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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규 변호사 칼럼

토지 임차인이 지은 건물이 이행강제금 부과와 철거 위기에 처했다면, 지상물매수청구권은 어떻게 될까?

작성자법무법인 효현 이영규 변호사|작성시간26.06.23|조회수21 목록 댓글 1

안녕하세요 이영규 변호사입니다.

토지를 빌려 건물을 짓고 살거나 사업을 하던 중, 임대차 계약이 끝났을 때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내가 지은 건물을 사 가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를 민법상 '지상물매수청구권'이라고 부릅니다.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멀쩡한 건물이 철거되는 낭비를 막고, 상대적으로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권리입니다.

민법 제643조(임차인의 갱신청구권, 매수청구권)

건물 기타 공작물의 소유 또는 식목, 채염, 목축을 목적으로 한 토지임대차의 기간이 만료한 경우에 건물, 수목 기타 지상시설이 현존한 때에는 제283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민법 제283조(지상권자의 갱신청구권, 매수청구권)

①지상권이 소멸한 경우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이 현존한 때에는 지상권자는 계약의 갱신을 청구할 수 있다.

②지상권설정자가 계약의 갱신을 원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지상권자는 상당한 가액으로 전항의 공작물이나 수목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행정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건물이라도 원칙적으로 이 매수청구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간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곤 합니다.

만약 그 건물이 불법으로 증축되어 관할 구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고 이행강제금까지 부과될 처지라면 어떨까요? 곧 철거될지도 모르는 부실하거나 불법적인 건물인데도 토지 소유자가 강제로 사들여야 할까요?

최근 이 흥미롭고도 치열한 법적 공방에 대해 대법원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 있어 소개해 드립니다(대법원 2026. 5. 29. 선고 2025다220998 본소, 2025다220999 반소 판결).

🔎 사건의 발단: 축사에서 주택으로, 그리고 불법 증축

사건의 피고(임차인)는 2002년경 다른 사람이 원고(임대인) 소유의 토지 위에 지어둔 소형 축사(약 82m²)를 매수했습니다. 그리고 토지 소유자인 원고와 정식으로 임대차 계약을 맺고 매년 일정 금액의 차임을 지급하며 그곳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습니다. 임차인은 2007년경 이 축사를 대대적으로 증·개축하여 면적을 2배가 넘는 177m²로 넓혔고, 용도 또한 축사가 아닌 '창고 및 주택'으로 변경하여 사용했습니다. 물론 행정관청의 적법한 허가는 받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토지 소유자는 이 상태를 알면서도 2014년경 차임을 인상하며 임대차 계약을 계속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다 2021년, 토지 소유자는 차임을 기존보다 수 배에 달하는 연 600만 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요구했고, 임차인이 이를 거부하자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이후 토지 소유자는 임차인을 상대로 "건물을 철거하고 땅을 돌려달라"는 소송(본소)을 제기했고, 임차인은 이에 맞서 "건물을 사 가라"며 지상물매수청구권(반소)을 행사했습니다.

⚖️ 원심의 판단: "불법 건물에 이행강제금까지 나오는데, 임대인에게 부담을 줄 수 없다"

이 사건을 먼저 다룬 원심법원은 토지 소유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원심이 임차인의 매수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건물이 허가 면적보다 2배 이상 불법 증축되었고 용도도 무단 변경되었다는 점

  • 관할 파주시청에서 이미 위반건축물 자진시정 계고와 이행강제금 부과예고 통보를 했다는 점

  • 이 건물이 앞으로 인허가를 받아 양성화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원심은 만약 이 상태에서 매수청구권을 인정해 버리면, 토지 소유자는 원치도 않는 불법 건물을 떠안아 소유권이전등기도 못 한 채 철거 의무와 이행강제금 부과 위험만 부담하게 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불합리한 결과라는 판단이었습니다.

🔨 대법원의 반전: "위험을 알면서도 8년간 땅값을 받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대법원의 시선은 달랐습니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는 건물이라 하더라도 임차인의 지상물매수청구권이 인정된다며 사건을 돌려보낸 것입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매수청구권을 제한할 만한 특별한 사정'은 임대인이 증명해야 합니다. 건물이 경제적 가치를 유지한 채 현존하고 있다면 무허가 건물이라도 매수청구의 대상이 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를 예외적으로 거부하려면 "이 건물이 토지 임대 목적에 정면으로 반하거나, 임대인이 전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고가의 건물이다"라는 점을 임대인이 명백히 입증해야 하는데, 이 사건은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임대인은 이미 불법 증축 사실을 알고도 계약을 유지했습니다. 토지 소유자는 건물이 불법으로 증·개축된 상태임을 엄연히 알면서도 계약을 맺었고, 무려 8년 동안 아무런 이의 없이 임대료를 받아왔습니다. 건물이 해지 당시에도 여전히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었던 이상, 이제 와서 계약이 끝나자마자 불법 건물이라는 이유로 매수를 거부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셋째, 소유권등기의 어려움이나 철거 위험은 무허가 건물의 일반적인 특성입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우려한 '철거 비용 부담'이나 '이행강제금 위험'은 허가받지 않은 건물을 임대할 때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리스크일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더욱이 행정관청의 이번 단속은 토지 소유자가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것이었으며, 사실조회 결과 임대인의 주장과 달리 해당 건물의 인허가(양성화)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만약 이런 행정적 위험만을 이유로 매수를 거절할 수 있게 한다면, 무허가 건물의 매수청구권을 인정해 온 기존 대법원 판례의 취지가 완전히 무색해진다는 것이 대법원의 단호한 입장이었습니다.

💼 변호사의 시선: 무허가 지상물 분쟁, '특별한 사정'의 엄격한 입증이 성패를 가릅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임차인의 지상물매수청구권이 가진 강력한 법적 지위를 다시 한번 확인해 준 사례입니다. 행정적인 제재나 불법성의 존재 여부보다, "임대차 계약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어떠한 신뢰 관계를 맺고 위험을 인지해 왔는가"를 훨씬 중요하게 평가한 것입니다.

따라서 토지 임대차 종료로 인한 지상물 분쟁을 겪고 계신다면 다음과 같은 점을 정밀하게 짚어보아야 합니다.

  • 토지 소유자(임대인)의 입장이라면: 단지 '무허가 건물이라서', '이행강제금이 나와서'라는 주장만으로는 철거를 강제하기 어렵습니다. 해당 지상물이 객관적으로 임대차 계약의 목적을 완전히 일탈했다거나,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과도한 재산상 손해를 끼친다는 구체적이고 특별한 사정을 엄격하게 입증해 내는 것이 소송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불씨가 됩니다.

  • 토지 임차인의 입장이라면: 건물이 다소 불법적으로 증축되었거나 행정 처분을 받게 되었다 하더라도 지레 권리를 포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임대인이 그 상태를 인지하고도 오랜 기간 차임을 수령했다는 점, 계약 종료 시점에도 건물로서의 경제적 가치가 명백히 남아있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주장하여 정당한 매매대금을 요구해야 합니다.

법률 분쟁은 언뜻 보기에는 상식적인 선에서 결론이 날 것 같아 보여도, 대법원이 축적해 온 촘촘한 법리의 그물망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완전히 뒤바뀌곤 합니다. 또한 유사해보이는 판례더라도 막상 소송에 임할 때는 임증책임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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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우신입 | 작성시간 2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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