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껍데기로 책을 판단하지 말라!”

전형적인 펑퍼짐한 아줌마의 모습을 한, 그러나 목소리만큼은 마냥 고운 수전 보일
지금 세계는 “유투브” 동영상 사이트의 한 스타 이야기로 들썩거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다
름 아닌 영국의 장기자랑 대회 “Britain’s Got Talent”에 참석한 “수전 보일”이라는 평범한
아줌마인데요. 외모로 보나, 나이로 보나 스타와는 거리가 멀 듯한 인물이 이 대회에 나와
졸지에 스타가 되었고, 바로 자신의 꿈인 뮤지컬 스타로의 꿈에 한 발자국 나가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녀가 부른 노래의 제목 역시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I Dre-
amed A Dream”으로 그녀는 진정 꿈을 꾸었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루어낼 일만 남은 듯 보
이고 있고 말이지요. 그녀의 공연을 보면서 저 또한 가슴이 설레고, 감동을 받았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외모가 평범하다 못해 도저히 스타 감으로 보이지 않아 스타는 스타다워야
(?) 한다는 선입견에 가득 찬 우리들을 놀라게 했던 인물로는 그녀 말고도 이전에 또 한 사
람 존재했었지요. 그는 바로 2007년 똑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했었던 “폴 포츠”라는 사람인
데, 오페라 가수를 꿈꾸며 이 프로에 출연해 푸치니의 오페라 “튜란도트”에 나오는 “Nussun
Dorma”를 불러 여자 심사위원의 눈물까지 쏙 뺐었답니다. 그 당시 저도 그의 공연을 보고
감동을 넘어선 전율을 느끼며 울컥해 눈물을 찍어냈었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르네요.

촌스러운 용모지만 목소리만큼은 파바로티, 안드레아 보첼리가 울고 갈 폴 포츠
그는 결국 대회 결선에서 승리하여 영국의 테너가 되었고, 그렇게 되기까지의 극적인 스토
리로 또 한 번 화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다른 감동적인 사연들이 그렇듯, 그 또한 평범한
집안(아버지는 트럭 운전사, 어머니는 슈퍼마켓 계산원)에서 태어나 노래를 사랑했고 학창
시절 합창단에서 활동하며 오페라 가수로서의 꿈을 키웠지만 학창시절 악동들에 의해 괴롭
힘을 당하면서 자신감을 잃게 되었었다고 준결승 공연 전 한 인터뷰에서 그는 밝혔었지요.
그리고 과거 그렇게 자신이 괴로힘을 당했을 때 조차도 자신의 목소리에 위안을 받고 꿈
을 놓지 않았다가, 1999년 처음으로 오페라에서 노래를 불렀답니다. 그건 한 가라오케
경연대회였는데, 그 때 루치아노 파바로티로 분하고 노래를 불렀다고 하네요. 또 같은 해에
다른 탈렌트 쇼인 “MY Kind of Music”에서 일등은 아니지만 상금을 8,000 파운드 받아 그 돈
으로 이태리에서 성악 레슨을 받았다고도 합니다.
그는 그 후 크고 작은 역할을 맡으며 오페라를 계속했는데 맹장이 터졌을 때 발견된 부신
종양을 제거하라는 의사의 말에도 불구하고 “아이다”를 공연하기도 했고, 또 그걸 제거하
는 수술을 한 후 즉시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를 공연하기도 했을 정도로 오페라에 대한
열정을 간직했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03년 자전거 사고로 그는 쇄골이 부러지
고 편타증(Whiplash)으로 고통을 받으면서 결국 오페라 가수의 꿈을 접게 되었지요. 그
후 그는 자동차 무선 전화기 회사에서 매니저로 일하면서 평범한 삶을 꾸려왔고요.
그렇게 접었던 꿈을 다시 끄집어내게 된 결정적 이유는 사실 계속되는 불운과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이었는데 그는 몇 년 간 노래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Britain’s Got
Talent” 에 참가해 결국 승리자가 된 것이랍니다. 그 후 그는 영국을 비롯해 미국, 독일,
스웨덴, 핀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공연하며, 수상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악명 높은 심사위원 사이몬 코웰
그런데 이렇게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재주꾼들이 스포트라잇을 받게 된 쇼 “Britain’s Got
Talent”는 미국의 “American Idol”에서도 냉소적인 심사위원으로 나오는 “사이몬 코웰”
의 작품입니다. 그는 영국의 TV 명사에, 프로듀서, 사업가이고, 또 “Syco”라는 TV
제작, 음반 회사의 소유주이기도 하지요.
그는 이런 장기자랑에 나오는 출연자들에게 무뚝뚝하고 냉소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
하는 걸로 악명이 높은 사람인데다가, 간혹 출연자들에게 모욕을 가하는 직선적인 언사
도 서슴지 않아 그의 이런 ‘튀는’ 평이 재미있어 이 쇼를 구경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입니
다. 저도 한 때 이런 재미를 위해 “아메리칸 아이돌”을 열심히 관람한 적도 있지만, 제 개인
적인 견해로는 그의 이러한 전문적인 음악 평과 더불어 시청자들에게 궁금증을 불러 일으
키는 악동 짓(?)은 바로 그의 철저히 계산된 영리함에서 나온 것 같단 것이랍니다.
다시 말해 그는 철저한 사업가 정신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쇼다운 쇼”를 보여주기 위
해 가끔 위악의 제스처를 쓰고 있는 게 확실해 보인다는 것이지요. 그를 보면서 숱한 쇼
(리얼리티, 버라이어티 등 다양한 이름과 성격을 지닌)를 양산하는 TV의 세계에서 살아
남기 위해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승부수를 내건 그의 <가차없는 단호함>이 하나의 팝
문화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역시 참신
하기도 하고, 재미나기도 하면서 말이지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쓸데없이 길어진 듯 한데, 사실 오늘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바로
이 이야기랍니다. 그저 우리 주변에 아주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 중에도 실력을 갖춘 준비
된 재주꾼들은 참 많은데, 그들에게 기회를 부여할 수 있는 무대는 참 적은 것 같지만 그래
도 이런 무대를 통해 이들을 발굴해 내고, 꿈을 여전히 간직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하는 것 말입니다.
그것이 설혹 ‘쇼 비즈니스’의 한 형태를 고스란히 드러내 보인다 할 지라도, 이런 기회를
통해 잠재된 숨은 인재들을 드러나게 할 수 있고, 또 세상에 널린 많은 평범한 이들에게
꿈을 버리지 말고 잘 간직하면 당신들에게도 행운이 찾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
주는 이런 프로그램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는 것이고요. 세상에 존재하는 숨은 보석들
을 다 찾아낼 수는 없을지라도 하나의 역할을 하는 창구로서 말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들은 그 프로의 세 명의 심사위원처럼 처음에는
약간은 미심쩍은 눈길로 그들의 내적 재능과는 상관없는 외적인 면모만을 보면서 시큰
둥 하다가 자신의 꿈을 견고하게 다져온 그들의 노력의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모두 놀라
움과 경이로움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경솔함을, 판단의 오류를 꾸짖을 수 있으니
이 또한 감동적이다 싶은 것이랍니다.
그래서 이런 사연을 보고 들으며 울컥해지고, 감격에 겨워 여전히 꿈을 쫓는, 또 꿈을 현실
로 바꿀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런 광경을 그저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에게까지 “희망”
이란 끈을 단단히 부여잡게 만들고 감동을 선사하는 이런 프로그램이 참 고마운 것이
고요. 더불어 인간의 내면에 유유히 흐르는, 남의 기쁨에 덩달아 기뻐지는 “선한 감성”을
살짝 터치하는 매력을 지닌 이런 사연들에 빠지고, 함께 감격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게 아닐까 싶은 것이지요.
*** 이 글을 써 놓고 운동을 가서 TV를 보다 보니 미국의 CNN에서도 그녀의 이야기가 화제
거리로 등장하여 인터뷰를 보여주는 등 한 마디로 지금 세계는 "나이 많고, 비범함(뛰어
난 노래 실력)을 감추고 평범한 외모로 무대에 섰던, 한 아줌마 가수 열풍"으로 난리
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