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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학

벌거벗은 점심 한끼.

작성자f.kafka79|작성시간05.12.12|조회수668 목록 댓글 4



 

 

경축-

국내에서 절판된 윌리엄 s.버로스의 <네이키드 런치 naked lunch>

책세상문고에서 서른한번째 작품으로 출간됨-

 

 

 

 

4,5년전쯤 여름이었던가.

난 심야의 늦은 시간에 열악한 화질을 자랑하던 AFKN에서

희한하기 짝이 없는 영화 한편을 우연히도 보게 되었다.

그땐 잠도 오지 않았을 뿐더러 형편없는 책 한권을 읽다가

방바닥에 집어던지고 거실로 나와  무료함을 벗어나려

TV를 보던 순간이었다.

영화는 도무지 제 정신이 아닌 듯 보였고 알 수 없는 곤충들과

외계형상들이 부유하는 인물들 사이에 섞여 들어가있었고

안 그래도 영어라서 이해하기가 힘들었는데 한술 더떠

영화 자체는 줄거리가 있는 듯 없는 듯

장면장면 극단의 설정으로 건너뛰어다니는듯 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영화가 끝날때까지 난 뭐가 뭔지 전혀 모르면서도

자리에서 움직일 수 조차 없었다는거다.

이해의 여부를 떠나서 영화는 완전히 매혹적이고 섬뜻한

망상이였고 그 자체로 난 감명받은 것이다.

 

 

 

 

2년전쯤에야  난 그 영화 제목이 <네이키드 런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놀랍게도(혹은 알 수 없는 예감대로) 개인적으로

팬을 자처해왔던 데이비드 크로덴버그의 작품임을 알게 되었다.

(난 어린시절 83년작 <비디오드롬>을 보고나서 영화를 좀 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크로덴버그 감독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고 철없이 믿었던 때도 있었다..;;;;;;;;;;;;;;;)

DVD로 다시 보는 영화는- 역시 좋았다.

처음처럼 대단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역시나 크로덴버그의 작품 중 대단히 빼어난 수작이었다.

제정신을 화장실에 두고 온 듯한 편집증적 작가의 광기에 가득찬

고군분투는 가위에 눌려 날 괴롭히던 기묘한 악몽들과 오버랩되었고

크로덴버그다운 일그러진 자아의 풍경들엔 할말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영화가 끝난 후 자막을 무심코 지켜보자니-

이 영화엔 원작이 있었다! (왜 아니겠는가!) 

당연히 난 원작소설에 매우 관심이 갔고 국내번역본이 있나

물색을 해본 결과- 몇년전쯤 출판이 되었으나 현재 절판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비극이었다.

난 그냥 원어로 된 원작을 살까 고민하다가 읽는 시간이 2,3배는

걸리고 제대로 이해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때문에 그냥

포기해버렸다. 정말 아쉽기 그지 없었다.

(오래전 무모하게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원어로

"조금"읽었을때의 악몽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데-

일주일전 교보문고에 갔다가 난 발견한 것이다!

<네이키드 런치>!

그건 가히 전율이었다!

마광수의 신작과 수지 킴의 소설 중간에서 그 책을 발견하자마자

난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난 사고자 했던 책도 내팽개친 채 그 책을 집어들고 바로 구입을

했다.

 

 

 

 

1/3 쯤 읽은 지금 시점에서

책에 대한 평가를 섣불리 내리진 않겠다.

솔직히 책을 읽는 취향이나 기호에 따라-(혹은 책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네이키드 런치>는 그저 불쾌하게만 느껴질 수도, 그 난해함에 버겁게 느껴지기도,

혹은 더없이 영민한 작품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그만큼 작품은 출판된지 50년가까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논쟁적이며 누구에게나 추천할만한 작품은 아닐 것이다.  

다만 역시나 내가 매우 전율하는 대부분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버로스의 <네이키드 런치>는 추악한 예민함과 불쾌한 냉소가

혼탁하게 뒤섞여있으며 동시에 이 모두를 아우르는 모순적인

질서가 중심에서 서있는 지적인 작품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얼마 전 <TIME>이 선정한 1923년부터 현재까지 출간된

영문소설 베스트 100 리스트에서도 이 작품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고보니.

이 겨울에-

읽은 책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다.

서점에 가면 내리 무슨 책을 사야하나, 하나만 사야하나

고민도 그만큼 늘어난다.

그러나

이보다 유쾌하고 행복한 고민이 또 있을까.

잔소리가 심한 친구들과의 약속도 잊어버린 척 하고

방안에서 가만히 따뜻한 귤색 스탠드빛을 배경삼아

하염없이 글자에 파묻혀있다보면

아마도 봄은 그 고운 자태를 조금 일찍 드러내게 되지 않을까.

일단은 < 네이키드 런치 > 한끼.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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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장영자 | 작성시간 05.12.11 드디어 이 책이 번역되었군요. 영어사전을 뒤져가며 밤세워 책을 읽던 기억이..
  • 작성자f.kafka79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5.12.12 대단하십니다. 사실 원어본을 저도 사긴 하였으나 거의 방치;;;;;;;;;;;;;;;;;;;
  • 작성자기네비아 | 작성시간 05.12.13 정말 다양한 개체들이 사는구나아~~~ 그 하나하나의 개체들을 둘러싸고 있는 기호 영역의 다양성을 1초만 생각해보아도, 음...점심이나 먹어야 겠따 ㅋㅋ
  • 작성자snobeast | 작성시간 06.02.18 제가 가지고 있는 <벌거벗은 점심>:(월간 에세이간 정성호 옮김)은1992년도 판이고 샐린져의 <대들보를 올려라>:(도서출판 하나로간 김 홍순 옮김) 역시 그해 판인데 그것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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