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형수님 이불속 ᆢ

작성자해봉(온라인)|작성시간26.06.06|조회수308 목록 댓글 19


형수님 이불속 ᆢ

새벽에 눈을 뜬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진다
깜짝 놀라는 나를 꼭 끌어안았다

잠을 잘 때는 분명히 엄마 이불속인데
아침에 깨여보면 언제나 형수님
이불속이다


이런 일이 매일 아침 일어나는지를
나는 지금도 알지 못한다

초가삼간
부엌 하나 사랑방 안방
방하나에 오글오글 모여서 잔다

벽 쪽에 형수님
그리고 나 엄마 누나들 두 명 다섯 명
나란히 잠을 잤다

인근
유명한 집성촌
닭실 마을에서 시집온
형수는 참하고 이뻤다

옛날 고향 사람들 만나면 늘 회자된다
기품 있고 옷태가 났었다고

결혼 일주일
한국 전쟁이 나고 군대 간 남편은 휴가
한번 나왔다 가서는 전사했다

집안 대가 끊겼다고 조카를 양자로
정하고 엄마 아버지는 죽자 살자
노력하여 대를 이을 아들을 기어코
낳았다

남편 전사하고
홀로 남은 형수님 나를 아들 삼아
의지하고 수절하시며 살았다

아침 이불속 꼭 끌어안고 한숨을
들이키고 눈물을 흘리셨다
내가 10살이 될 때까지 ᆢ

재혼을 하시고
아버지는 노발대발하셨다

세월이 흐르고
아이들과 여름휴가 귀갓길 한과로
유명한 형수님 친정 동네
겸사겸사 ᆢ

한과 파는 아주머니
내 이야기를 듣고서 한과 한 박스를
내민다

자기 시누이가 두고 온 시동생 이야기
하는 거 다 들었단다
친정아버지 살아생전에는 친정에
한 번도
못 왔다고 했다

전화가 연결되고
우린 울었다

아이고
데름요 잘 자라 주어서 고맙니데이

잘 자랐는지 어째 알고요

여기 있어도 소식 다 듣고 있었니더
공부한다는 소식
사업한다는 이야기
아듵 낳았다는 것까지 다 듣고
있었니더

하긴 그 유명한 동네에서
우리 동네로 우리 동네에서 그쪽
동네로 혼맥이 이어져 있었으니 ᆢ

그때 이불속 형수님 젖가슴처럼
목소리는 따뜻하고 정이
넘쳤다

데름요
우리 한번 만나시데이 ᆢ
어떻게 살아는 계시는지
전화 속
메아리만
남아 있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해봉(온라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6 학도병
    의용군
    신혼의 꿈에
    젖어서 살든
    새신랑
    다들 가슴 아프지요
    정말이지
    한국 전쟁은
    비극이였습니다

    사촌들 포함
    우리 집안에서만
    5명 전사 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사무엘 | 작성시간 26.06.06 해봉(온라인) 대구가 유독 그런게 낙동강전투때문인가
    생각이 듭니다.
    삼인전사~~ 남편 아들 둘~~
    일생을 그 사진들앞에서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대구의 한 미망인 이야기도 ~~
    고교에서 가장 친한 친구~ 아버지가 육이오 상이군인~~
    중상이라서 매일밤 비명을 지르며 주물러 달라고 하는데...
    가끔 주말에 거서 거기서 자면 나도 오랫동안 주물러
    드리곤 했답니다.
    그런데... 이 친구녀석~~ 군 최전방에 근무하는데..
    타고 가던 트럭이 산에서 굴러서~~ 상이군인이 되고~~
    겉은 멀쩡한것처럼 보이지만 상처가 깊고 보훈도
    많이 받고~~ 애가 없어 형의 딸을 양녀로~~
  • 답댓글 작성자해봉(온라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6 사무엘 낙동강
    전선이 치열
    했지요
    그래도
    거기서 버티어
    주어서
    오늘의 우리가
    있지요
  • 작성자청개굴(온라인) | 작성시간 26.06.09 가슴아픈 상처도
    믾은세월이 흘러가면
    절절한 이야기가 되겠지요.

    해봉님의 인생은
    주변의 여러분들의 기대와 함께
    자라고 기억되었겠습니다.

    6.25 때 형님의 숭고한 희생이
    지금의 굳건한 대한민국을 만든
    크나 큰 초석이 되었습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해봉(온라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9 감사합니다
    어린시절
    형이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습니다
    철이 들고
    형님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청개굴 님
    건강하시길요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