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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맨 인 러브

작성자적우(온라인)|작성시간26.06.13|조회수148 목록 댓글 22

이것은 내가 사즐모에 가입하고 제일 첫 번 째로 올린 글이다. 그니까 약 십 수 여년(?) 전이라고 기억한다.
당시에는 ' 춤꾼에게 고함' 이라는 어머어마한ㅡ독일 철학자 피히테 '독일 국민에게 고함' 에서 빌려온 ㅡ 제목으로 올린 글인데, 사즐모 맹렬 회원인 모 여사가 ' 건방진~' ' 어디 춤꾼이라는 멸칭을 쓰느냐' 라는 둥 글을 내리라고 호통을 (댓글로) 치던 걸 기억한다. ㅠ.ㅠ
나중에 오해(?)였다고 풀려서 나와 친해졌지만...

*** **** ****

1980년대의 영화 중에 아직도 나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은, 프랑스의 한 여류감독이 연출한 '어 맨 인 러브A MAN IN LOVE'라는 영화다.

국내 개봉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는 우연히 이 영화를 보고 1950년대에 '삶이라는 직업 Il mestiere de vivere, diario 1935~50'이라는 일기를 남기고 자살한 이태리의 시인 체사레 파베세의 생애를 알게 되었다.

그런 것이 이 영화는 그 시인의 전기를 토대로 만든 영화이기 때문이다.

체사레 파베세는 이태리에서 당대 최고의 상을 수상한 성공한 시인이었지만 우울과 고독과 실존적 고민을 앓다가 자살한 시인으로서, 시를 사랑하고 문학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오늘날에도 잊혀지지 않는 아이콘으로 남아 있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체사레 파베세라는 시인이 자살하던 즈음의 모습을 극화한 예술 내지는 멜로 드라마였다.

자살하기 얼마 전, 그에게 다가온 가브리엘라라는 여인이 있었다.

영화는 그 역을 연기한 여자 배우와 감독의 실제적인 로맨스와 동시에 극중극의 형식으로 실존 인물이었던 파베세의 마지막 사랑을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 파베세의 사랑이 파국으로 치달음과 동시에 여배우와 감독의 사랑도 파국으로 치닫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실제 파베세의 전기에서는 그 사랑이 그의 자살로 끝난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가브리엘라는여인은 한 연회에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춤을 추기 위해 무도장으로 나간 후에도 혼자 외롭게 남아 테이블을 지키고 있는 파베세에게 접근한다. 그녀는 진작에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게 서먹서먹해 하는 그를 눈여겨 보고 있었던 것.

"당신은 왜 춤추러 나가지 않으세요?"

"아 난 춤출 줄 모른답니다."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우리 모두는 춤추게 되어 있는 존재랍니다. 자, 저를 따라 나가실까요?"

그녀는 쭈뼛거리는 그의 손을 잡고 무도회장 한 복판으로 그를 이끌고 나간다.

파베세가 그를 뿌리치지 못함은 물론이다.

이윽고 두 사람은 눈을 깊이 맞추고 조금씩 춤추기 시작한다.

파베세는 엉거주춤 그녀가 이끄는 대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고..

"자 보세요. 당신은 훌륭하게 춤을 추잖아요. "

회심의 미소를 짓고 가브리엘라가 그와 눈을 맞추며 얘기하자

파베세의 우울한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음은 물론이다.

그로 하여금 춤추게 만들었던 그녀는 그러나 너무 늦게 나타났다.

그녀도 파베세로 하여금 그의 도저한 병을 이기게 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삶과 향락의 이 편에 있었고 파베세는 이미 삶의 저 편에 한 쪽 발을 딛고 있었다.

로마호텔의 한 방에서 파베세는 가브리엘라의 배에 타고 올라 기껏 울음을 터뜨릴 뿐이다.

너무 늦은 사랑으로 인한 회한의 눈물이었을까....이제는 자기의 것으로 할 수 없는 절망의 눈물이었을까....



'자살은 수줍은 타살이다.가학성 대신에 피학성을 택한 것'



'나는 모든 사람을 용서하며 모든 사람에게 용서를 구한다. 됐지? 너무 잔소리를 늘어놓지는 말기를...'

-'일기'



'우리는 한 여인을 위한 사랑 때문에 자살하지 않는다. 우리가 자살을 하는 이유는,

그것이 어떤 사랑이든 간에 사랑이 우리의 빈곤함, 우리의 비참함, 우리의 무방비 상태, 우리의 허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프레드릭 파작, 파베세를 다룬 전기 '거대한 고독'



내가 이 이야기를 쓴 이유는 댄스 매니아들이 춤출 줄 모르는 사람들을 너무 홀대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비록 가브리엘라라는 여인은 처음에는 파베세를 잘 이끌어 춤추게 만들었지만 그것은 그때 뿐이었다.

자살하기 직전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와달라고 부탁한 파베세에게 그녀는 '당신은 너무 성질이 나쁘고 지루해요.'라는 말로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그녀 또한 철저히 삶과 향락의 세계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대들 삶과 향락과 춤에 익숙한 사람들이여.

부디 초심자들을, 춤에 익숙하지 못한 쑥맥이들을 너무 어린애 취급하지 말길~

춤 교범에도 나와 있지 않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도 일단 춤을 청하면 세 곡은 추어줄 것.

그렇지 않으면 그는 집에 돌아가 자살해 버릴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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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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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적우(온라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4 적우(온라인) 결코, 춤을 대하는 사람들의.태도가 이성적이라 보지 않습니다. 상당히 원색적이죠. "인류 최초 최고의 발명품 음악과 춤"ㅡ '국부론' 의 저자 아담 스미스의 표현에 따르면ㅡ을 대하는 태도가 그래서는 안 되겠죠..ㅎㅎ
  • 작성자해봉(온라인) | 작성시간 26.06.14 춤도
    안되는 사람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두리번 두리번
    자기 멋대로 ᆢ
    세곡 추는것도
    고역일때
    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적우(온라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4 그런 경우는 거론할 가치도 없지요 ㅎ
    경로당 노인.
  • 작성자하얀 눈꽃(중앙부회장) | 작성시간 26.06.14 저는
    잡으면
    기본 3곡을
    꼭 지킵니다~
    나랑 잘 맞든 안맞든~~ㅎ
  • 답댓글 작성자적우(온라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4 참 사랑스럽게 춤을 추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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