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예찬」 장순덕 달빛이 하도 밝아 미닫이를 열어보니 모란꽃이, 살포시 다녀가는 바람결에 가붓가붓 떨어진다. 흥건한 이슬에 젖은 모습이 수줍은 듯 달빛을 받아 얼룩진 분 자국이 선연하게 고와라
낱낱이 흐트러진, 모양새가 깊은 밤 정인이 다녀간 비단 금침 구김 같아라. 새삼 내 나이를 물어 무엇 하랴마는 저 낙화 내 마음인 양 황홀하여 꽃보다 더 아름답게 보이는 때의 그윽한 밤이어라
죽음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낙화의 속성 안에 실루엣처럼 놓아둔 장순덕의 「낙화예찬」,그 이별과 죽음에 대한 미적 통찰은 참으로 아름답다.
모란과 달빛과 그윽한 밤의 이미지가 주요 흐름을 만드는 이 작품은 결국 ‘낙화=내 마음’으로 환치함으로써 자기 관념을 통하여 나이 들어감에 관하여 혹은 삶의 마지막 순간들에 대한 미적 통찰을 통하여 인간이 걸어가야 하는 진리의 길 그 한 단면을 그려내고 있다.
[영남문학 ] 26호(2016 가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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