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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심장 - 나는 어떻게 탱고를 배웠는가

작성자장상현|작성시간03.05.03|조회수212 목록 댓글 0
이 얘기는 말하자면 전에 적었던 지나치게 어두웠던 이야기기 '처음 탱고를 만났을 때'에 이어지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그보다 전에 적었던 '소설일까'의 뒷 얘기 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외국 사니까 탱고를 출 기회도 배울 기회도 많으리라고 짐작하십니다만, 사실 저는 여기 나오는 솔땅 멤버들에 비해 춤출 기회가 훨씬 적은 환경에서 살았습니다. 지난 6년간 살았던 어떤 곳에도 탱고 선생이나 밀롱가가 가까운데 없었죠. 미국서 딱 한 번 다른 도시의 특별 강습회에서 탱고를 배웠습니다. 그게 미국을 떠나기 직전이었습니다.

일본으로 옮겨 온 후에는 탱고가 그 어느 도시보다 인기 있는 동경이 있음에도, 한 번 왕복 교통비가 20만원이라는 엄청난 경제적 문제로 인해 처음에 넉달간은 갈 생각도 못했습니다. 탱고를 춰본지 반년이 다 되어 갈때 참지를 못하고 동경으로 향해 '수요까이'라는 오래된 탱고모임에서 춤을 춰봤죠.

기본 스텝도 처음에는 잘 안되더군요.. 말도 안통하죠.. 창피했습니다. 그곳에서 영어를 할줄아는 젊은 일본인 탱고댄서를 만난것이 제 행운이었죠. 재즈밴드에서 댄서와 퍼포머로도 활약하고 푸에트리코에서도 살아서 살사도 잘추고 스윙도 잘추는 릴리아나는 탱고를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배웠습니다. 정말 뛰어난 댄서였고 당시 두달에 한번씩 일요일 밀롱가를 열었었죠.

일요일이라는 것이 하루만에 다녀오기도 편하고 릴리아나가 영어를 잘하고 게다가 이메일 주소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끔 연락을 했는데 석달이 더 지난 후에 릴리아나가 자기 밀롱가에서 특별 강습회가 있다고 해서 찾아갔죠.

강사는 세르히오와 가치라고 당시 미국 순회 공연/강습도 했던 상당히 유명한 젊은 커플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친구의 친구더군요. 미국의 친구인 마사와 테드와 아주 친했습니다.)

그 한시간 특별 강습에서 세르히오가 내게 아주 중요한 점을 지적했는데, 홀딩할때 손만으로 하는게 아니고 팔목까지 완전히 감아 잡아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날 세르히오와 가치가 공연했던 곡이 까나로의 꼬라손 데 오로 (황금의 심장) 입니다.

세르히오와 가치뿐 아리라 릴리아나의 파트너인 겐지의 댄스도 내게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아니 누구보다도 겐지의 댄스가 많은 영향을 준것 같군요. 내가 가장 많이 본게 겐지의 댄스였으니까요.

항상 부드럽고 유연한 그리고 파트너를 배려하는 그의 모습이 제게 좋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동경에는 젊거나 나이가 많거나 뛰어난 댄서들이 참 많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들은 파트너나 주변 사람들을 별로 배려하지 않더군요.

나는 탱고를 댄스 플로어에서 배웠습니다. 남들의 춤을 보면서 그리고 그들과 춤추면서 말이죠. 그러나 내가 가장 많은 것을 가르쳐 준 사람은 따로 있었습니다.

릴리아나의 파티에서 나는 여전히 어정쩡한 상태였죠. 아는 스텝이 한 대여섯개 뿐이고 그나마 자신있게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으며 보수적인 한국에서 교육받은 본인으로서는 도저히 상체를 꽉붙인 아브라소를 할 수 없었습니다.

춤신청도 잘 못하며 불안하게 주변을 돌아보다 마루 건너편의 어떤 젊은 여자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다가가 서로를 잡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와 나는 완전히 붙어있었습니다.

그건.. 마치 백일몽같았습니다. 그곳에 있지만 마치 없었던 것 같은.. 어느새 음악이 끝나고 우리는 다시 같은 자리에 서있었습니다. 그녀는 미소를 띄운채 나를 바라 보았죠 마치 "이제 알겠어요?"하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세상이 바뀌었던 것입니다. 그날 나는 처음 탱고가 무었인지 알게 되었고, 처음으로 탱고를 출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항상 선생들이 탱고는 스텝이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보통 탱고를 배우는 사람들이 배우는 것은 스텝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탱고가 스텝이 아니라는 것을 남에게 가르쳐 줄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그 이름모를 일본여인이 제게 그것을 단 3분동안에 가르쳐준 것입니다.

그 날 이후로는 선생이 없다는 것이, 레슨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 단 한곡의 춤으로 그 여자에게서 배운것은 그 누가 가르쳐준 것보다 많았으며 풍요했고 중요했었죠.

그리고 그 여자는 릴리아나의 파티에 다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동경에 가서 춤을 추면서 다시 만나기를 바랬지만 한 번도 다시 만날 수 없었죠. 그리고 일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일본을 떠날 날이 온 것입니다.

일본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찾아간 릴리아나의 파티에 그 여자가 와 있었습니다. 나를 보고 또 다시 미소짓더군요.

'저를 기억하시나요?'
"물론"
'벌써 일년이 넘게 지났군요.'

우리는 다시 춤을 췄습니다. 그녀는 탱고 댄서도 선생도 아니었고 다른 땅게라보다 특별히 뛰어난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춤에는 무엇이 있었습니다. 깊은 끌어안음과 깊은 숨결 춤이 끝나고 우리는 다시 서로를 마주 보았죠. 마치 일 년 전의 그 날 처럼..

그리고 나는 그 곳을 떠났습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건 우연이 아니야.. 내가 그녀와 처음 만났을때 그녀는 내게 무엇을 건내주었던거야. 그녀는 그게 내 속에서 조금씩 자라날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내가 떠나기 전에 다시 나를 찾아온것이야.

우리는 처음부터 그걸 알고 있었던거지, 다시 만나야만 한다는 것을.. 내가 받았던 것을 돌려주기 위해..
기억나지.. 아까 내가 그녀에게 다시 넘겨준 그것을... -

이것이 내가 탱고를 처음으로 배운 얘기입니다. 어쩌면 마지막으로 배운 얘기일 수도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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