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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go en mi

아멜리에 Vs.브리짓

작성자India|작성시간01.10.24|조회수72 목록 댓글 0

일요일, 아멜리에를 만났다. 성장과정이 이상하지만.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데 재미가 들린 프랑스 아가씨. 그리고 지난주 일요일 만난 브리짓. 서른두살 영국 아가씨다.

이 두 아가씨를 만나고나서 프랑스식 유머라는 것과 영국식 유머에 대해 생각했다. 그렇게 기자들이 재미있다고 얘기했던 아멜리에는 왜 내겐 그다지 재미있지 않았을까. 프랑스인들의 유머에 마음을 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인가, 영화보기 전에 너무 오래 서 있어서 피곤해서 그랬던 것인가, 미국인들의 가벼운 유머에 지나치게 경도된 나머지 그들의 진지한 유머를 소화하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유머조차도 한번 생각해서 봐야한다는 프랑스인들의 지적세계를 이해하지 못할 만큼 나의 인문학적 소양이 형편 없어서 그런것인가.

사실 아멜리에는 전혀 재미 없는 영화는 아니다. 몇몇 장면들은 정말 유쾌하고 즐겁고 미소짓게 만든다. 독특한 표현 방식도 마음에 든다. (그 물이 되서 쏟아져 내리는 아멜리에라던가, 빠른화면 전개와 노래하듯 말하며 장님노인의 팔짱을 끼고 가는 장면, 가위질하는 아멜리에 등 그들의 상상력은  얼마나 신선한가) 우리 주위에서 볼수 있을 만한 사람들의 과장된 캐릭터도 괜찮다. 단지 기대한 만큼 재미있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다해도 난 폭소를 기대하고 갔던 것은 아니다. 프랑스 영화, 라는 편견만으로도 이미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갔을 터였다.

반면 브리짓은 시종일관 유쾌한 영화다. 기대하고 가도 그 기대를 깨지 않는 최근에 만난 로맨틱 코미디 중 최강이다. 원작 자체가 워낙 재미있기도 했지만 (여주인공 이름이 엘리자베스가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그 가지 많은 원작을 잘 추려낸 시나리오도 멋지다.

내가 만난 영국인의 유머라는 것은 항상 웃고 난 후에 가슴 찡한 뭔가가 있는 것이었다. 풀몬티가 그랬고, 빌리 엘리엇도 그랬고, 브리짓도 그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장면장면 가득차 있는 장난기 어린 위트들. 눈물이 날 것 같은 상황에서도 웃게 만드는 그들의 유머감각이 마음에 든다.

어쩌면 영국영화와 프랑스영화에 대한 평가는 스스로의 호불호에 더 영향을 받는지도 모른다. 마치 같은 실수에 대해서도 내가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의 실수는 용서될 수 있고, 더욱 너그럽게 받아들이며, 그럴수도 있지, 라며 넘어가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내 그럴줄 알았다, 걔 하는게 그렇지 뭐, 라며 더 가혹하게 구는 것처럼 영화에 대해서도 그런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일터이다.

여하튼 브리짓을 만나고나서 내가 영문학을 공부했다는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물론 난 제임스 조이스나 버지니아 울프는 읽지 않았다. 겨울방학 때 한글판 율리시즈를 두세페이지 읽다가 그냥 덮어버렸고 그 다음 학기에 수강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불문학을 공부했다면 지금보다 프랑스 영화를 더 잘 이해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4년 내내 낯선 언어와 낯선 사고체계에 빠져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벽에 머리를 찧어가며 자학하면서 보내야 했을까.

앞으로 당분간 기자들의 프랑스 영화 호평은 믿지 않기로 했다. 특히 재미 있다는 말은 더 믿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그냥 잘 만든 영화라는 말을 더 신뢰하자. (타인의 취향 봐라..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그러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영화를 이해하기에 딱 좋은 최상의 컨디션으로 극장입구의 커텐을 손으로 젖히며 들어가는 행동이 더욱 홀가분 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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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철수님의 영화 자체에 대한 평은 공감한다.
꽤 오래전 오페라가 그랬듯이 영화는 종합예술이라고 불릴만한 최고의 장르라는데 새삼 공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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