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몰 30년, 옥천의 미래 대청호서 찾다⑧>강 살리기 운동, 실개천 프로젝트로 시작하자! |
| 전국 제1호 도랑살리기 마을 불구, 지속적 추진 과제 군내 각 마을도랑 실태조사 필요 면 단위 쓰레기 수거정책 전환도 고민해야 |
| 마을 도랑은 그 옛날 공동체의 소통 공간이자 중요한 쉼터였다. 우물터 옆에서 빨래를 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고 한여름 시원한 물에 들어가 물놀이하는 아이들의 놀이터였으며 수박도 함께 갈라먹으며 쉴 수 있는 쉼터였다. 하지만, 근대화의 물결은 하천을 마을과 격리시켰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하천은 물길로만 기능할 뿐 도랑의 다양한 문화적 기능을 사라지게 했다. 또 하천생태계도 악화시켰다. 물고기를 잡으며 미나리를 뜯으며 하천생태계와 교감을 얻었던 주민들도 하천과의 관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천 주변은 쓰레기로 가득찼다. 상시적인 소각장이 됐고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 배설공간이 돼버렸다. 악취가 나기 시작했고 도랑은 이제 마을에서 가장 추한 공간이 되었다. 도랑이 오염되면 큰 강의 오염은 당연지사다. 비가 와서 실개천에 물이 흐를 때마다 각종 쓰레기들도 같이 떠내려가기 때문이다. 옥천군내 도랑은 대부분 대청호에 직접유입이든 간접유입이든 영향을 주기 때문에 도랑살리기는 그만큼 중요하다. 단지 강을 깨끗이 하기 위한 것 뿐 아니라 깨어진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서도 마을 앞 도랑살리기는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같이 청소하고 가꾸면서 다시 공동체 공간의 도랑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고장은 안남면 지수리 잔다리 마을에서 전국 제1호 도랑살리기의 영예를 안고 마을 주민들이 한 마음이 되어 제일 먼저 도랑살리기를 시작했다. 이후에도 화학리, 지수리 수동 등 안남면의 몇 개 마을이 영향을 받아 시작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지속성은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마을 도랑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이 화두를 갖고 군내 도랑 실태조사를 먼저 하고 차근차근 도랑살리기를 진행한 청양군과 연기군을 살펴봤다. |
수몰 30년, 옥천의 미래 대청호서 찾다 ①주민지원사업비와 대청호 유람선, 옥천의 선택은?
■마을 도랑 살리기 시동 건 청양, 연기군
②수계관리, 민관협치 필요하다
③대청호 유역공동체의 대안을 알아보다
④잃어버린 수몰의 상흔, 복원 문제 시급
⑤하천을 이용한 마을축제를 보다
⑥도심속 하천 문화자원 만들기
⑦일상 속 마을 도랑 살리기
⑧미래 위한 하천생태교육 필요하다
⑨일본 하천 민주주의를 돌아보다
충남 청양군은 새 군수가 취임하면서 청양군을 가로지르는 주요하천인 '지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에 역점을 쏟고 있다. 지천은 칠갑산에서 발원해 금강으로 흐르는 하천이다. 청양군 10개 읍면 중 5개 읍면을 관통하는 지방하천으로 하천연장이 46.30km정도 된다. 이 지천을 명품하천으로 만들겠다는 계획하에 '명품하천 지천만들기 추진본부'(본부장 부군수)를 구성하고 하천살리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 주요 하천을 중심으로 도랑살리기도 같이 연관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청양군은 올해 1천만원의 예산으로 중심하천으로 합류되는 도랑에 대한 실태조사를 했다. 이 도랑의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오염된 도랑에 대한 복원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청양군은 대치면 광금리 산꽃마을을 대상으로 2천만원의 예산으로 도랑살리기를 진행한 상황이다.
청양군 환경보호과 복주미 담당자는 "4대강 사업과 별개로 새 군수님께서 하천에 대한 관심이 높아 마을 도랑살리기에도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중"이라며 "앞으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주민과 함께 마을 도랑을 살리는데 최대한 노력을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충남 연기군도 2008년 1,2차에 걸친 소하천복원사업 실태조사를 하면서 마을 도랑살리기에 시동을 걸었다. 그렇게 해서 연기군내 처음 도랑살리기가 시도된 연기군 서면 숯골천은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하천이 됐다. 숯골천 주변은 여느 마을 도랑과 마찬가지로 경작물을 쌓아놓거나 쓰레기를 소각하는 장소로 쓰였다. 용역사업을 맡은 물포럼 코리아(대표 김정욱)는 주민들과 함께 하천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쓰레기들을 청소했다. 공동우물을 복원하고 우물터에서 흐르는 물을 둠벙을 만들어 모아내고 둠벙에 고여있는 물은 바로 농업용수로 쓰이게끔 만들었다. 논 둑 옆에는 미나리가 살아났다. 하천 살리기에 동참했던 마을 주민 홍성만(54) 새마을지도자는 "숯골천이 옛날의 모습을 다시 찾아가고 있어 주민들이 참 좋아한다"며 "자주 청소를 하면서 관리도 하고 있고 하천 옆에 세워진 정자에서 쉬기도 한다"고 말했다. 악취가 나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하천이 새로운 마을의 자원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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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기군 서면 신대2리 주민들이 숯골천을 청소하는 모습<사진제공: 물포럼코리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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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자가 세워지고 도랑이 깨끗이 청소된 숯골천의 풍경 | ||
■도랑살리기, 면단위 쓰레기정책도 같이 고민해야
쓰레기가 항상 문제다. 하천의 오염은 결국 버려진 쓰레기와 무관하지 않다. 이에 대해 대청호보전운동본부 주교종 운영위원장은 특히 면단위 쓰레기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면 단위 마을에서는 쓰레기 봉투 구하기도 힘들고 쓰는 사람도 많지 않다. 그래서 의례적으로 안 보이는 곳에 버리거나 소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렇게 되면 쓰레기 봉투 구입비용보다 치우는 비용이 더 든다. 수계기금내 쓰레기봉투 구입비용을 마련하는 방법을 강구해서 주민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유도하고, 재활용을 철저히 하면 마을에 그만큼 기금이 모아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면 단위 실정에 맞는 맞춤형 쓰레기 수거 정책을 세우고 재활용을 마을의 수입으로 되돌릴 수 있도록 한다면 쓰레기가 양산되지 않고 하천은 깨끗해질 것이라는 것이 주교종 운영위원장의 말이다. 음식물쓰레기도 지렁이 분변토를 활용한 퇴비화 방법이나 세제 등도 재생비누나 친환경비누를 만들어 활용한다면 자연스럽게 하천은 깨끗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전국 도랑살리기 1호 마을인 안남면 잔다리 신현제 도랑살리기 위원장은 "쓰레기 처리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다"며 "주민 실정을 잘 파악해 쓰레기 수거정책을 잘 수립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민자치와 참여, 공동체 살리는 마을 도랑
도랑살리기의 강점은 무엇보다 일상적인 생활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수자원의 중요성,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늘 이야기하면서도 우리는 마을 도랑에 대해서는 정작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마을 도랑살리기는 나의 생활과 마을의 도랑이 바로 연결되면서 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운동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이 운동은 단순한 환경운동이 아니라 주민자치와 참여를 이끌어내고 공동체를 되살리는 하나의 공익적 복합운동이다.
이를 위해 자치단체가 먼저 도랑실태조사와 복원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바탕위에서 자치와 참여로 주민들의 자발성을 끌어내기 위해 사업 공모를 하거나 도랑살리기 콘테스트 대회를 여는 것도 한 방편이라는 제안도 나온다.
연기군의원 재직 당시 도랑살리기를 의제화 했던 박영송 도의원은 주민들의 자발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도랑살리기는 관급 행사로 끝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박영송 도의원은 "주민들이 참여하고 관심을 갖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며 "하천 복원을 하더라도 주민들이 내방쳐 두면 다시 순식간에 오염될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마을 도랑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공모사업이나 도랑살리기 콘테스트를 열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기획하는 마을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등 주민들의 자발성을 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정책 생산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25일 열린 '옥천군 도랑살리기를 통한 친환경공동체 마을만들기'토론회에는 도랑을 근본적으로 살리기 위해서는 군의 총괄적인 계획과 예산지원이 선행되어야 하고 주민들도 자발적으로 마을 도랑을 살리면서 친환경공동체마을로 거듭나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행히 현재 옥천군은 수계기금으로 내년 도랑살리기 예산 5천만원을 책정받아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군 환경녹지과 곽권호 맑은물 팀장은 "실태조사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내년 예산은 일단 군내 몇 개소를 선정해 하천을 복원하는 사업에 쓰일 계획"이라며 "옥천군에서도 관심을 갖고 도랑살리기를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언제쯤 우리는 정지용 시인이 이야기했던 실개천이 마을 곳곳에서 휘돌아가는 그 아름다운 고향을 꿈꿀 수 있을까? 머지 않았기를 희망해본다.
| <인터뷰>물포럼 코리아 최충식 사무처장 | ||||||
(사)물포럼코리아(대표 김정욱)는 도랑살리기를 주요 테마로 연구하고 실행하는 단체이다. 옥천의 도랑살리기와 연기, 청양, 나주, 대구, 장흥, 부산, 인천 등지에서 민관학 네트워크 형태로 꾸려온 산파구실을 해 왔다. 최충식 사무처장은 옥천이 근처에 있기 때문에 도랑살리기가 다른 지역보다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도랑살리기는 단지 수질개선 뿐 아니라 마을 공동체성 회복이 핵심 열쇠라고 강조한다. "주민들이 주체가 되지 않으면 앙꼬 없는 찐빵입니다. 백날 지자체에서 하천 복원해봐야 또 다시 오염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 도랑의 중요성을 알고 가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는 옥천군에서 의지만 있다면 50여 가구가 되는 하나의 마을을 선정해 수질보전 우수마을로 재정지원을 하면서 완벽하게 순환되는 마을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대전 카이스트와 기술 협약등을 통해 음식물쓰레기와 오물, 슬러지 등은 바이오가스 에너지원으로 만들고, 걸러진 물은 다시 정화시켜 쓰는 방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옥천에서도 한 마을 정도는 이렇게 완벽한 순환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
| <인터뷰>충남도 박영송(연기군) 도의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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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군의 도랑살리기 사업이 큰 의미가 있지만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하천의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발견해야 합니다. 옛날처럼 빨래터나 우물이 그 대안이 될 수는 없고 하천 생태계가 지역 마을의 경쟁력있는 생태자원으로 부각되어야 하겠지요. 그것은 가령 가재와 물고기 잡기 체험, 수생식물 관찰 체험, 미나리 뽑기 체험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창의적으로 만들어내면서 하천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이죠." 하천의 생물 다양성이 바로 마을의 경쟁력이고 하천의 생물종이 같이 살아나가는 마을의 구성원으로 인식될 때 마을 주민들이 느끼는 하천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기군의원 시절 마을 도랑살리기에 관심을 갖고 정책으로 제안한 박영송 충남도의원은 도랑살리기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박영송 도의원은 도랑살리기가 중요한 만큼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전시성 행정이 된다면 예산낭비와 직결될 것이라는 것도 지적했다. "결국 주민들이 주인이고 해법입니다. 민관거버넌스로 도랑살리기가 된다면 환경, 주민자치, 공동체 회복 모든 것이 잘 해결되는 만병통치약이 될 것입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