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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계약의 유효(有效)와 무효(無效)

작성자윤정웅|작성시간08.04.08|조회수15 목록 댓글 0


계약은 갑과 을이 아파트를 사고팔고 하는 사법상의 계약도 있고, 토지수용의 협의와 같은 공법상의 계약도 있습니다. 사법상의 계약에는 신분상의 협의나 물질적인 협의도 포함되며 통상 일방의 청약과 상대방의 승낙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근대법은 계약자유의 원칙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계약은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서 재화의 분배에 극히 중요한 기능을 영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들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서로 계약을 유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봐도 과연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계약은 성립과 동시에 효력을 발생하는 유효인 계약도 있지만 당초부터 무효인 계약도 있습니다. 계약이 그 내용에 적응하는 효력을 발생하기 위해서는 그 내용이 법률행위 일반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확정. 가능. 적법. 사회적 타당이라는 효력발생요건을 갖추어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 신분상의 계약에는 도덕의 요청을 승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효인 것 같으면서도 무효인 것이 있고, 무효인 것 같으면서도 유효인 것도 있습니다. 어떤 것이 유효하고 어떤 것이 무효인지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례 1)a는 자신의 소유인 110제곱미터(33평)아파트를 대금 4억 원에 b에게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받았으나 b는 오는 6월에 취, 등록세가 인하된다고 하면서 잔금을 7월로 미뤄달라고 사정하였습니다.

a는 7월 1일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돼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c는 a를 꼬드겨 "이미 중도금까지 받았으니 나에게 싸게 팔라"고 하자 a는 c에게 다시 팔아버렸고 c는 그 다음 날 d에게 팔아 버렸습니다. d는 아무 영문도 모른 체 이 아파트를 정상가격에 매수한 것입니다. 위 계약들이 유효일까요? 무효일까요?

가) a와 c는 무효다.
나) 일단 계약은 유효하다.
다) a와 c도 무효이고 맨 나중의 d도 b에게 빼앗긴다.

사례 2) 갑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부실공사로 인하여 보일러 배관이 터져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누수로 인하여 천정과 발코니 천정에도 곰팡이가 피어있고 욕실 배수관도 물이 내려가지 않는 등 말썽이 있게 되자 팔아 버리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던 중 평소 알고 지내던 아파트 정문 앞 중개보조인을 만나게 되어 그런 사정을 이야기 하였던바 중개보조인은 집을 보여주지 않고 계약하겠으니 나중에 복비나 두둑이 달라고 하였습니다. 갑은 알았다고 한 후 기다리고 있었지요.

마침 어느 신혼부부가 아파트를 사기 위하여 부동산 사무실을 헤매다가 그 중개보조인이 근무하는 사무실을 들리게 되었습니다. 중개보조인은 급매물이라 시가보다 약 1천만 원정도 싸게 사주겠으나 마침 그 집에 중환자가 있어서 구경할 수 없고 같은 평형의 다른 집을 보여주겠다고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물론, 갑도 중개보조인이 장난을 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런 사정을 알 수 없는 신혼부부는 이에 속은 나머지 계약을 체결하고 중환자가 있다는 바람에 중도금을 지불한 후에야 집 구경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크게 실망한 신혼부부는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 계약은 유효일까요? 무효일까요?

가) 유효다
나) 무효다.
다) 중개보조인이 장난친 것이기 때문에 계약은 유효하다.

사례 3) a는 사업이 잘 되어 부유한 가정을 이루고 있었으나 늦게 바람이 나서 미녀 b와 깊은 사랑에 빠졌습니다. 원래 착한 성품이었고 명석한 두뇌를 가진 사업가였으나 늦게 배운 도둑이 밤새는 줄 모른다고 그 바람기는 좀처럼 식을 줄을 몰랐습니다.

그러나 사랑도 한때라고 하던가요. 몇 년 동거를 하다보니 b가 싫어지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헤어지자고 하였던바 b는 "헤어지려면 아파트 한 채만 사주고 가라"고 하므로 a는 1개월 이내에 강남의 33평 아파트 한 채를 사주겠다는 이행각서를 작성하여 주었습니다. 이 이행각서는 유효일까요? 무효일까요?

가) 선량한 풍속 사회질서에 위반한 계약이므로 무효다.
나) 유효다.
다) 본처와 자녀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사례 1)에 대한 해설
계약의 무효원인에는 당사자의 과실이나 중대한 과실이 있기도 하지만 형사적 범죄가 개입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따라서 이 사례는 a와 c가 고의적인 배임행위를 저지른 것입니다. 따라서 a가 c에게 매도한 이중매매는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입니다.

d는 아무런 사정을 모른 체 정당하게 매수하였으나 a와 c의 행위가 무효가 되면 매수인 b에게 대항할 수 없게 되어 아파트를 빼앗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d는 a를 상대로 손해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형사적인 문제는 뒤로 하고라도,

사례 2)에 대한 해설
갑과 중개보조인은 갑의 아파트의 하자가 너무 커서 수리를 하게 되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되고 이삿짐을 옮기는 불편을 덜기 위하여 차라리 팔아버리자고 의논한 후 속임수를 써서 하자를 숨긴 체 계약을 하고 중도금까지 수령한 후 아파트를 보여 주게 된 것입니다.

엄연히 실정법을 위반한 사기라고 봐야지요. 그 아파트에 있는 하자를 가리지 않고는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이를 숨긴 체 계약을 한 것이므로 당연히 무효인 계약이 되는 것이고 신혼부부는 아파트 계약 무효소송을 제기하면 될 것입니다. 물론 형사문제도 따르겠지요.

그러나 신혼부부에게도 집을 구경하지 않고 계약한 과실이 있는 것입니다. 이 계약은 무효에 이르지 않더라도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의 요건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취소로 의율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례 3)에 대한 해설

배우자 있는 자가 다른 여자와 동거하는 것은 간통행위가 됩니다. 만일 혼인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동거하자는 계약을 맺는다면 이 계약은 무효가 됩니다. 그러나 불륜관계를 청산하는 조건으로 아파트를 사주겠다는 계약을 맺는 건 유효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애인과 헤어지면서 앞으로 월 생활비를 대 주겠다, 그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들의 교육비나 양육비를 지급하겠다는 계약도 유효합니다. 따라서 이처럼 반사회적 법률관계를 맺는 계약은 무효이지만 그것을 종료시키는 법률행위는 유효로 보는 것이 법의 묘미이기도 합니다.

참고 법조문

민법 제 103조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한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민법 제 810조 (중혼의 금지)
배우자 있는자는 다시 재혼하지 못한다.

판례

대법원 1996.10.25. 96다 29151

부동산의 제2매수인이 매도인의 배임행위에 적극가담하여 제2매매계약이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2매수인으로부터 다시 취득한 제3자는 설사 제2매수인이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한 것으로 믿었다고 하더라도 제2매매계약이 유효하다고 주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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