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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좋은글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작성자김종우|작성시간26.06.06|조회수17 목록 댓글 0

홀로코스트를 이야기한 드라마 영화 소설 등, 실제 사건 이후로 쏟아져나온 것이 얼마나 많습니까. 최근에도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서 보았습니다. 수용소 바로 옆에 수용소장의 가족이 살고 있는 것입니다. 담장 하나로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지요.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아주 평온하게 한 가정을 이야기하며 섬뜩한 세계를 보여줍니다. 바로 그런 부류의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찌 보면 더욱 비극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굳게 닫힌 녹슨 철문이 자꾸 떠오릅니다. 바로 그 안에 잘 먹고 잘 살던 가정의 비극이 서려있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도 예상은커녕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지요.

 

어린아이들이야 출신이나 피부색이나 이념과 종교가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그냥 친구가 될 수 있고 함께 하며 즐겁게 놀 수 있습니다. 더구나 또래 아이들이 많지 않은 환경에서 만난 두 아이는 그만큼 가깝게 지낼 수 있습니다. 달리 친구라고 찾을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특별한 놀이기구가 없다 해도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놀이방법을 찾으며 함께 지낼 수 있습니다. 어쩌면 가족보다도 더 가깝게 지낼 수 있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보다 더 행복할 수 있습니다. 마치 사랑하는 두 연인이 모든 장애를 극복하며 만날 시간을 만들고 만나기 위해 별난 방법까지 만들어내서 붙어지내려 하듯 이 두 친구가 그렇게 서로를 기다립니다.

 

브루노수무엘둘 다 여덟살 소년입니다. 그러나 전혀 다른 환경을 지니고 있습니다. 철조망 하나 사이로 만나는 두 아이의 삶은 말 그대로 천지차이입니다. 맘껏 먹고 지내는 브루노는 수무엘이 왜 대낮 바깥에서도 잠옷을 입고 지내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안을 보니 많은 사람들, 어른들도 모두 줄무늬 잠옷을 입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차림으로 이런 저런 일을 하는 것이지요. 때가 되면 부릅니다. 모두 어디론가 돌아갑니다. 수무엘도 가야만 한다고 말하며 삼발이 나를 것을 밀며 부랴부랴 그 무리 가운데로 달려갑니다. 어쩔 수 없이 브루노도 자기 집으로 돌아갑니다. 다시 만날 기약을 하며 아쉬운 작별을 하는 것입니다.

 

브루노의 아버지 랄프는 철저히 국가에 충성하는 군인이고 그곳 수용소장입니다. 그는 자기 보좌관 코틀러중위조차도 철저히 검색합니다. 조그만 흠이 있어도 가차없이 자릅니다. 자신의 딸과 아들에게도 자신의 국가관을 확실하게 주입시킵니다. 가정교사까지도 그 이념에 철저한 사람을 고용합니다. 그레텔은 그 교육에 잘 적응합니다. 그러나 브루노는 누나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하기야 아직 어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남매의 사이는 좋습니다. 사춘기의 그레텔은 이성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환경이 그런 그레텔을 용납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브루노의 관심은 철조망을 사이로 만나는 수무엘에게 가 있습니다.

 

수용소 죄수(?)들이 수용소장의 집 하인으로 일을 하기도 합니다. 일반 하인과도 다릅니다. 그 대우는 사람이 아닙니다. 애완동물만도 못합니다. 하기야 유대인을 사악하고 위험한 해충이라고 여기고 있으니 말입니다. 브루노는 그것을 이해하기 어려워합니다. 자기가 다쳤을 때 치료해주던 할아버지는 거기 오기 전에는 의사였답니다. 그러나 지금은 청소나 하고 채소나 다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조그만 실수에도 버럭 화를 내며 모진 매를 감당해야 합니다. 어린아이의 손이 필요해서 수무엘이 온 적도 있습니다. 배고파하는 친구를 보며 과자를 먹으라고 주었다가 보좌관에게 들킵니다. 자기가 주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보좌관의 눈초리에 겁을 먹었던 것입니다.

 

그 대가가 얼마나 참혹했을까요? 며칠 후 다행히 철조망에서 만난 수무엘의 모습을 보며 미안함을 말해줍니다. 어떻게든 보상해주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수무엘이 자기 아빠가 일을 나가시더니 며칠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 내가 찾는데 도와줄게. 어떻게? 여기로 올 수 없는데. 그 옷 또 있니? 구해줄 수 있어? 머리는? 머리를 밀어낼 수는 없고, 모자를 가져올게. 그렇게 약속하고 다시 만나기로 합니다. 그런데 집에서는 엄마가 아이들 교육에 해롭다고 떠날 차비를 합니다. 이런 곳인줄 몰랐던 것입니다. 일 때문에 아빠만 남고 엄마와 아이들은 친척 집으로 떠날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그 날 브루노는 스무엘을 만나려고 철조망으로 달려갑니다.

 

아빠를 찾으려 수무엘과 브루노가 그들 막사로 들어가 살펴보고 있는데 급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막사 모든 유대인들을 몰아세우고 밀어냅니다. 공동목욕실이랍니다. 아이들도 어른들 틈에 밀려서 함께 들어갑니다. 철문이 꽝 하고 닫힙니다. 그리고 지붕에서 약품이 떨어집니다. 한편 브루노를 찾던 식구들이 비상이 걸립니다. 브루노의 뒤를 알아내고는 달려갑니다. 엄마는 철조망 앞에 놓여진 아들의 옷을 쥐고는 대성통곡을 합니다. 수용소로 쫓아들어온 사령관은 막사 앞 굴뚝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합니다. 가능한한 빨리, 가능한한 많이 없애버려야 한다는 국가정책에 밀려 그 날을 만들었습니다. 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The Boy in the Striped Pajamas)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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