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친구
이 환 권
바람이 불지만 날씨는 많이 따뜻해졌다. 해마다 이맘때면 불현 듯 40년 전 일이 생각난다. 나는 1976년 3월 9일 전주 송천동 35사단에 입대했었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그 때도 아들을 보내는 부모의 마음이 애틋하여 사단 앞까지 정송을 나와 눈시울을 적셨었다. 더군다나 나는 첫아들 이었으니 떠나보내는 부모의 마음이 오죽했으랴!.
3일 뒤에 군번을 받고 내무반에 배치를 받았다. 내 군번은 62056846. 그런데 내 바로 앞 군번의 병사는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며칠 전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투덜대던 그 친구였다. 열심히 재수 삼수하다가 대학의 낭만도 맛보지 못하고 군대 간다고 투덜투덜 허풍을 떨던 친구였다. 우린 그렇게 해서 40년 우정의 친구가 되었다.
그 당시 군 입대를 연기할 수 있는 조건이 별로 없었다. 다행히 재수하며 대학시험을 본다는 조건으로 5개월 미뤄 놓은 것이 전부였다. 그 친구는 7월 14일, 나는 그 다음날이라 군번도 내가 바로 뒷 번호였던 것이다.
우리는 내무반 한 모포 속에서 같이 잠을 잤고, 야간 보초에도 항상 둘이 짝이 되어 경계근무를 섰다. 6주 기초훈련을 마치고 의정부 101보충대에 배치를 받았다. 보충대는 이제 자기가 최종적으로 자대배치를 받는 대기실이다. 3일 정도의 기간 동안 쉬면서 이제나 저제나 이름을 부르면 그 무리들은 자대배치를 받아 팔려 가는 것이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그 당시 두 대의 버스가 배치되더니 타라는 것이었다. 차는 두 시간 이상 달린 것으로 기억되는데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신수리 백골부대 3사단 교육보충대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3사단은 경계부대로 3개 연대가 1년씩 GOP경계 근무를 한다. 교육보충대에서 5주간 또 실전교육을 받고 자대에 배치를 받는데 그 친구와 함께 철원군 갈말면 토속리 22연대 1대대 2소대로 또 배치를 받았다. 이등병에서 병장에 이를 때까지, GOP 10개월 동안 하얀 밤을 별들과 함께 지내며 마지막 왕고참을 5개월이나 함께 하며 길고 긴 병역생활 33개월 15일, 만기 전역을 했다.
우리는 대학 4년을 같이 다니고 직장에서도 같이 10년, 그 뒤에는 다른 직업으로 서로 제 갈 길을 갔다. 하지만 온고을 안에서 살며 지금도 알콩달콩 잘 지내고 있다. 친구는 섬유공장 사장을 지내고 다시 제2의 인생을 우유배달, 신문배달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전주역 어느 초등학교 앞 문방구를 인수하여 가게를 시작했다.
아내와 함께 열심히 고객들(초등학교 학생들)을 맞았다. 고객들을 위하여 아침에는 반드시 정장에 넥타이까지 매고 고객들을 맞는다. 고객들을 끌기 위해 외상 노트도 준비해 놓고 학생들의 이름도 대부분 외웠다.
둘째딸이 그 학교 학생이니 단골 고객도 많았다. 그렇게 5년간을 일하더니 또 다른 사업을 준비 중이란다. 몇 년을 일하다보니 여러 가지 갈등을 느끼게 되는데 하나는 학생들의 나쁜 손버릇 때문이고, 또 다른 하나는 등하교 시간은 바쁜데 나머지 시간이 아깝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작한 것이 영업용 택시다. 두 가지 직업(jop)을 몇 년 하더니 개인택시를 받을 자격이 되었다.
그러면서 자기의 적성을 차에다 쏟아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개인택시에 어르신들이 타면 취향에 따라 음악을 틀어 드리고, 젊은 학생이나 중년이 타면 시 한 수를 선사한다. 시를 외울 수 있으면 요금도 깎아 주고, 또 자기가 외우는 시를 읊어주며, 하루 종일 택시 안에서 자기는 종업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손님들에게 즐거움과 만족을 준다.
우리가 고속버스 앞 승강장이나 택시 승강장에 택시가 줄지어 서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 친구는 그 시간에 시를 읽고 외운단다. 2016년 올해의 목표는 시 50편을 외우는 일이라고 한다. 그러면 시간도 잘 가고, 치매예방에도 좋으며, 또 시를 통해 얻어지는 감성이 무엇보다 좋다고 한다.
나는 그 친구에게 당신이 바로 ‘신지식인’이라고 칭찬해 주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육체적 정신적 노동인 운전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는 것이야 말로 어떤 일보다 위대하다고 말해 주었다. 물론 이 일로 인해 인터뷰를 요청해 오기도 했지만 절대 보이기 위한, 자신을 나타내기 위한 몸짓이 아니어서 단호히 거절했다고 한다.
오늘도 친구는 쉬는 날을 이용하여, 황방산 오솔길을 따라 숨어 핀 꽃들을 카메라에 담아 이것은 민들레 꽃, 저것은 복수초, 노루귀꽃이라며, 자세히 설명해 주는 친구가 가까이 있어 나는 참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