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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것은 분명 나의 일탈이 아니였음을...

작성자헤쎈(69)|작성시간12.12.02|조회수227 목록 댓글 20

매섭게 찬 바람이 내 가슴 한쪽을 헤집고 지나가는 깊은 가을 어느날...

나는 탱고화를 들고 아파트를 나서는 나를 발견했다.

 

아파트 입구 가로에 길게 그리고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은행나무가...

어제 불었던 바람에 그리고 그 어제의 어제에도 불었던 바람에 이파리를 내주기 시작하던 은행나무가

어느덧 나목이 된 지금...

 

마지막 이파리들은 내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내가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에 대한 동경을 심어놓고는...

(에고... 글을 어떻게 마무리 할려고 도입을 이렇게 시작했지...)

 

옛날 부산에서 서울로 유학 온 이후 죽 이어져온 회색빛 서울생활...

나도 모르게 지나가고 흘러간 시간들... 대학 시절,,, 직장,,, 그리고 지금...

 

대학때 서울 올라와서 하숙을 시작했었고 그리고 하숙집에서 한 친구가 갑자기 내게 말을 했다.

“야! 00야 너 담배 안 피우니? 이거 한번 피워봐... 진짜 좋다.” 그렇게 해서

피우기 시작한 담배... 어느덧 그 담배는 내 행동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것이 되어버렸다. (그 친구 이름 아직도 기억함...

너~~무 고마워서... 물론 나랑 같은 학번에 OO과 '김현O’이라고)

 

그렇게 오랜동안 피워왔던 담배를 올해가 시작되면서 끊었다.

끊기 시작한지 2~3개월이 지날 때는 다리가 저려오는 금단 현상을 참아가면서... 그렇게 지금까지 11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담배라는 나쁜 습관을 끊는 것이 또 다른 습관을 만들어 놓았다. 밤 10시에서 11시 사이... 어김없이 찾아오는 그것... 

어김없이 나로 하여금 아파트 현관을 나서게 만들었다.

 

장바구니를 들고 마트로 향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동네수퍼보다 더 가까운 이마트... 밤 10시부터 더 싸게 할인해서 파는 것들을

한 바구니 안고와서는... 흑...

 

내 몸무게는 이내 불어나기 시작했다. +3kg...+5kg... +7kg... +10kg... 허걱!

결국 90kg에서 3kg를 남겨둔 상태까지 가버렸다가... 지금 불철주야 노력 끝에 2kg가량 줄였다.

 

다른 사람한테 얘기하면 믿지 못하는 엄청난 몸무게... 남 몰래 흘려야했던 땀방울...

내가 쉽게 알아차릴 수 있게 배가 많이 나온다든지 아니면 볼살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이 아닌 온몸을 머드팩을 하듯이 골고루

깊숙한데까지 잘 덮은 살 덕분에... 나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10kg까지 늘어났다.

 

방법을 찾아야한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늘 담배를 피우며 바라보았던 은행나무가 이파리들로 길거리를 온통 노랗게 뒤덮으면서

날 춤이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했다.

 

그렇게 시작한 춤... 일탈이 아니라 말하고 싶다... 잘 하고 싶다.

 

대학시절... 지금의 홍대클럽이나 나이트클럽이 아닌 그땐 디스코텍이라고 하던 곳에 손에 꼽을 만큼 밖에는 가보지 않았다.

몇 번 가보고는 나는 춤과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니 저런 막돼먹은 춤은 영애씨가 아닌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하고 스스로 위로했던 것 같다. 그런데도 친구들은 잘 추는 

그 춤을 나는 왜 제대로 못추었는지... 좀 아니 많이 아쉬웠다.

 

그리고 졸업후 팍팍한 사회생활...

아침 6시에 일어나 씻고 집을 나서면 지하철은 졸고 있는 나를 중간에 깨우지도 않고 출근시간인 8시에 맞게 회사까지

잘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업무를 하다가 퇴근 무렵 협력업체이든 회사내 누구든 온다. “한잔 괜찮으시죠?” 나는 마지 못한 것처럼 ”좋죠~~”

그리고 어김없이 새벽 1~2시에 귀가...

 

어쩌다 가뭄에 콩나듯이 일찍 집으로 가는 날이면 지하철에서 U자를 엎어 논 것처럼 고개를 앞으로 확 떨구고 잠이 들곤 했다

(요즘 TV광고처럼 ‘떡은 사람이 될 수 없지만 사람은 떡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그전부터 너무도 자주 보여주었다.

내가 그 광고의 원조다)

 

그러다가 어떤 때는, 아니 더 솔직히, 자주 내려야하는 역을 지나치곤 다시 돌아오고를 반복했다...

바이브의 노래처럼 ‘슬픔이 차올라서 난 늘 술이야’가 아니었다. 그냥 일과이며 일상이었다.

 

얼마전까지 또 그렇게 흘러가는 생활이었다. 그냥 저냥 또 이렇게 저렇게 흘러가는 삶이었다.

그렇게 무심히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우연히 만난 탱고...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많다. 잘 해야 되는데... 잘 버텨야 되는데...

 

무료한 일상속에서 회사와 집만을 오가던 영화속 주인공이 지하철 창을 통해 우연히 본 한 장면... 2층 창가에서 춤을 추고 있는

아름다운 여자를 발견하고 자신도 모르게 이끌려갔던 댄스교습소에서 춤을 배우게 되어...(이하 생략)

나도 지금 그 영화의 주인공처럼... 지하철을 기다리며 탱고 스텝을 남모르게 밟고 있다.

'The train for 병점 is approaching... behind yellow line' 이라며 스피커가 떠들어대도 나는 옆으로 앞으로 아주 조금씩

남이 모를 정도로 스텝을 밟고 있다. 

 

땅게로인 나는 땅게라를 잘 리드해야하는데 그 책임이 막중(?)하다. 나 나름 탱고에 대해서 지금 연구도 많이 하고 있다.

몸은 아직 아니지만 머리라도 따라가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지난 날 포기한 그 막돼먹은 춤들에 대한 기억을 뿌리치기 위하여... 그리고 내인생에 있어 순간의 일탈이 아니였음을 위해...

 

그리고 같은 길을 가야 할 우리 땅게로들에게 허락된다면 감히 한마디... 하고 싶다...

한딴따 탱고를 추기 위해 봄부터 땅게로는 그렇게 울어야 한다고...

그래야 봄이 지나 여름이 가고 가을이 되면 탱고가 꽃이 되어 피어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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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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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청아 | 작성시간 12.12.03 완전 시인이시네요.ㅎㅎ진심이 느껴져요^^
  • 답댓글 작성자헤쎈(69)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12.03 아~~ 청아 싸부님. 심밀에서 멋진 춤 잘 보았습니다. 나는 언제나 그렇게 되려나...에휴...
  • 작성자Junu(솔땅69) | 작성시간 12.12.03 헤쎈 형님!
    "지금 이것은 분명 나의 일탈이 아니였음을..." 제목을 붙인 한편의 수필 입니다.
    어찌 현실을 반영 하는 글 임에도 불구하고
    문학적인 비유와 은유
    현실감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문학작품을 읽는거 같습니다.

    헤쎈 형님은
    69기 꿈땅이 되실껍니다.
    감수성 많은 감정으로 탱고를 꾸준히 추시게 된다면
    어느순간 69기 대표 꿈땅이 되어 있으실껍니다!!! ^^b

    아름다운 일탈을 위하여!
    헤쎈 형님! 화이팅!!!! ^^
  • 답댓글 작성자헤쎈(69)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12.04 Junu님 감사~~ 옛날 학교 다닐 때 지금처럼 문자나 카톡이 없던 시절 연애편지 좀 써 봤다는... 그런데 지금은 마니 무뎌졌다는...흑... 에고~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ㅠㅠ...

    (연애편지 마니 써봐야 소용 없었더랬지요... 연애편지에 ID나 패스워드가 없는 관계로 내가 써준 편지 들고 친구 넘 그 망할 것이 재미는 지가 다 봤다는...ㅠㅠ)
  • 답댓글 작성자헤쎈(69)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12.04 ㅋ 연애편지 아~ 생각난다.
    그 편지의 주인공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줌마가 되어 콩나물을 다듬고 있을까? 아니면 남편 기다리느라 정거정에서 고개를 앞으로 쭉 내밀고 입김을 호호 불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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