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브랜뉴뮤직이다. 지난번 <Syncrofusion>은 윤종신이 이끄는 미스틱89와 함께했다.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내는 팀인데 누구와 함께여도 박정현은 늘 잘 어울렸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은 버벌진트와 함께 한 ‘달아요’라는 곡으로 자신의 곡 ‘달아요’를 리부트 한 격이다.
원곡의 보사노바 풍을 러블리하고 비트있는 힙합 스타일로 바꿔 재해석 했다.
그녀는 정규앨범에 대한 욕심과 함께 지금까지 자신이 보여준 모습을 내려놓은 듯한 눈치다.
심경 변화 때문인지, 갑자기 왜 이런 시리즈의 앨범을 내는 것이 궁금했다.
공연도 늘 <그 해 겨울>이라는 타이틀로 다른 아티스트와 콜라보레이션을 한다.
이렇게나 캐릭터 강한 그녀가 누구와도 잘 어울린다는 건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녀는 아직도 배우고 습득하길 원한다. 어쩌면 그래서 가장 완벽한 퓨전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지금까지와는 다른 스타일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 팀과 함께 기획부터 마스터링까지 전체적인 진행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 <Syncrofusion> 앨범은 스스로 음악인생에 있어서도 매우 실험적인 작업이었다.
무엇 때문에 이런 작업을 동경해왔는가?
혼자만의 작업에서 벗어나 타인의 작업 방법이 궁금했다. 서로의 음악 세계를 내세우며 영감을 주고받고 그 와중에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가며 함께 성장하고 싶었다. 이번 앨범 작업은 언젠간 꼭 해볼 것이라고 마음먹었다. 과거부터 마음먹은 것을 이제서야 실행하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Syncrofusion> 프로젝트에 대해 정의를 내리자면 무엇이라 말할 수 있는가?
현재의 생각들과 영감 받은 것들을 자주 표현하는 것이 나만의 음악 스타일이라면, 거기서 더 나아가 색다른 표현 스타일과 타인의 생각을 함께 곁들여 바로 실행에 옮긴 것을 <Syncrofusion>이라 할 수 있다.
‘브랜뉴뮤직’은 힙합 레이블이다. 이번엔 왜 힙합을 택하게 된 것인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했던 장르가 힙합이었고, 가장 어려운 것에 도전하고 싶었다. 이전에도 힙합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레이션 제의는 넘쳐났지만, 가끔 피처링으로 참여했던 것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들을 원래 잘 알고 있었는가?
미스틱89와 했던 <Syncrofusion>은 그나마 편안한 마음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방법으로만 일을 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막상 시작하고 나니 그들과 금방 친해질 수 있었고,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힙합에 대해 재해석하는 계기가 되었고, 힙합을 어려워하는 마음도 떨쳐낼 수 있었다. 음악적 시각을 넓혀주고 한 걸음 더 발전했다.
그들과 어떻게 함께하게 되었는가?
첫 번째 시도에 스스로 만족했기 때문에 두 번째 시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차올라 있었다. 고민을 많이 해본 뒤, ‘그렇다면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힙합을 해보자’라고 결정을 내렸다. 본격적으로 힙합 음악을 자주 듣게 되었는데, 그 당시 브랜뉴뮤직 레이블 아티스트의 음악을 많이 들었다. 특히 버벌진트. 그만의 감성이 귀에 쏙쏙 들어오더라. 나중에 그들과 친해지고 나서 알게 된 건데 그 타이밍에 버벌진트 역시 나와 함께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나이스’한 타이밍이었다.
그동안의 창법과는 사뭇 다르다. 더 내려놓은 느낌이다.
굳이 창법을 정하고, 노래를 누른 것은 아니다. ‘달아요’의 원곡은 발랄하고 상큼한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버벌진트와 함께 부른 이 곡은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를 바라볼 때의 입장도 표현했다. 그 모습이 잘 표현되어 기쁘다. 그래서일까? 뮤직비디오도 제작하게 됐다. <Syncrofusion>의 의도와도 잘 맞아떨어져서 만족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Syncrofusion>의 시리즈를 이어갈 것인가?
공연을 많이 하면서 느꼈다. 단독공연은 나만의 색깔이 가득한 공연을 하지만, 다른 아티스트들과 함께 서는 무대는 내가 갖지 못한 색깔까지 풍긴다. 음악뿐만 아니라 어떠한 일이든 배움이 가장 중요하다. 스스로의 장착적인 고집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타인의 말에도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원래의 계획은 올해까지만 <Syncrofusion>을 하는 것이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진 않았지만 앨범 하나 정도 정규 앨범을 발매하고 그 후에 또 <Syncrofusion>를 하고 싶고, 계속 이어갈 것이다. 정규 앨범에서 보여주지 못한 또 다른 모습을 팬들에게도 선보일 수 있는 좋은 창구이다.
혹시 박정현이 주목하고 있는 아티스트는 누구인가?
브랜뉴뮤직의 송라이터들의 감각이 매우 좋다고 생각했다. 전달력이 매우 좋다. 특히 버벌진트. 함께해서가 아니라 뮤지션으로서 그의 음악과 프로듀싱을 존경한다. 그리고 싱어로서 주목하고 있는 아티스트는 알리와 에일리. 자신들만의 감성이 있으며, 노래할 때 그 깊이가 리스너를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 밖에도 꽤나 많다. 음악이 대부분 세련되고, 랩역시 깔끔해서 빈지노의 음악도 자주 듣고 있고, 독특한 자신만의 색을 잘 보여주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도 자주 듣고 있으며, 인디 신에서도 관심이 많다. 예전부터 디어클라우드의 음악을 좋아한다. 그들의 공연을 가끔 보러 가기도 하는데, 괜히 나 때문에 긴장하거나 당황할까봐 연락도 없이 몰래 찾아가곤 한다.
그렇다면 요즘은 어떤 음악을 즐겨 듣는가?
물론 힙합! 브랜뉴뮤직과 작업하기 전 음악적인 교류를 많이 했다. 라이머가 끊임없이 힙합 곡을 추천해줬다. 메시지로 한 페이지 가득 담아줬다. 뮤직비디오 링크까지 메시지에 포함해서 달아서 여러 번 보냈다. 그래서 그가 보내준 그 리스트로 한동안 힙합 음악만 들은 듯하다. 하지만 곡 작업에 들어갈 때쯤엔 음악을 잘 듣지 않는다. 혹시나 무의식적으로 새로운 음악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곡이 나왔으니 다시 자주 듣는 편이다. 엠비언트처럼 감성적인 음악이나 포크 음악을 자주 듣는다.
최근 <불후의 명곡> 마이클 볼튼 편을 준비하면서 그를 만났다. 어땠는가?
한국에서 조용필을 만난 것과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최근에는 음악 활동을 활발하게 하지 않아 그저 ‘옛사랑’으로 느껴졌다. <불후의 명곡>을 준비하면서 그의 음악을 다시 한 번 쭉 들었는데, 마치 그 ‘옛사랑’으로만 느껴졌던 기분이 스르륵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어떤 인물인가? 음악 이야기도 많이 했는가?
물론이다. 깊이있는 음악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와 음악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현실이 꿈만 같았다. 나는 다시 소녀 때 팬의 모습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는 후배 가수들에게 한 명 한 명 짚어가며 조언을 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직설적인 이야기도 부드럽게 풀어가며 진심으로 조언을 해주는 모습이 때로는 엄격해 보이기도, 때로는 자상해 보이기도 했다. ‘역시 후배들에게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나 또한 그와 같은 선배가 되리라 마음먹었다.
이번엔 다이나믹듀오와 <그 해 겨울>을 준비한다.
힙합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것이 처음이라 지금까지 해온 <그 해 겨울> 중 가장 도전적인 공연이다. 그렇기에 더욱 준비를 많이 했다. 지금까진 로맨틱한 콘셉트로 유지했는데, 이번 공연은 그 로맨틱함을 다른 시각으로 해석해 다이나믹 듀오와 내가 각자 갖고 있던 모습의 정반대 모습의 조화를 선보일 것이다. 깜짝 놀랄 만한 변신도 있다. 기대해도 좋다.
자세하게 그 ‘놀랄 만한 변신’이란 것이 무엇인지 말해 줄 수 있는가?
박정현이 혼자 할 때 보여주지 못한 모습, 다이나믹듀오가 다이나믹듀오로만 있을 때 보여주지 못한 부분을 두 팀이 함께 하나가 되어야만 볼 수 있는 그림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유쾌한 모습도 좋지만 로맨틱한 모습도 멋질 것이고, 나의 로맨틱한 모습도 그들을 만나 유쾌해진 있는 무대를 선사할 것이다.
박정현과 다이나믹듀오의 그림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전에도 함께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서 서로를 잘 알고 있다. 오히려 우리는 그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좋은 친구들과의 무대이기에 에너지는 당연히 넘칠 것이고, 관객들도 그것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 자부한다.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수줍은 음악생활’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무슨 말인가?
눈치를 보며 음악을 하지 않겠다는 뜻. 음악을 오랫동안 할수록 음악을 잘한다는 편견이 생긴다. 언제부턴가 거기에 대해 부담을 갖거나 눈치를 보면서 음악을 했던 스스로를 발견했었다. 기대감에 딱 맞는 부응을 하고 싶어 새로운 면을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에 두려워했던 모습을 버리려 한다. 틀려도 ‘쿨’하게 인정하고 그 다음에 더 좋은 모습을 선보이고, 더 좋은 음악으로 보답하면 그만이다. 정리하자면 욕을 먹더라도 소신 것 할 건 하고, 못하는 건 과감히 버리는 것이 그런 음악생활을 대변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은 ‘수줍은 음악생활’을 하지 않고 있는가?
사실 난 소심하다. 아직도 소심하다. 음악까지는 그런 성격을 내비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중이다. 그런 성격으로 음악을 한다면 나의 음악적인 행보는 매일 제자리걸음일 것이다. 오로지 나의 길만 고수하면서 외골수처럼 외길을 고수한다면 마니아층은 넓어지겠지만, 그 이상의 발전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나는 다양한 시도를 하며 해보고 싶은 음악을 다 해보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세월이 흘러도 컨디션을 그대로 유지하는 뮤지션으로도 유명하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
철인이 아니기에 컨디션에 따라 실력이 오락가락하는 편이다. 특별히 컨디션을 위해 관리하는 건 없으니 지금까지 유지한 것도 기적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비결이라고 할 건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잘 먹고, 잘 자는 것이다. 재미없고 뻔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그 뻔하고 재미없는 것들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어떻게 노래를 하는가? 국내 최고의 여성 보컬이기에 더욱 궁금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기대하는 만큼의 에너지를 내려면 평소보다 두 배는 힘들다. 이것은 나뿐만이 아닌 모든 가수에게 적용되는 이야기다. 컨디션이 좋을 땐 기교를 부리고, 소리를 아무리 내질러도 전혀 힘들지 않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나 역시 힘들다. 심적으로 느끼는 컨디션은 최대한 관객이나 카메라에 감추려 하지 않는다. 억지로 감추면 관객들과의 소통에 진심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즉 그 무대는 거짓 무대가 되는 것이다. 그를 인위적으로 나타내지 않고, 때에 따라 재해석해 표현하는 편이다. 오히려 그것이 내 마음도 편하고 관객들의 마음도 편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the bling>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the bling>은 매우 ‘힙’한 매거진으로 알고 있다. 좋아하는 뮤지션도 많이 나와서 즐겨 보고 있었다. 혹시 내가 이 잡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한 명쯤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그런 의문점들을 싹 날려보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의 음악 역시 들어보면 <the bling>과 매우 잘 어울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윤신영 포토그래퍼 장한 헤어 & 메이크업 김민지 어시스턴트 최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