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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운명]막천석지(幕天席地)

작성자도방장사(慶禹顯)|작성시간20.05.03|조회수51 목록 댓글 0

막천석지(幕天席地)

하늘을 장막으로 삼고 땅을 자리로 삼는다는 뜻으로, 천지를 자기의 거처로 할 정도로 지기(志氣)가 웅대함을 이르는 말이다.

幕 : 장막 막(巾/11)
天 : 하늘 천(大/1)
席 : 자리 석(巾/7)
地 : 땅 지(土/3)

출전 : 유령(劉伶)의 주덕송(酒德頌)


이 성어는 유령(劉伶)의 주덕송(酒德頌)에 나온다.

유령(劉伶)은 자는 백륜(伯倫)이며, 동진(東晉)때 완적(阮籍), 혜강(嵇康) 등과 함께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이다. 진(晉)나라의 건위참군(建衛參軍)을 지냈으므로 유참군이라고도 불리는데 신체가 매우 왜소하고 용모도 추했다.

그는 늘 작은 술 한 병을 차고 수레를 몰고 다니며 유유자적했을 뿐 저작에도 마음이 없어 지은 것이라고는 186자로 된 주덕송(酒德訟) 한 편 뿐이었는데 그 전반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酒德頌(주덕송) 劉伶(유령)

有大人先生하니 以天地爲一朝하고 萬期爲須臾하고 日月爲扃牖하고 八荒爲庭衢라.
대인선생(大人先生)이란 사람이 있었으니, 천지개벽 이래의 시간을 하루아침으로 삼고, 만 년을 순간으로 삼으며, 해와 달을 창의 빗장으로 삼고, 광활한 천지를 뜰이나 길거리로 삼았다.

行無轍跡하며 居無室廬하고 ��️幕天席地하여 縱意所如라.
길을 감에 바퀴자국이 없고(大道無門) 거처함에 한정된 집이 없이, 하늘을 천막으로 삼고 땅을 돗자리로 삼으며 마음이 가는대로 내맡긴다.

止則操巵執觚하며 動則挈榼提壺하여 唯酒是務하니 焉知其餘리오?
머물러 있을 때는 크고 작은 술잔을 잡고, 움직일 때는 술통과 술병을 들고 오직 술에만 힘쓰니 어찌 그밖의 것을 알겠는가?

有貴介公子와 搢紳處士가 聞吾風聲하고 議其所以라.
귀족 공자 및 고위관리와 은자(隱者)들이 대인선생의 소문을 듣고서 그러한 행동을 따지러 왔었다.

乃奮袂攘衿하고 怒目切齒하여 陳說禮法하여 是非鋒起라.
곧 소매를 떨치며 옷깃을 걷어 붙이고 눈을 부라리고 이를 갈면서, 예법을 늘어놓고는 칼끝처럼 날카롭게 시비를 따졌다.

先生於是에 方捧甖承槽하고 銜盃漱醪하여 奮髥踑踞하여 枕麴藉糟하니 無思無慮요 其樂陶陶라.
대인선생은 이때에 바로 술 단지를 들고 술통을 받들고는 술잔을 입에 대고 탁주를 마시고서, 수염을 떨고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아서는 누룩을 베개로 삼고 술 찌게미를 깔고 누웠는데, 생각도 없고 걱정도 없으며 오직 즐거움만이 도도하였다.

兀然而醉하고 恍爾而醒하여 靜聽不聞雷霆之聲이오 熟視不見泰山之形하여 不覺寒暑之切肌하니 嗜慾之感情이라
멍청히 취해 있는가 하면 어슴푸레히 깨어 있기도 하는데, 조용히 들어 보아도 우뢰소리가 들리지 않고, 자세히 보아도 태산의 형상이 보이지 않으며, 피부에 파고드는 추위와 더위나 기호와 욕심의 감정도 느끼지 못하였다.

俯觀萬物에 擾擾焉如江漢之浮萍이오 二豪侍側焉에 如蜾蠃之與螟蛉이러라.
만물을 굽어보니 어지러이 마치 장강이나 한수(漢水)에 떠있는 부평초와 같았다. 따지러온 두 호걸이 옆에 서 있어도 마치 나나니벌과 배추벌레나 같았다.


⏹ 막천석지(幕天席地)

하늘과 땅을 집으로 삼고 산 술꾼

중국 서진(西晉) 시대의 죽림칠현(竹林七賢) 중에 유령(劉伶)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자는 백륜(伯倫). 패국(沛國) 강소(江蘇) 태생으로 하도 술을 즐겨 '유령호주(劉伶好酒)'라는 말의 주인공이 된 사람이다. 생몰연도는 자료마다 다르다.

늘 술에 절어 사는 걸 보다 못한 아내가 울면서, "그러면 몸이 견딜 수 없으니 끊으라"고 하자, 유령은 "나 스스로 끊을 수 없어 귀신에게 빌고 맹세해야 하니 술과 고기를 준비하라"고 했다.

아내가 혹시나 하며 술과 고기를 차리자 그는 꿇어앉아 빌기를, "한 번에 한 섬을 마시고 닷 말 술로 깨게(五斗解酲) 해주소서. 아녀자의 말은 들을 게 못 됩니다"고 하고는 또 마시고 대취했다.

그는 걸핏하면 옷을 벗고 살았다. 친구가 와도 일어나지 않아 나무라면, "나는 천지를 막(幕)과 자리로 삼고 집을 옷으로 삼는데, 왜 남의 잠방이 속에 들어와 시비를 거느냐"고 했다.

항상 한 동이의 술을 들고 괭이를 멘 머슴을 데리고 다니며, "내가 죽거든 그 자리에 묻어 달라"고 했다.

술의 덕을 찬양한 주덕송(酒德頌)을 짓기도 했다. 그 글에, "머물면 술잔을 잡고 움직이면 술통을 당기니 오직 술에 힘쓸 뿐 그 나머지를 어찌 알리오(止則操卮執觚動則挈榼提壺 唯酒是務 焉知其餘)"라는 대목이 있다.

많은 시인들이 그를 찬탄하는 글을 남겼다. 신라 때 최치원은 '춘효우서(春曉偶書)'에서, "생각하면 유령의 아내 미운지고, 억지로 낭군을 권해 술잔 덜 들라 하다니(思量可恨劉伶婦 强勸夫郞疎酒盃)"라고 했다.

고려 때 김부식은 '주성유감(酒醒有感)'에서 이렇게 읊었다. "늘그막에 생계가 족함을 알아, 바야흐로 유령의 자리와 장막 넓은 걸 믿노라(老來生計皆知足 方信劉伶席幕寬)."

하늘을 장막(帳幕)으로 삼고 땅을 자리로 알고 살았던 유령(劉伶)의 막천석지(幕天席地)를 부러워한 말이다.


◼ 天衾地席 / 震默大師

天衾地席山爲枕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자리 삼으며 산을 베개 삼네

月燭雲屛海作樽
달빛은 촛불 되고 구름은 병풍이며 바닷물은 술통이라

大醉居然仍起舞
크게 취해 일어나 한바탕 신명 나게 춤을 추니

却嫌長袖掛崑崙
긴 소매 옷자락이 곤륜산 자락에 걸릴까 걱정이구나

조선시대의 승려. 본명 일옥(一玉). 진묵(震默)은 법호. 술 잘 마시고 무애행(無礙行;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함) 잘 하기로 유명하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기를 석가모니불의 소화신(小化身)이라고 했다. 신통묘술과 기행 이적을 행하여 많은 일화가 전해오고 있다. 성(姓)과 부모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전북 김제시 만령면 화포리(火浦里)에서 조의씨(調意氏)의 아들로 태어났다. 오늘의 화포리는 옛날 불거촌(佛居村)이었으니 불개(火浦)에서 유래된 말로 부처님이 살고 있는 곳이란 뜻이다.

불거촌에서 출생하여 일찍이 부모를 잃고 7세에 출가하여 전주 서방산 봉서사(鳳棲寺; 완주군 용진면 간궁리)에서 승려가 되었다. 불경을 공부할 때 스승의 가르침을 받지 않고서도 한 번만 보면 그 깊은 뜻을 깨닫고 다 외웠다고 한다.

유가의 선비들과도 잘 어울렸다는데, 선비들과의 시회(詩會)에서 지었다는 시는 진묵의 호호탕탕한 기풍을 잘 나타내 준다. 술을 곡차라고 하는 말도 진묵으로부터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소태산 대종사도 그를 여래의 경지에 오른 큰 불보살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 유령의 막천석지를 차용한 작품

1. 장진주(將進酒) / 이하(李賀)

琉璃鍾 琥珀濃, 小樽酒滴眞珠紅.
유리 술잔에 호박빛 농주, 작은 술통의 술방울은 진주처럼 붉다.

烹龍炮鳳玉脂泣, 羅屛繡幕圍香風.
용을 삶고 봉을 구으면 옥같은 기름이 우는데, 비단 병풍과 수놓은 장막은 향기로운 바람이 감돈다.

吹龍笛 擊鼉鼓, 皓齒歌 細腰舞.
용울음의 피리불고 악어가죽의 북을 치면, 하얀 이 드러내며 노래하고 가는 허리 흔들며 춤을 춘다.

况是靑春日將暮, 桃花亂落如紅雨.
하물며 청춘의 봄날도 저물려 하는데, 흩날리는 복사꽃은 붉은 빗발 같다.

勸君終日酩酊醉, 酒不到劉伶墳上土.
권하노니 그대여 종일토록 마시고 한껏 취하게, 유령의 무덤 위 흙에야 술이 이르지 못하리니 누가 권하리.

2. 춘효우서(春曉偶書) / 최치원(崔致遠)

思量可恨劉伶婦,
强勸夫郞疎酒盃.
생각하면 유령의 아내 미운지고, 억지로 낭군을 권해 술잔 덜 들라 하다니.

3. 주성유감(酒醒有感) / 김부식(金富軾)

老來生計皆知足,
方信劉伶席幕寬.
늙바탕에 생계 족함을 알아, 바야흐로 믿노라 유령의 자리와 장막 넓은 줄을.

4. 최상서명악부송기로회유환(崔尙書命樂府送耆老會侑歡) / 이인로(李仁老)

醉倒始知天幕闊,
歸時爭見玉山頹.
곤드레 취하여 넘어지니 비로소 하늘 장막 넓은 줄 알고, 돌아갈 때는 취해 비틀거리니 옥산이 무너지듯 함을 많이 보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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