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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읽기

[사람과운명]동방(洞房)

작성자도방장사(慶禹顯)|작성시간20.03.27|조회수329 목록 댓글 0

동방(洞房)

동굴의 방이라는 뜻으로, 신혼부부가 첫날밤을 보내는 방을 일컫는 말이다. 또는 집안 깊은 곳에 있는 방으로 전하여 부인의 침방(寢房)을 이르는 말이다.

洞 : 동굴 동(氵/6)
房 : 방 방(戶/4)


이 성어는 출처를 잘 알 수 없는 다음과 같은 전설에서 유래한다.

진시황(秦始皇) 아방궁(阿房宮)의 미녀(美女) 삼고낭(三姑娘)은 진시황(秦始皇)의 폭정과 음일(淫逸)을 참지 못해 화산(華山; 西安 동쪽의 산으로 중국 오악 중에 하나로 도교가 번창함)으로 도망쳤다.

그전 분서갱유(焚書坑儒; 책을 불태우고 선비를 생마장한 일)때 심박(沈博)이라는 서생도 참변을 피해 화산(華山)에 숨어들어 있었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만나 나뭇가지를 향으로, 천지신명을 주례로 혼례를 올렸다. 그러나 산속이라 첫날밤을 보낼 신방(新房)이 있을 리 없었다. 두 사람은 바위 아래에 있는 동굴(洞)을 신방(房)으로 삼아 첫날밤을 보냈다.

이리하여 '동방(洞房)'은 '동굴(洞窟)의 방(房)'으로 신방을 뜻하게 되었다. 지금은 신혼부부가 사는 집을 뜻하지만 본디는 첫날밤을 보내는 방(房)으로 신부측 집의 방(房)이다.

신방(新房)에는 화촉(華燭)을 밝혀 놓는데(華燭洞房), 신랑이 먼저 들어가 신부를 기다린다. 신랑(新郞)은 이미 사모관대(紗帽冠帶)를 벗고, 신부(新婦)측이 마련한 두루마기로 바꿔 입는데 이것을 '관대벗김'이라고 한다.

신부(新婦)가 들어오면 간단히 술을 나눈 다음 신부(新婦)의 족두리와 예복을 벗긴다. 이때 친지들은 신방(新房)의 창호지를 뚫어 엿보는데, 그것을 '新房지킨다', 또는 '新房 엿보기'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촛불이 꺼지면 물러나게 되는데 촛불은 반드시 신랑(新郞)이, 그것도 옷깃으로 꺼야 한다. 입으로 불어 끄면 불길(不吉)하다고 했다. 이렇게 하여 신방(新房)에서 첫날밤을 보내면 아침에 신방(新房)에 잣죽이나 떡국이나 올렸다.

이상은 전통 혼례에서 볼 수 있었던 장면이고 이제는 많이 바뀌었다. 이하 동방(洞房)이 나오는 시 몇 편을 본다.

◼ 寄夫江莎讀書
강사에서 글 읽는 남편에게 허난설헌(許蘭雪軒)

燕掠斜兩兩飛
처마 밑의 제비는 쌍쌍이 날고
落花亂撲羅衣
곱은 날개 맞 부디 치며 꽃잎 떨군다.
洞房極目傷春意
동방에선 눈 빠지게 애가 타는데
草綠江南人末歸
강남에는 풀 푸른데 소식 없구나.

◼ 어숙권(魚叔權)의 '패관잡기(稗官雜記)'에 득의시(得意詩)가 있는데,
안정복(安鼎福)의 순암집(順菴集)에서

久旱逢甘雨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요
他鄕見故知
타향에서 만나는 옛 친구라
洞房花燭夜
꽃 촛불이 고즈넉한 첫날밤이요
金榜掛名時
금방(과거합격자 명단)에 내걸린 빛나는 이름이라


◼ 실의시(失意詩)에,

寡婦携兒泣
홀어미가 아이 안고 흐느껴 울고
將軍被敵擒
장수가 적에게 사로 잡혔네
失恩宮女面
사랑을 잃은 궁녀의 얼굴이요
下第擧人心
낙방하고 돌아오는 사나이 마음이라

◼ 고가(古歌) 허균(許筠)

明月昭昭照洞房
밝은 달 밝아 밝아 동방을 비추니
愁人獨夜思斷腸
시름에 겨운 사람 밤에 홀로 애끊기네
絡緯秋啼近我床
여치는 가을 울음 내 침상에 다그니
爲誰理衣裳
뉘를 위해 의상을 매만진단 말인가
我心自悲傷
내 마음 스스로 슬프고 서러워라
令我白頭懷故鄕
날 같은 백발이 고향을 그리다니
辭家日趍遠
내 집을 하직한 지 날이 하마 멀어지니
衣帶日趍緩
옷띠는 날로날로 헐렁하기만 하네
願爲雙黃鵠
원컨대 쌍쌍의 황곡이 되어
飛來棲君屋
날아와 그대 집에 깃들었으면

◼ 춘궁사(春宮詞) 권필(權韠)

香風澹蕩吹綺羅
향긋한 바람은 일렁여 비단옷에 불고
千門碧樹鸎聲多
천문의 푸른 나무엔 꾀꼬리 소리 많아라
珠簾晝下洞房深
주렴이 낮에 드리워져 동방이 깊은데
美人睡覺傷春心
미인은 잠 깨어 가는 봄에 상심하누나
起把金針刺孤鳳
일어나 금침 잡고 고봉을 수놓자니
翠鬟欲墜鸞釵重
난차 비녀 무거워 검푸른 머리 떨어질 듯
芳華已晩君不來
꽃 피는 봄 하마 저무는데 님은 안 오니
玉階寂寂生靑苔
옥계는 적적하고 푸른 이끼만 생기도다

◼ 유신(庾信) 영무(咏舞)

洞房華燭明(동방화촉명)
동방에 혼례의 촛불 밝고,
燕餘雙舞輕(연여쌍무경)
잔치 뒤의 쌍무 경쾌하구나.

◼ 잠삼(岑參) 춘몽(春夢)

昨夜洞房春風起(작야동방춘풍기)
어젯밤 동방에 봄바람 일어
遙憶美人湘江水(요억미인상강수)
멀리 상강의 미인을 생각했네.
枕上片時春夢中(침상편시춘몽중)
베개 위 잠깐의 봄 꿈 속에서
行盡江南數千里(행진강남수천리)
강남 수천 리를 모조리 갔다 왔다네.

◼ 백거이(白居易) 공규원(空閨怨)

寒月沈沈洞房靜(한월침침동방정)
차가운 달은 밤 깊어 침침하고 동방은 고즉넉한데,
眞珠簾外梧桐影(진주염외오동영)
진주로 엮은 발 바깥에는 오동나무 그림자 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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