때문이라고 말하지 말라는 의미를 일컫는 말이다.
王 : 임금 왕(王/0)
無 : 없을 무(灬/8)
罪 : 허물 죄(罒/8)
歲 : 해 세(止/9)
출전 : 맹자(孟子) 양혜왕 장구 상(梁惠王章句上) 三章
이 성어는 맹자(孟子) 양혜왕 장구 상(梁惠王章句上) 삼장(三章)의 뒷부분에 나오는 말이다.
오묘(五畝)의 택지(五畝之宅)에 뽕나무를 심으면 쉰 살 된 자가 비단옷을 입을 수 있을 것입니다.
五畝之宅, 樹之以桑, 五十者可以衣帛矣.
닭 작은 돼지, 개, 큰 돼지(鷄豚狗彘)등의 가축을 기르는 데 있어서 그 새끼 칠 시기를 놓치지 않으면 일흔 된 자가 고기를 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鷄豚狗彘之畜, 無失其時, 七十者可以食肉矣.
백묘(百畝)의 밭에 그 농사철을 빼앗기지 않으면 여러 식구(數口之家)를 가진 집안에 굶주림이 없을 것입니다.
百畝之田, 勿奪其時, 數口之家可以無飢矣.
학교 교육(謹庠序之敎)을 철저히 실시하여 효도와 공경하는 법을 가르친다면 반백(頒白)된 노인이 길에서 짐을 지거나 이고 다니지 않을 것입니다.
謹庠序之敎, 申之以孝悌之養, 頒白者不負戴於道路矣.
일흔 살 먹은 노인이 비단 옷을 입으며 고기를 먹을 수 있고, 백성이 굶주리지 않으며 추위에 떨지 않게 하고도 왕(王) 노릇을 하지 못할 사람은 없습니다.
七十者衣帛食肉, 黎民不飢不寒, 然而不王者, 未之有也.
개, 돼지가 사람이 먹을 것을 먹어도 제지할 줄을 모르고, 길에 굶주려 죽은 송장이 있어도 창고의 곡식을 풀어낼 줄 모르고,
狗彘食人食而不知檢, 塗有餓莩而不知發.
사람이 죽으면 말하기를 '나 때문이 아니라 흉년 때문이다' 라고 하니, 이 어찌 사람을 찔러 죽이고도 '나 때문이 아니라 병기(兵器) 때문이다' 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겠습니까?
人死, 則曰, 非我也, 歲也. 是何異於刺人而殺之, 曰, 非我也, 兵也.
왕께서 흉년 때문이라고 탓을 돌리지 않으시면 이에 온 천하(天下)의 백성이 모여 들 것입니다.
王無罪歲, 斯天下之民至焉.
(참고 1) 오묘지택(五畝之宅)
오묘(五畝)는 오묘지택(五畝之宅)을 줄인 말로 농가(農家)의 한 단위(單位)를 뜻한다. 맹자(孟子) 양혜왕 상(梁惠王上)에 나오는 말로, 한 가족이 살 만한 땅과 집을 말한다.
오무지택(五畝之宅)은, 장정이 분배받는 다섯 이랑 크기의 땅이다. 1무(畝)는 60평방장(平方丈), 666.67㎡ 이므로 5무(畝)는 3333㎡다.
(참고 2) 계돈구체(鷄豚狗彘)
돈(豚)은 작은 돼지, 체(彘)는 큰 돼지다. 구(狗)는 큰 개, 견(犬)은 작은 개다.
(참고 3) 근상서지교(謹庠序之敎)
옛날의 교육은 집에 글방이, 마을에 상이, 술에 서가, 나라에 태학이 있었다.
古之教者, 家有塾, 黨有庠, 術有序, 國有學.
당(黨)과 수(術)은 고대 지방행정단위로 500가(家)가 1당(黨)이며 다섯 개 현(縣), 2만5000가(家)를 1수(術)로 삼는다. 이렇게 지방에 학교를 세우는 제도를 당서지법(黨序之法)이라고 한다.
통치자로서 백성의 가난과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구제하지 않음은 백성을 직접 칼로 찔러 죽임과 차이가 없다는 자극적인 비유로 양혜왕(梁惠王)에게 왕도정치를 설파하고 있다.
⏹ 王無罪歲(왕무죄세) 斯天下之民(사천하지민) 至焉(지언)
왕께서 흉작에 죄를 돌리지 않으시면 천하 백성들이 이르러 올 것입니다.
왕무죄세장(王無罪歲章)의 마지막이다. 무(無)는 '~하지 말라'이다. 세(歲)는 한 해의 풍흉(豊凶)이니, 여기서는 흉년(凶年)을 가리킨다. 사(斯)는 '그러면'이다. 언(焉)은 '~에(로)'의 뜻을 지닌 단정의 종결사로, 지언(至焉)은 '위나라에 이르러 온다'이다.
양혜왕은 한 지역의 작황(作況)이 나쁘면 다른 곳의 민간 곡식을 옮겨 구휼 하는데도 자국의 백성이 이웃 나라보다 많아지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물었다.
맹자는 그 정책은 왕도 정치의 이상에 비추어 보면 다른 제후의 정책과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일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왕도의 시작과 완성은 백성이 부모와 어른을 봉양하고 또 장송하는 데 유감없게 하며 젊은 백성이 춥거나 주리거나 하는 일이 없게 하는 것이라고 보아, 백성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백성의 재산을 제정하지 못하고 개와 돼지가 사람의 음식을 먹도록 내버려두는 데다가 백성이 굶주려 죽는데도 국가의 창고를 열지 않으면서 백성이 더 많아지지 않음을 흉년 탓으로 돌리는 것은 마치 칼날이 사람 죽인 것만 알고 칼날 잡은 자가 사람 죽인 사실을 모르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양혜왕은 자신이 백성의 구휼에 진력하는데도 자국의 백성이 이웃나라보다 많아지지 않는다고 푸념했으나, 맹자는 왕도정치를 실행하면 백성이 이웃나라보다 많아지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천하의 백성이 이르러 오리라고 했다.
왕도정치의 적극적 함의는 백성의 재산을 제정하여 춥고 주리는 일이 없게 하고 교육을 통해 인간다움을 성장시키는 일이다. 왕도정치의 소극적 함의는 무죄세(無罪歲)다.
남병철(南秉哲)이 말했듯이, 한발과 기근은 성현이라도 면하지 못하겠지만 한발과 기근의 해에 백성이 봇도랑에 시신으로 뒹구는 모습을 좌시한다면 누구의 죄이겠는가. 왕무죄세(王無罪歲)는 정말 신랄하고도 강렬한 경고(警告)의 말이다.
⏹ 맹자(孟子) 양혜왕 장구 상(梁惠王章句上) 3章 왕무죄세(王無罪歲)
梁惠王曰寡人之於國也(양혜왕왈과인지어국야)에 : 양혜왕이 말하기를, "과인은 나라 일에 대하여
盡心焉耳矣(진심언이의)로니 : 모든 마음을 다 기울이고 있습니다.
河內凶(하내흉)이어든 : 하내(河內) 지방이 흉년이 들었을 때에는
則移其民於河東(칙이기민어하동)하고 : 그곳 백성들을 하동(河東) 지방으로 옮기고
移其粟於河內(이기속어하내)하며 : 하동의 식량을 하내로 실어 보냅니다.
河東凶(하동흉)이어든 : 하동 지방이 흉년일 때에도
亦然(역연)하노니 : 역시 그런 식으로 합니다.
察隣國之政(찰린국지정)한대 : 이웃 나라의 정치를 살펴 보면
無如寡人之用心者(무여과인지용심자)로되 : 나만큼 마음 쓰는 자도 없습니다.
隣國之民不加少(린국지민불가소)하며 : 그런데 이웃 나라의 인구가 줄지도 않거니와
寡人之民不加多(과인지민불가다)는 : 내 나라 백성은 늘지도 않습니다.
何也(하야)잇고 : 어찌된 까닭입니까?"
孟子對曰王好戰(맹자대왈왕호전)하시니 : 맹자가 대답하기를, "왕께선 전쟁을 좋아하시니
請以戰喩(청이전유)하리이다 : 청컨대 비유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塡然鼓之(전연고지)하여 : 둥둥 북소리가 울리고
兵刃旣接(병인기접)이어든 : 접전이 벌어졌을 때
棄甲曳兵而走(기갑예병이주)하되 : 갑옷을 벗어 던지고 칼을 끌며 도망치는데
或百步而後止(혹백보이후지)하며 : 어떤 병졸은 백 보쯤 간 뒤에 서고
或五十步而後止(혹오십보이후지)하여 : 어떤 병졸은 오십 보쯤 도망가서 멈추었습니다.
以五十步(이오십보)로 : 그런데 그때 오십 보쯤 도망간 병졸이
笑百步(소백보)면 : 백 보쯤 도망간 병졸을 비웃었다면
則何如(칙하여)하니잇고 : 어떠하겠습니까?"
曰不可(왈불가)하니 : 이르기를, "말이 안 되지요.
直不百步耳(직불백보이)언정 : 다만 더 가고 덜 갔다는 차이일 뿐
是亦走也(시역주야)니이다 : 도망친 건 마찬가지입니다."
曰王如知此(왈왕여지차)시면 : 맹자가 이르기를, "왕께서 그것을 아신다면
則無望民之多於隣國也(칙무망민지다어린국야)하소서 : 이웃 나라보다 백성이 많기를 바라지 마소서.
不違農時(불위농시)면 : 농사철을 어기지 않으면
穀不可勝食也(곡불가승식야)며 : 곡식은 배불리 먹고도 넉넉할 것이요,
數罟(촉고)를 : 잔 그물을
不入洿池(불입오지)면 : 못에 넣지 않으면
魚鼈(어별)을 : 물고기를
不可勝食也(불가승식야)며 : 넉넉히 먹을 수 있습니다.
斧斤(부근)을 : 도끼로
以時入山林(이시입산임)이면 : 때를 맞추어 산림에 들면
材木(재목)을 : 목재를
不可勝用也(불가승용야)니 : 충분히 쓸 수 있습니다.
穀與魚鼈(곡여어별)을 : 식량과 물고기를
不可勝食(불가승식)하며 : 충분히 먹을 수 있고
材木(재목)을 : 재목은
不可勝用(불가승용)이면 : 충분히 쓸 수 있습니다.
是(시)는 : 이는
使民養生喪死(사민양생상사)에 : 백성들을 살아가는 데와 죽은 사람을 장사지내는 것에도
無憾也(무감야)니 : 유감이 없게 될 것입니다.
養生喪死(양생상사)에 : 살아가는 데와 장사지내는 것에
無憾(무감)이 : 유감이 없게 하는 것이
王道之始也(왕도지시야)니이다 : 바로 왕도정치의 시작입니다.
五畝之宅(오무지댁)에 : 5묘의 집터에
樹之以桑(수지이상)이면 : 뽕나무를 심도록 하면
五十者可以衣帛矣(오십자가이의백의)며 : 쉰 살 노인에게는 비단옷을 입게 할 수 있습니다.
鷄豚狗彘之畜(계돈구체지축)을 : 닭, 돼지, 개 등속의 가축을 기르는 데
無失其時(무실기시)면 : 그 시기를 잃지 않으면
七十者可以食肉矣(칠십자가이식육의)며 : 일흔 노인에게는 고기 반찬을 드릴 수 있습니다.
百畝之田(백무지전)을 : 백 모의 밭에
勿奪其時(물탈기시)면 : 때를 놓치는 일이 없으면
數口之家可以無飢矣(수구지가가이무기의)며 : 여러 명의 가족이라도 굶주리는 일은 없습니다.
謹庠序之敎(근상서지교)하여 : 그리고 학교 교육에 충실하여
申之以孝悌之義(신지이효제지의)면 :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에게 우애하도록 가르치면
頒白者不負戴於道路矣(반백자불부대어도로의)리니 : 반백의 노인이 짐을 지거나 이고 거리를 다니는 일이 없게 될 것입니다.
七十者衣帛食肉(칠십자의백식육)하며 : 70 노인은 비단옷을 입고 고기 반찬을 먹으며
黎民(여민)이 : 백성들이
不飢不寒(불기불한)이요 : 배고프거나 추운 일이 없게 되고서도
然而不王者未之有也(연이불왕자미지유야)니이다 : 왕자(王者) 노릇을 하지 못한 자는 없습니다.
狗彘食人食而不知檢(구체식인식이부지검)하며 : 개나 돼지가 사람의 식량을 먹는 것을 보고도 이를 금지시키려 하지 않고,
塗有餓莩而不知發(도유아부이부지발)하고 : 길가에 굶어죽은 시체가 있어도 창고를 열어 구제할 줄 모르고,
人死(인사)어든 : 백성들이 굶어죽어도
則曰非我也(칙왈비아야)라 : '내 책임은 아니다.
歲也(세야)라하나니 : 흉년 때문이다' 라고 하신다면
是何異於刺人而殺之曰非我也(시하이어자인이살지왈비아야)라 : 사람을 찔러 죽이고도 '내가 죽인 것이 아니라
兵也(병야)리오 : 칼이 죽인 것이다'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 것이 있습니까?
王無罪歲(왕무죄세)하시면 : 왕이 흉년 진 탓에 죄를 돌리는 일이 없으면
斯天下之民(사천하지민)이 : 천하의 모든 백성들이
至焉(지언)하리이다 :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