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일과 새로운 취미
안전모의 턱끈을 다시 조여 매며, 거울 속 주름진 얼굴과 마주한다.
은퇴라는 마침표 뒤에 다시 찍힌 쉼표. 예순일곱의 나이에 다시 선 현장은 과거의 치열함과는 사뭇 다른 공기로 다가온다.
젊은 시절엔 완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무작정 내달렸다면, 이제는 사업관리자(감리)로 다시 복직한 지금은 흙먼지 날리는 공사 현장의 구석구석이 새롭게 보인다.
포항의 바다 바람을 맞으며 현장을 점검하는 길, 나의 오랜 경험이 시공자의 안전과 품질을 돕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는 사실은 노동 그 이상의 깊은 보람으로 가슴을 채운다.
현장에서의 발걸음이 한결 여유로워졌듯, 삶의 리듬을 채우는 여가의 형태도 자연스레 변해가고 있다. 한때는 일자지르박의 정교한 걷기 스텝과 체중 이동의 원리에 깊이 매료되었었다.
그 철학과 리듬을 타인과 나누며 역동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던 시간은 분명 인생의 큰 활력소였다.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며 플로어를 누비던 춤의 열정은 내 안의 젊음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꽉 짜인 음악의 박자보다는, 자연의 숨결과 내면의 속도에 더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교댄스의 화려한 조명 대신 탁 트인 하늘을, 경쾌한 리듬 대신 바람 소리를 품은 파크골프장이 새로운 무대가 된 것이다.
푸른 잔디 위를 천천히 걷고 부드럽게 클럽을 휘두르는 과정은 지르박의 스텝과는 또 다른 깊은 매력을 선사한다.
내 호흡과 속도에 맞춰 온전히 자연과 교감하는 이 정적인 스포츠는 몸의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마음의 여백을 한껏 넓혀준다.
춤이 타인과의 뜨거운 교감이었다면, 파크골프는 나 자신, 그리고 자연과의 고요하고 따뜻한 대화인 셈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이처럼 템포를 조절하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무언가를 잃어버리거나 열정이 식는 것이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더 편안하고 깊이 있는 리듬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끓어오르는 열정은 뭉근한 온기로 바뀌고, 속도를 향한 갈망은 방향을 바라보는 지혜로 무르익는다.
현장에서는 날카로운 눈을 가진 베테랑으로 묵묵히 제 몫을 다하고, 주말이면 푸른 잔디 위를 유유자적 걷는 파크골퍼로 살아가는 지금. 예순일곱의 인생 후반전은 화려한 턴 없이도 충분히 우아하고 단단하게, 나만의 아름다운 보폭으로 흘러가고 있다. 2026년 06월 15일 더운 날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비수리(중앙고문) 작성시간 26.06.15 정년을 하시고
현직에서 열심히 뛰는
모습이 존경스럽네요 -
작성자조용한!미소 (온라인,창원)榮 작성시간 26.06.15 정년후
2년을 개겨보니 그도 재미 없으서,
다시 시작한
산림쪽~~~~~~~
그게 이렇게 오래 할줄이야? ㅎㅎㅎㅎ -
작성자하얀 눈꽃(중앙부회장) 작성시간 26.06.15 요즘은
파크골프가
인기더라구요~ -
작성자울짱(부산) 작성시간 26.06.16 파크골프라는 새로운 놀이문화가 활성화되면서~
500,000명 정도~
멋쟁이 장년층이 콜라텍에서 사라졌다는 풍문이~~ㅎ -
작성자잠 꾸러기( 부산고문) 작성시간 26.06.18 삶의 현장이 포항으로
바뀌셨군요
잠. 꾸러기는
병원에서. 몇년째. 뿌수는작업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