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원국 무용수를 대학로 한 극장에서 만났다. 이원국발레단 창단 10주년을 맞이한 그는 “올해는 200회 공연을 목표로 달릴 계획이다. 발레에서 출발해 다양한 장르와 융합하는 공연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 윤준원 기자 |
|
(뉴스컬처=송현지 기자)
그는 월요일마다 춤을 춘다. 그렇게 한 지도 6년째다. 그사이 40대 중반을 훌쩍 넘어섰다. 어깨는 무겁다. 발레단 단장이자 안무가이고, 최근에는 교수로 임명됐다. 그럼에도 발은 가볍다. ‘무용수’라는 자부심 덕분이다.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좋아하는 일을 위해 열정을 불사르다 보면 아플 겨를이 없는 거 같아요. 늘 발레 속에서 살고 있는 저를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해요.” 그가 밝힌 건강비결은 ‘밥을 잘 먹는다’는 것보다 더 간단하기도, 또 가장 어려운 방법이기도 했다. 현역 최고령 발레리노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이원국 무용수의 이야기다.
그는 지난 2월 11일 대학로에서 새로운 공연을 시도했다. 발레와 마술의 만남이라는 콘셉트의 ‘발렌타인 판타지’ 공연이었다. 28일까지 예정이었던 공연을 열흘 앞당겨 지난 19일 조기 종연을 했다. ‘관객이 없었다’는 현실을 받아들인, 냉정한 판단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아쉬움은 뒤로 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가능성을 봤어요. 발레와 마술이 만났을 때 관객들이 즐거워하는 반응을 보았죠. 발레리나가 큰 상자 안에서 둥둥 떠다니는 마술을 선보였는데, 앞으로 이걸 ‘호두까기인형’ 한 장면에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발레로 관객을 모으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았다. 하지만 그는 이미 여러 차례 공연을 성공한 내공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원국발레단의 대표격인, 매주 월요일 대학로에서 열리는 ‘월요발레’를 통해 관객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이제는 월요일만 되면 알아서 찾아오는 관객들도 있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다양한 창작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맥베드’에서 착안한 창작극 '스코틀랜드의 꽃'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창작산실 지원사업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오는 5월 예술의전당에서 본 공연으로 다시 오를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이원국발레단 창단 10주년으로 그 의미가 크다. 이원국발레단은 2009년 노원문화예술회관 첫 번째 상주예술단체로 선정돼 정기적으로 공연을 올리고 있다. 지난 2월 7일에는 또 다른 상주단체 어쿠스틱앙상블 재비와 함께 ‘발레&국악 통하다’라는 제목으로 합동공연을 열었다. “올해는 200회 공연을 목표로 달릴 계획입니다. 발레에서 출발해 다양한 장르와 융합하는 공연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발레의 높은 벽을 깨고 타 장르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면,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월요발레’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만큼 힘닿는 데까지 지속할 예정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1~2년만 하자 했는데, 벌써 6년째네요. 물 흐르듯이 여기까지 왔으니 지금처럼 공연 기간을 정해놓고 싶지는 않아요. 평생 하겠다는 건 욕심일 수 있어요. 제가 무용수로서 영원히 춤추겠다는 건 희망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제 바람입니다.”
지난해에는 농협에서 주최한 ‘농업인행복버스’를 타고 평소 문화생활을 하기 힘든 농촌 주민들을 찾아갔다. 이 단장은 가장 기억에 남은 곳은 남해라고 했다. “유난히 어르신들이 많은 곳이었는데, 살아생전에 발레를 처음 본 분들이 십중팔구더라고요. 마치 손자손녀가 온 것처럼 기쁘게 맞이해주셨어요. 발레가 서양예술이고 고급예술이라지만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그 감흥은 달라지는 거 같아요. 저도 미처 깨닫지 못한 어른들의 지혜와 따뜻한 마음을 느끼고 예술적인 영감을 얻고 온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농촌, 군부대 등 문화소외지역을 찾아가는 일은 또 하나의 보람이라고 했다. “그분들이 저희를 반겨주면 기쁘잖아요. 그런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고 싶습니다.”
지난해는 ‘댄싱9’ 등을 통해 대중이 무용이라는 장르에 주목했던 뜻 깊은 한해였다. 발레의 대중화를 최우선 과제로 놓고 있는 이원국 단장은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여전히 대중에게는 발레라는 장르가 베일에 싸여있는 거 같습니다. 물론 방송 매체를 통해서 접했겠지만, 아직은 낯설어하고 고급문화라는 인식이 강한 듯합니다. ‘우리가 내려갈 것인가’ ‘관객을 끌어올릴 것인가’ 고민될 텐데 저는 둘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가들의 작업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방송채널이 생긴다면 자연스럽게 대중의 마음에 녹아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무용수 및 러시아 키로프발레단과 루마니아 국립 발레단 객원 수석무용수를 역임하는 등 한국 발레계의 남성 무용수 시대를 연 이원국은 올해부터 서울종합예술학교 교수로도 활동한다. “때가 된 거 같아요. 젊은 친구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거라 기대합니다. 경쟁력 있는 제자를 기르고 싶어요. 현재는 발레 교육 시스템이 획일화되어 있는데, 저는 그런 과정은 과감히 생략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교육하고 각자의 특기를 살려주고 싶습니다.”
그는 올 한해도 춤을 출 것이다. 단장이고, 안무가이고, 교수이지만, 그 중심에는 무용수라는 정체성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모든 역할을 잘해낼 수 있을 거라 다짐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역할이 또 하나로 묶여있다고 생각하니, 저는 오늘도 내일도 무대에서 춤을 추겠습니다.”
[프로필]
이름: 이원국
출생: 1967년생
직업: 발레 무용가, 안무가
소속: 현 이원국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 서울예술종합학교 교수
학력: 중앙대학교 현대무용 학사
경력: 유니버설발레단 단원. 러시아 키로프발레단 객원 주역무용수, 루마니아 국립발레단 객원 수석무용수, 국립발레단 수석단원. 국립발레단 지도위원, 예술분야 기부 활성화 캠페인 홍보대사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