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인 음베레세로 세렝게티 센트럴 로지(Mberesero Serengeti Central Lodge)에서 아침 일찍 잠이 깼다. 버킷 리스트 가운데 하나였던 야생의 세렝게티 대평원 한가운데서 잠들다니 꿈만 같았다. 세수를 대충 하고 아침 산책을 나갔다.
여명에 밀려 새벽 어스름이 사라지자 세렝게티 대평원에 안개가 살짝 피어오르면서 원시적인 신비로움이 감돌고 있었다.
손님들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기 전이어서 로지는 적막한 고요함에 휩싸여 있었다. 로지 레스토랑의 직원들만이 아침 식사를 준비하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드디어 광활한 세렝게티 대평원에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하늘에 낮게 드리워진 구름이 황금빛으로 물들며 실루엣으로 다가오는 세렝게티 대평원의 장관은 그야말로 숨이 막힐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광대한 평원의 파노라마가 생생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원시적 대자연이 선사하는 원초적 감동이라고나 할까!
2026년 1월 7일 수요일은 '수요1인시위'를 하는 날이다. 오늘은 아프리카 탄자니아 세렝게티 국립공원 음베레세로 센트럴 로지에서 교육민주화운동 국가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제217차 수요1인시위를 진행했다.
이런 시위를 외국에 나와서도 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하지만, 잘못된 일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면 국내와 국외를 가릴 필요가 있으랴! 준비해간 구호판을 들고 한국 정부와 국회에 다음과 같은 촉구를 했다.
[제217차수요1인시위] 정부는 교육민주화운동 국가폭력 피해자에게 사과하라!
정부 공식 기관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1989년 전교조 해직교사들에 대해 국가폭력에 의한 인권침해라고 판정했습니다. 정부는 국가폭력 인권침해로 대량 해직시킨 전교조 교사들에게 사과하고 배상해야 합니다! 국가의 불법 과오에 대해 사과도 하지 않고 원상회복 조치도 하지 않는 정부는 나쁜 정부입니다! 국민주권정부를 자처하는 이재명 정부에서도 국가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구호판을 계속 들어야만 할까요?
정부는 1989년 교육민주화운동 국가 폭력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
정부는 1989년 전교조교사 1600여명 대량 강제해직 만행 사과하라!!
진화위도 89 해직교사 노태우 정권의 국가 폭력 인권침해 인정했다!
36년째 기다린다, 정부는 89 해직교사들에게 사과와 명예회복하라!
가해자는 국가, 피해자는 89 해직교사다, 사과하고 피해 배상하라!!!
전국민주화운동동지회, 교육민주화동지회 임종헌
로지 주변 산책길에서 처음 만난 야생화는 솔라눔 캄필라칸툼(학명: Solanum campylacanthum)이다. 솔라눔 캄필라칸툼은 가지과에 속하는 아프리카 원산의 여러해살이풀로, '소돔의 사과(Sodom apple)' 또는 '독사과(Poison apple)'로 불린다.
아프리카의 초원이나 사바나 지역에 널리 퍼져 자생하며, 가시가 있는 줄기와 연보라색 꽃, 그리고 익으면 밝고 짙은 노란색을 띠는 가죽 같은 질감의 열매를 맺는 것이 특징이다. 땅속줄기를 통해 군락을 형성한다. 코끼리 같은 야생 동물들이 이 식물을 즐겨 먹는다. 열매는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지만, 아프리카의 전통 의학에서는 약재로도 활용되어 왔다. 생명력이 매우 강하고 번식력이 뛰어나 농경지에 피해를 주는 잡초로 취급되기도 한다.
헬리오트로피움 인디쿰(Heliotropium indicum)도 만났다. 이 식물은 전갈의 꼬리처럼 말려 올라간 독특한 꽃차례 모양 때문에 '전갈 풀', '코끼리 코 풀'이라고도 불린다. 줄기는 털이 많이 나 있다. 굽은 꽃줄기를 따라 작은 흰색 또는 연보라색 꽃이 촘촘하게 핀다.
헬리오트로피움 인디쿰은 전 세계 열대 및 아열대 지역의 습지, 강둑, 길가 등에서 흔히 발견되는 잡초다. 세렝게티가 있는 탄자니아를 포함한 동아프리카 전역에서도 널리 자생한다.
간에 해로운 천연 독소인 피롤리지딘 알칼로이드를 포함하고 있어 가축이나 사람이 섭취할 경우 중독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인도나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피부병, 상처 치료, 해열 등의 약용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독성 때문에 전문가의 지도 없이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세렝게티에는 낯익은 닭의장풀도 자라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흔히 달개비라고도 불리는 식물이다. 세렝게티에 자생하는 닭의장풀속(Commelina) 식물은 코멜리나 아프리카나(Commelina africana), 코멜리나 벵갈렌시스(Commelina benghalensis), 코멜리나 에클로니아나(Commelina eckloniana), 코멜리나 렙탄스(Commelina reptans) 등이 있다.
코멜리나 아프리카나는 사바나 지역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노란색 꽃을 피우는 종이다. 코멜리나 벵갈렌시스는 아프리카 열대 지방이 원산지이며, 땅 위와 아래에 모두 꽃을 피우는 특징이 있다. 코멜리나 에클로니아나는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등 동아프리카에 널리 퍼져 자생하며, 푸른색 꽃이 피는 종, 코멜리나 렙탄스는 아루샤를 포함한 동아프리카 일대에서 볼 수 있는 덩굴성 형태의 닭의장풀속 식물이다.
사진의 닭의장풀은 전체적으로 털이 많이 나 있고, 특히 꽃을 감싸는 포엽(苞葉)에 털이 빽빽하게 나 있는 것으로 보아 코멜리나 벵갈렌시스로 보인다. 코멜리나 벵갈렌시스는 고깔닭의장풀이라고도 하며, 제주도 등 남부 지방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세렝게티에는 국화과의 아스필리아 모삼비켄시스(Aspilia mossambicensis)도 자라고 있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 자생하는 이 식물은 해바라기를 닮은 선명한 노란색 두상화와 마주나는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꽃은 아프리카의 야생 동물들이 약초처럼 뜯어먹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펜타니시아 프루넬로이데스(Pentanisia prunelloides)는 꽃 모양이 특이하면서도 예뻤다. 이 식물은 남아프리카의 초원과 사바나 지역에 자생하는 꼭두서니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봄에 여러 개의 털이 많은 줄기를 뻗어 올려 줄기 끝에 무리 지어 피는 선명하고 화사한 보라색 또는 밝은 파란색 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지에서는 '야생 버베나(Wild Verbena)'로도 불린다.
남아프리카의 전통 치료사들은 이 식물의 잎과 뿌리를 감기, 류머티즘, 속쓰림, 각종 염증 및 감염성 질환을 치료하는 데 활용해 왔다. 현대의 약리학 연구에 따르면 이 식물의 추출물에서 항균, 항바이러스, 항염증, 진통 효능이 확인되었다.
루엘리아 코르다타(Ruellia cordata)도 만났다.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이 식물은 쥐꼬리망초과에 속하는 열대 관목이다. 트럼펫 모양의 꽃이 피며 보라, 파랑, 분홍, 흰색 등 품종에 따라 색상이 다양하다. 꽃은 아침에 피었다가 낮 동안 유지되고 해가 지면 지는 경향이 있다.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도요타 랜드크루저에 올라 사파리에 나섰다. 오늘 맨 처음 만난 동물은 하이에나다.
하이에나는 다른 맹수가 사냥한 먹이를 뺏거나 사체를 처리하는 습성 때문에 '초원의 청소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하이에나는 죽은 고기만 먹는 청소부라는 오해와 달리 먹잇감의 95% 이상을 직접 사냥하는 유능한 사냥꾼이다. 뛰어난 지구력과 강력한 턱을 가진 하이에나는 무리 지어 사냥하는 지능적인 전략으로 아프리카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다.
작은 강이 흐르는 습지에서 나일악어(Crocodylus niloticus)를 만났다. 세렝게티 야생에서 나일악어를 만나다니! 나일악어는 잠이라도 든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나일악어는 아프리카 전역에 서식하는 대형 민물 파충류이자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로서 바다악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악어다. 엄청나게 강한 턱 힘과 난폭한 성향을 지녀 아프리카에서 사람에게 가장 위험한 동물 중 하나로 꼽힌다.
나일악어 성체는 보통 길이 3.5~5m, 무게 220~900kg에 달하며, 야생에서 45~80년까지 생존할 수 있다. 무는 힘이 최대 2.3t에 달해 동물계에서 가장 강력한 턱을 가진 동물 중 하나로 꼽힌다.
강을 건너는 대형 초식동물을 물속에서 기습하여 사냥하며, 회전하면서 살점을 뜯는 특유의 '데스 롤' 기술을 사용한다. 주로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의 강, 호수, 습지에 분포하며 염분이 있는 기수역에서도 발견된다.
어제도 보았던 아프리카표범을 또 만났다. 오늘 만난 아프리카표범은 우산아카시아 나무 가지 위에 엎드린 채 망중한(忙中閑)을 즐기고 있었다.
드디어 사자, 코끼리, 표범, 코뿔소와 함께 세렝게티 빅 5 가운데 하나인 아프리카물소(African Buffalo)를 만났다. 이제 코뿔소만 만나면 세렝게티 빅 5를 다 보게 된다.
아프리카물소(Syncerus caffer)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사바나와 늪지대에 서식하는 대형 초식동물이다. 성체 무게는 300~900kg에 달하며, 머리뼈와 이어져 양옆으로 거대하고 날카롭게 뻗은 뿔이 특징이다.
아프리카물소는 무리 생활을 하며, 수백 마리가 모여 거대한 집단을 형성한다. 시력은 약하지만 청력과 후각이 매우 발달해 위험을 감지한다. 진흙 목욕을 즐기며, 이를 통해 체온을 조절하고 피부에 기생하는 벌레를 쫓는다. 아프리카물소는 성질이 매우 사납고 예측 불가능하여, 사자나 표범 같은 맹수들도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사바나의 강자다.
아프리카물소는 특유의 거친 성격과 시속 57km로 달려드는 괴력 때문에 '검은 사신(死神)'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과부 제조기라는 별명도 있다. 과거 아프리카의 숙련된 사냥꾼들이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물소나 상처 입은 물소를 추적하다가 오히려 습격당해 사망하는 일이 잦아 붙여진 별명이다.
아프리카물소는 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서식하며, 5가지 아종이 있다. 케이프물소는 가장 크고 어두운 색을 띠며, 주로 동부 및 남부 아프리카에 서식한다. 삼림물소는 숲 지대에 사는 소형종으로, 붉은색 털을 가지고 있어 붉은물소라고도 한다. 그 외 산악물소, 수단물소, 나일물소 등이 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사자를 또 만났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사자들은 나무 위에 올라가 쉬고 있는 암사자들이었다. 특히 세렝게티의 사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나무를 타는 습성이 환경에 적합하도록 진화하여 '나무 타는 사자(Tree-climbing lions)'로 잘 알려져 있다.
사자가 나무에 오르는 것은 본래 일반적인 행동은 아니다. 하지만,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나무 위로 피신하거나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사자들이 나무에 올라가는 것은 체온을 조절하고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다. 나무 위로 올라가면 지면의 열기와 뜨거운 햇볕을 피하고, 서늘한 바람을 쐴 수 있다. 우기나 풀이 웃자라는 시기에 땅에 들끓는 파리 떼나 모기, 진드기 등을 피해 나무 위로 올라가기도 한다. 또 다른 이유는 맹수들의 위협으로부터 몸을 숨기거나, 높은 곳에서 자신의 영역을 감시하고 다른 무리나 먹잇감의 이동을 관찰하기 위해서다.
동물의 왕국 프로그램에서 자주 보는 임팔라 두 마리가 흰개미 집 근처에서 풀을 뜯고 있었다. 임팔라는 아프리카 초원에 서식하는 영양(羚羊)의 일종이다. 수컷은 뒤로 휘어진 수금(竪琴) 모양의 긴 뿔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주로 붉은 갈색 털을 가지고 있으며, 옆구리에 검은 줄무늬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임팔라는 시속 88km의 속도로 달릴 수 있으며, 3m 높이까지 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세렝게티 초원에서 개체 수가 가장 많은 대형 초식동물은 약 150만~200만 마리에 달하는 누(Wildebeest)다. 톰슨가젤(약 30만~90만 마리)과 얼룩말 (약 20만~30만 마리)이 그 뒤를 잇는데, 임팔라는 수만 마리 수준으로 다른 초식동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기린도 어제에 이어 또 만났다. 기린은 키가 커서 어디서나 눈에 확 띈다. 동물의 왕국에서 수컷 기린이 목 싸움하는 장면을 봤는데, 저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수컷 기린들은 목을 크게 휘둘러 싸움을 벌이곤 하는데, 이를 네킹(Necking)이라고 한다. 초식동물의 순한 이미지와 달리 기린의 목 싸움은 매우 과격하며,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목 싸움의 목적은 주로 암컷 기린을 차지하기 위한 번식권 다툼이다.
싸움이 벌어지면 약 2m에 이르는 긴 목을 휘두르며 상대방의 몸이나 목을 타격한다. 기린의 머리에는 뿔이 있어 강력한 무기가 된다. 타격음이 100m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파괴력이 엄청나며, 상대의 뇌로 가는 혈류를 차단해 기절시키거나 목뼈가 부러지는 치명상을 입히기도 한다.
목 싸움에 대비해 기린의 뇌는 두꺼운 두개골과 특수하게 발달한 공기주머니인 부비동이 있어 큰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싸움에서 패배한 기린은 큰 부상을 안고 쫓겨나거나 포식자의 위협에 노출된다. 기린의 긴 목은 높은 곳의 나뭇잎을 먹기 위해 진화했다는 설이 지배적이었다. 최근에는 수컷들끼리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긴 목으로 진화했다는 연구 결과도 주목받고 있다.
우리를 안내하던 가이드가 아름드리 나무를 가리키면서 "Do you know what tree this is?(저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아시나요?)"라고 물었다. "I don't know.(모르겠는데요.)"라고 대답하자 "This is a sausage tree(소시지나무입니다.)"라고 알려 주었다.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열매를 보자 정말 소시지나무라는 이름이 실감났다.
소시지나무(Kigelia africana)는 아프리카 열대 지역이 원산지인 능소화과 식물로, 소시지를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것 같은 독특한 열매가 맺혀 붙여진 이름이다. 소시지나무의 키는 보통 6~17m까지 자란다. 밤에 피는 짙은 주황색 또는 붉은빛의 꽃은 박쥐나 나방 등에 의해 수분되며, 특유의 향을 띤다.
소시지나무에는 길이 30~60cm, 무게 5~7kg에 달하는 거대한 열매가 긴 줄기에 매달려 자란다. 열매는 생으로 먹으면 독성이 있지만, 껍질을 벗겨 발효시켜 술을 담그거나 끓여서 피부 질환, 염증 완화 등을 치료하는 약재로 사용한다.
2026. 1. 7.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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