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둔 심장에게
이삭빛 시인
내가 내 뒷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
거울 앞에서도 결코 돌아앉지 않는 고요한 벽.
타인들은 다 보는 내 등 뒤의 그늘을
정작 나만은 만져보지도 못한 채
생을 지켜본다.
여기를 보아달라.
가녀린 갈비뼈 밑, 가쁜 숨결 속에 꽁꽁 숨겨둔 것.
내 외로운 육체가 간신히 품어 안은 이 뜨거운 심장에,
나는 떨리는 붓끝으로 시를 쓴다.
쿵,
쿵,
쿵,
방 안의 시계가 가고, 내 청춘이 가고,
보이지 않는 등 뒤로 무수한 가을이 흘러갈 때,
끝내 들키지 않으려 발버둥 치던 붉은 마음 하나가
제 혼자 벽을 치며 울고 있다.
보이지 않는 뒷모습이 내 삶의 어쩔 수 없는 흔적이라면,
간직해 온 심장은 내가 나에게 바치는 마지막 고백이다.
이 지독하게 닫혀 있는 몸뚱어리에
나는 오늘 밤, 너라는 깊은 향기를 가만히 새겨 넣는다.
# 이삭빛 시인의 「숨겨둔 심장에게」는 현대 한국시의 정수라 할 만한 작품이다.
이 시는 인간 존재의 내면적 고독과 자기 인식의 한계,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시적 진실의 순간을 정교하게 포착한다
- 윤정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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