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를 내세우는 새 정당이 등장하면서 보수주의가 무엇인지 새삼 궁금해지는 시국이다.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 1729~1797). 서구 보수주의 사상을 대표하는 인물로서 우리나라 보수주의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프랑스 혁명을 비판하는 유명한 저서 <성찰>에서, 전통을 중시하고 변화를 경계하는 보수적 태도를 강조하는 가운데 편견까지도 이렇게 옹호한다.
“대담하게도 다음과 같이 고백하겠습니다.... 더 오래된 편견일수록, 더 널리 퍼져있는 편견일수록,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그런 편견을 더욱 소중하게 여깁니다.”
나는 버크가 이토록 변화와 개혁에 부정적인 이유가 궁금하여 몇 가지 문헌을 살펴보면서, 버크의 경제 사상, 특히 분배관이 그 이유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버크는 정치경제학에도 상당한 관심을 두었으며 방임을 강조하는 시장주의자였다.
버크는 부자가 빈자에게 기생하는 계급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재분배에는 두 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하였다. 첫째로, 전반적인 재분배를 실시하더라도 빈민 각자에게 돌아가는 양이 소량이어서 효과가 적다는 것. 둘째로, 재분배는 부의 원천을 고갈시킨다는 것.
재분배가 정의롭지 않은 일이라고 주장한다면 모를까 이런 두 가지 이유로 재분배를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진짜 이유는 재분배가 그냥 싫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개혁에 반대하는 사람이 이런저런 이유를 끌어대는 걸 우리는 흔히 보아왔다. 더구나 버크 자신은 상당한 재산가였다. 그래서 자신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오래 되고 널리 퍼져 있다는 이유를 들어 편견까지도 유지하겠다는 완강한 태도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레건 이후 새롭게 대두한 미국의 보수주의, 그리고 역시 우리나라의 보수주의도 그 배경에는 이런 계층적 이해관계가 깔려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