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작년 봄이다.
겡기도 파주 광탄면에서 결혼식 촬영을 마치고 오는 길에 버스정류장 한켠엔
여든 쯤 되어 보이는 꼬부랑 할매가 노오란 삐가리를 나멘 상자에 담아서 팔고 계셨다.
신기한 듯 한참 구경을 하고 있는 내게 할매는 선뜻 말을 걸어 오신다.
" 아저씨 빙아리 한 마리 사 가소 "
이제막 털갈이를 해서 암,수가 뚜렷이 구분되는 그 삐가리는 집에서 키워도 죽지않을 정도로 또록 또록했으며 부화된 지 3주가 데었단다.
암놈은 천원이며 수놈은 500원 이란다.
수정란 계란 한 개 사도 500 원인디 아주 저렴한 가격이라 할매도 도와 드릴 겸 2마리를
사서 종이 상자에 담아 전철을 타고 왔다.
아파트에서 키울 요량으로 사왔지만 집사람이 더럽다고 갖다 버리라며 팔색을 하네.
버릴 수는 엄꼬 하는 수 없이 가게로 들고와서 키우기로 했다.
잘 자라던 한쌍의 삐가리는 석 달 후 계속되는 장마에 한 마리는 하늘나라로 떠나 보냈다.
온갖 정성을 다했지만 인연이 못되는 것 같앴다.
암탉 한 마리 만이라도 잘키워 봐야지.
새장에 가둬 키우며 출근해선 가게 밖에 내 놓으니 어린 꼬맹이들이 닭구경을 하러 오고
엄마를 졸라 새우깡도 사오고 쌀도 한 웅큼 들고와서 닭에게 준다.
가을에 접어드니 닭을 구경하러 오는 어린이와 부모들이 점점 늘어 이젠 울 가게가 완전
자연학습장이 되었다.
키우는 재미가 에복 쏠쏠했으니 이것도 행복이련가?
퇴근할 땐 가게 안에 풀어놓고 맘껏 돌아댕기다 잠이 드는 울 가게의 천연기념물 암탉!
아침에 출근하면 배 고프다며 주인을 졸졸 따라 댕긴다.
문을 열어놓고 키워 봤지만 도망도 안가니 이제 자연스레 지맘대로 가게를 들락기리며
숙식과 휴식을 스스로 해결한다.
그러다 지난해 늦가을 쯤엔 드디어 초란을 낳더니 두 살이 뎅깨 요샌 3일 마다 알을 낳는다.
500원에 사 온 작은 삐가리에게 먹이와 사랑을 담뿍 쏟아 부었더니 통통한 성계가 데어 맛난 알을 낳아 주인의 건강에 이바지하니 참 좃타..........ㅋㅋㅋㅋ
알을 낳을 때마다 달력에 똥글뱅이를 쳐 놓응 걸 세 본깨 아구야 제발 놀래지 마시옵소서.
오늘꺼지 무려 68개나 데며 생계란을 좋아허는 요넴은 매일 날계란을 후루룩 묵으니 마라톤으로 건강을 다지는 1등 공신이 아닐까요?
알을 잘 낳으라며 집에서 가져온 싱싱한 상추나 소풀을 깨끗히 씻어서 잘라 믹이고 여러가지 영양식을 배합사료로 맹그라 정성을 다한다.
그동안 조류인플루엔자 뉴스만 나오면 동물병원에 데부고 가서 조류독감 예방주사도 맞히고 1주일에 한 번 씩 목욕도 시키며 위생관리 또한 철저히 헌다.
오늘은 동네 주민이 지나가며 농담을 던진다.
" 헹님! 요본 복 날 저 닭 잡아서 삼계탕이나 먹읍시다 " 하며 ............ㅋㅋㅋㅋ
" 덱끼 놈! " 험소로 호통은 쳤지만 가게 밖 에어컨 실외기 뒤에 숨어서 잠을 자니 혹시라도
누가 잡아 갈까봐 걱정이 앞선다.
오늘도 가게앞 넓은 화분에 날을 낳고 주인을 부를 것 같으니 이게 바로 작은 행복 아닝가?.
" 꼬꼬야! 잘 묵고 건강해서 알 마니마니 낳아레이 " 하며 주문을 해본다.ㅋㅋ
2026. 6. 18. 지리산다람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