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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사랑방

인기 없고 유행이 지났지만 아득히 먼 산 빛깔을 닮은 다육이

작성자조은이|작성시간26.06.11|조회수19 목록 댓글 0

오늘은 거의 세 달 이상 미루다가 그랍토페탈룸 멘도사(글의 내용 이해에 꼭 필요해서 검색으로 알아냄)를 분갈이 했다.

한 때 다육이 붐일 때는 번식이 잘 안 되고 새로 들여온 다육이는 감히 살 엄두도 못 낼만큼 비쌌다.

꽃박람회를 가면 다육이 전시장에 사람들이 제일 많았다.

말발굽 모양 엄지손톱만한 리톱스는 몇 만원 을 훌쩍 넘었다. 

값이 떨어질 때가 있겠지 했는데 떨어지기 전에 월동이 잘 되면서 다육이 비슷한 바위솔에 사람들이 몰렸다.

전원주택에 오면서 다육이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겨울에 비닐하우스로 옮겼다가 꺼내놓고 분갈이 하는 일이 너무 번거롭게 느껴지면서 소홀하게 되었다.

사랑이 다른 데로 옮겨간 탓이다. 몇 년 동안 다육이 분갈이를 해야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지냈다. 

그러다가 다른 꽃들을 다 손 보고 한가한 틈에 얼른 해치우기로 했다.

아파트에 산다면 바위솔처럼 여러 종류를 모자이크하듯 큰 화분에 심으면 멋진 작품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

꽃들을 한 참 키우다 보니 화려한 꽃들이 너무 요란하게 화장한 여자처럼 질리기도 했다.

그래서 요즘은 자연에서 안개꽃처럼 은은하게 흰 빛의 꽃들이 가장 매력적으로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개망초를 비롯해서 좁쌀같이 작은 꽃들이 한없이 겸손하게 아름다움을 감추고 있는 듯했다.

다육이들은 화려하게 눈길을 끌기보다 자연의 은은한 풀꽃처럼 싫증나지 않고 항상 매력적인 식물이다.

식물들도 유행을 탄다는 건 변덕 심한 사람들이 문제다.

자신은 도저히 바꿀 수 없으면서 상대를 기어이 바꾸려고 하는 게 사람 아닌가!

지금은 바위솔이 다육이 대신 사랑받고 있다. 바위솔과 특성이 비슷하고 비슷한 느낌인데다가 월동이 잘 되기 때문이다.

 

같이 대학을 졸업한 친구가 동기들 다 취업해서 한참 일하고 있는데 유학을 다녀와서 그림 전시회를 했다.

 내가 오늘 분갈이 한 그 다육이 비슷한 색으로 네모 안을 채우고 배경은 색이 비슷하면서도 톤이 조금달랐다.

하나같이 색만 다를뿐 같은 네모들로 쫘악 전시돼 있었다.

뭘 그렸는지, 잘 그렸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집에 딱 걸어놓으면 벽지 같이 평생 싫증은 안 날 것 같았다.

요란한 색과 형으로 세세히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가장 본질적인 요소만 표현했다고 맘대로 해석했다.

단순할수록 그리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게 오히려 훨씬 풍성한 내용들이 함축돼 잇을지도 모른다.

다육이는 색도 생태도 최대한 단순화 시켜 환경에 적응하는 고도의 생존전략으로 살아가는

다른 식물과 달리 세월이 지날수록 햇볕을 따라 방향을 전환해가며 오랜 세월 형성된 줄기가 멋진 구성미를 보여준다.

마치 멋진 꽃꽂이 작품같이 줄기가 구성해내는 조화로운 선이 매력적이다.

우리의 삶도 한 때 반짝 빛나고 말 수는 없는 장기 레이스다.

다육이는 물이 부족해도 두껍고 다육질인 잎과 줄기에 물을 저장해 견디고 가시나 잎 표면에 하연 가루로 강한 햇빛을 막는다.

영양분은 거의 공급해주지 않아도 잘 자란다 오히려 더 단단하게 만들어진다.

환경이 척박할수록 우리 삶의 궤적이 다육이의 줄기처럼 멋진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

어려움이나 결핍이 더 단단하고 깊은 내면을 만들어갈 수 있다. 그게 생명력의 힘이다.

실패한 만큼 도전한 분야만큼 다양한 역량으로 다져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랜 세월 실패와 도전, 꾸준한 노력이 위대함을 만들어 간다.

다육이를 분갈이 해놓으면 다육이가 알아서 멋진 작품으로 자라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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