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SoloTango 솔로땅고

오나다의 다섯번째 생일을 축하해주세요

작성자days|작성시간08.12.17|조회수385 목록 댓글 16

(......) 그러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왔고 난 아무 할 일이 없었어. 크리스마스 날에는 사장이 항상 날 자기 집에 초대해서 같이 지내곤 했는데, 그해에는 가족들과 함께 친척들을 방문하러 플로리다로 가버렸거든. 그래서 그날 아침에 난 기운이 빠져서 아파트에 앉아 있었는데, 그러다가 부엌 선반 위에 있는 로버트 굿윈의 지갑을 봤지. 그러자 제기랄, 뭔가 좋은 일 한 번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코트를 걸치고 지갑을 직접 돌려주려고 갔지.
  주소는 보럼 힐 너머에 있는 임대 주택 단지 어딘가였어. 그날 바깥 날씨는무척 추웠지. 번지수를 몇 번 잘못 짚은 끝에 집을 찾았어. 그 동네는 모든 게 똑같아 보여서 같은 자리를 몇 번이나 뺑뺑 돌아야 했어. 하여튼, 결국 찾아내서 초인종을 눌렀지. 응답이 없었어. 아무도 없나 보다 생각했지. 하지만 혹시나 하고 다시 초인종을 눌렀지. 그리고 조금 더 기다렸어. 그러다가 막 가려는데, 문으로 나오는 발소리가 들리는 거야. 누구냐고 묻는 늙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서 나는 로버트 굿윈을 찾는다고 말했지. 늙은 여자는 <로버트, 너냐?> 하고 묻더니 한 15개쯤 되는 자물쇠를 풀고 문을 열었어.
  그녀는 최소한 여든, 아마 아흔쯤 돼보였어. 난 그녀를 보자마자 장님이라는 걸 알았지. <네가 올 줄 알았다. 로버트>하고 그녀는 말했어. <난 네가 크리스마스 날에는 이 에슬 할미를 잊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더니 그녀는 나를 안으려는 듯 팔을 벌렸어.
  자네도 눈치챘겠지만, 생각할 시간이 없었어. 빨리 사실을 알려 줘야 했지.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리더군. <맞아요. 에슬 할머니. 크리스마스 날이라서 할머니를 뵈러 제가 돌아왔어요.> 왜 그랬냐고는 묻지 마. 나도 모르겠어. 아마 그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그랬던가 뭐 그랬겠지. 나도 몰라. 그냥 그렇게 돼버렸어. 그러자 이 할머니는 갑자기 문 앞에서 나를 껴안았고, 나도 마주 껴안아 줬지. 
  내가 당신 손자라고 확실히 말하지는 않았어. 말을 많이 하긴 했지만, 최소한, 그건 그냥 분위기만 그런 척했던 거야. 난 속이고 싶은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어. 그건 우리들이 그렇게 하기로 꾸민 게임 같은 거였어. 규칙 같은 건 정할 필요도 없는. 내 얘기는 할머니도 내가 손자 로버트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거야. 그녀는 늙고 정신이 오락가락했지만, 최소한 낯선 사람과 자신의 혈육을 구별 못 할 정도는 아니었지. 하지만, 그런 척하는 게 그녀는 기쁜 것 같았고,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어. 난 그렇게 하는 게 행복했어. 그래서 우리는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서 하루를 같이 보냈지. 거긴 정말 지저분했어. 하지만, 장님 여자 혼자 사는 집이니 당연하지 않았겠나? 그녀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고 물을 때마다 거짓말을 했어. 시가 가게에 일자리를 얻었다고 했고, 곧 결혼할 예정이라고 했고, 수백 개의 그럴듯한 듣기 좋은 얘기를 꾸며 댔고, 그녀는 그 이야기를 전부 믿는 척했어. <잘 됐구나, 로버트.>라고 말하곤 했지.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어 가며. <난 네가 뭐든지 잘 해낼 줄 알고 있었다.>  (......)

 

                                                                                                    - 폴 오스터,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中에서

 

 

 

 

  로버트 행세를 하는 오기와 낯선 사내를 조카라고 부르며 끌어안는 에슬 할머니의 가짜 포옹이야말로

  열렬히 타오르는 연애감정에 빠진 연인의 포옹보다 더 진짜 같다는,

  그리고 이들의 포옹은 어쩌면 땅고의 아브라쏘를 닮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땅게로들이 수백 개의 이야기를 꾸며대고

  땅게라들이 그 이야기를 전부 믿는 척 하는 공간.

  세상 밖 어떤 이야기보다 정성스럽고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흘러나오는 공간. TANGO O NADA.

 

 

 

  "혹시, 알고 계셨나요?

  지난 13일이 오나다의 생일이었다고 하네요.

  며칠 늦었지만 이번주 일요일 (21일)에 오나다에서 도란도란 포트럭 파티를 합니다."

 

  많이 많이 오셔서

  태어난 지 다섯 살 되는 오나다의 생일을 축하해주세요! *^^*

 

 

 

 

+)  간단한 간식거리 부담없이 준비해 오시면 되구요,

     드레스 코트는 땅게라 : 러블리 프린세스 & 땅게로 : 젠틀리 프린스 입니다.

     입장료는 육천원이구요.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호접몽 | 작성시간 08.12.18 젠틀리 프린스. ^^; 글 좋은걸요. 하지만 저런 포옹은 겁나기도 해요. ㅎ
  • 답댓글 작성자days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12.18 mandria !!
  • 작성자금희 | 작성시간 08.12.18 오후 옆구리다 끼고 가야지. ㅋ
  • 답댓글 작성자days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12.19 오후 모 좀 머겨...
  • 작성자카이[kai] | 작성시간 08.12.19 우훗. 폴오스터! 만난지 얼마 안됐지만 오나다 생일 축하해요. ^^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