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고전 읽기

[사람과운명]유유화화(柳柳花花)

작성자時雨|작성시간20.10.13|조회수1,510 목록 댓글 0

유유화화(柳柳花花)

버들버들하다 꼿꼿해지다.

柳 : 버들 류(木/5)
柳 : 버들 류(木/5)
花 : 꽃 화(艹/4)
花 : 꽃 화(艹/4)


뜻글자인 한자의 자획을 하나하나 분해해도 뜻이 통한다. 글자를 깨뜨린다고 파자(破字)라 하는데 한자 수수께끼로 애용되었다. 오얏 리(李)를 나눠 木+子가 되고 나라 조(趙)를 분해하여 走+肖(닮을 초)로 하는 식이다.

李成桂(이성계)가 조선을 창업할 때 木子得國(목자득국), 중중 때 趙光祖(조광조)를 모함하여 走肖爲王(주초위왕)이라 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파자도 이용하고 우리말의 훈으로도 뜻이 통하게 하여 익살이 철철 넘치게 하는 희작시(戱作詩)도 재미있다.

파자와 희작시의 천재는 아무래도 김삿갓이다. 그는 어떤 노인이 사망했을 때 부고장에 이렇게 썼다. ‘버들버들하다가 꼿꼿해졌다(柳柳花花/ 유유화화).’

金笠(김립)이라고도 한 김삿갓은 방랑시인이었다. 본명 金炳淵(김병연, 1807~1863)인 조선 후기의 해학시인으로 호는 蘭皐(난고)이다.

그가 하늘을 볼 수 없다면서 삿갓을 쓰고 유리걸식한 이유가 애틋하다. 조부가 평안도 宣川(선천)부사로 있었을 때 洪景來(홍경래)의 난에 맞서지 않고 투항한 관계로 역적 집안이 됐다.

어릴 때 도주하여 내력을 알 수 없던 병연이 백일장에서 부사의 죄상을 만 번 죽어도 마땅하다고 준엄한 필치로 꾸짖었다. 당당히 장원을 했지만 모친이 바로 조부라고 일러주는 바람에 천륜의 죄인이라며 삿갓을 쓰고 주유천하했다.

김삿갓이 어느 잘 사는 집에 식사 때 쫓겨나서는 주인을 향해서 丁口竹天(정구죽천) 月豕禾重(월시화중)이라 욕했다. 조합하면 可笑(가소)롭고 욕심 많아 豚種(돈종), 즉 돼지라 한 것이다.

파자 말고 기막힌 희작시 한 편을 보자. 부분을 우리말 훈으로 새겨야 한다.

世事熊熊思 人皆弓弓去
세사 일을 곰곰 생각해 보니, 남들은 모두 활활 가는데,

我心蜂蜂戰 我獨矢矢來
내 마음 벌벌 떨기만 하며, 나 홀로 살살 오가는구나

言雖草草出 世事竹竹爲
말들은 비록 풀풀 뱉지만, 세상일은 데데하기 그지없도다

心則花花守 前路松松開
마음을 꼿꼿이 지키면, 앞길이 솔솔 열리리

전해지는 희작시를 대부분 김삿갓의 작품이라 하지만 다른 것도 포함된 것이 많다고 한다. ‘오랑캐 땅의 화초(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 시에서는 토 달기의 백미를 감상할 수 있다. ‘胡地無花草’를 똑 같이 네 번 반복하여 해석을 달리 한다.

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다고 하나,
오랑캐 땅이라고 어찌 화초가 없겠는가,
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다 하지만,
오랑캐 땅엔들 어찌 화초가 없으리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