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눈물로 한 때 각광을 받았던 김재형 연출가의 사극에서 '구로자와 아카라'의 서사극 연출방식에 대한
적극적 모방과 도입의 흔적들을 느낄 수 있다.(개인적으로는 가장 하수적인 모방을 느꼇더랬다)
마찬가지로 '오즈 야스지로'의 잔잔하고 섬세, 진솔한 생활 드라마들은 한국 가정극 연출가나 작가들에게
구로자와의 그것보다 더 압도적인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된다.
그 연출의 경지까지 도달한 사례들은 볼 수 없지만서도...
여기 한 블로거의 글을 소개한다.
홀로있는 엄마와 외동딸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참고되는 바가 있을까??? 있었으면 좋겠다.
대만 최고의 감독 '허 샤오시엔'은 공공연하게 '오즈 야스지로'에게 영향받은 바를 이야기하곤 하였다.
아시아 영화에서 '오즈 야스지로'와 '허 샤오시엔'은 우수와 애환이 깃들인 현재 삶에 관한
진솔한 드라마에 있어서 세계가 인정하는 대 작가이다.
우리도 그들의 작품에서 무언가 가져올 것을 발견한다면 행운이라 생각된다.
Akibiyori (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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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주소를 카피해서 보시기 바람
그래도 혹 조그만 수고라도 덜까하여
본문내용은 아래에 가져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오즈의 흑백 시절보다는 칼라 시절을, 초기보다는 후기 영화들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초기 작품은 보기 힘들기도 하지만......) 오즈의 후기 작품에는 삶에 대한 관조가 있고,
초기보다 훨씬 더 많은 여유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중 년 남자 주인공들이 주고받는 대화에는 고민들도 있지만, 이런저런 세상만사를 다 겪은 이들이
느긋하게 나누는 이야기들처럼 느껴진다. 때로는 유머러스하고, 때로는 선문답 같기도 하다.
그들에게도 고민이 있지만 아등바등 거리지는 않는다.
나루세 미키오의 영화와 비교해 보면 오즈의 영화는 더더욱 그렇다.
나루세의 영화에는 돈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나루세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
그러나 오즈의 주인공들은 중산층이거나 혹은 그 이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들이다.
후기 영화에 갈수록 나루세처럼 돈 이야기는커녕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온다.
돈까스, 장어, 라면, 이런 대화들이 상황을 느슨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맛있는 음식 얘기를 하는데 악담이 나올 리가 없다.
<가을 햇살>(秋日和 / Late Autumn, 1960)도 음식 이야기로 풍요롭다.
#영화속 음식이야기로 본 <가을 햇살>
오즈의 등장인물들이 술을 홀짝거리는 모습은 군침이 돌게 만든다. 참으로 달게 마신다.
나이가 들면 먹는 데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으니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것이다.
어쩌면 거의 모든 인간들의 자연스러운 욕망일 것이다.
친구의 기일에 만난 친구들은 노부부가 우에노에서 운영하는 맛있는 스테이크 집과
마츠자카의 돈까스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시골에서 올라온 친구의 형을 만나자 보내준 전복 절임을 잘 먹었다는 인사를 전한다.
기 일 추모 행사가 끝난 후 세 친구 마미야(사부리 신), 히라야마(기타 류지), 다구치(나카무라 노부오)와 모녀는
요정에 간다. 음식이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잘 먹고 마신다.
똑같은 식당 주인 여자(다카하시 도요코)가 나오고, 모녀가 먼저 돌아간 후 세 친구는 수다를 떤다.
이제는 다 큰 친구의 딸 아야코(츠카사 요코)를 시집보내자고.
마 미야가 아야코를 불러내 점심을 사주면서 남자를 소개시켜주겠다고 한다.
오즈의 여러 영화에 나오는 식당들은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 없는 경우가 많다.
<가을 햇살>에서도 마찬가지다.
오즈는 때로 식당을 실제 공간이 아니라 영화적인 공간으로만 활용할 뿐이다.
소개시켜주겠다는 부하 직원 고토(사다 케이지)네 집은 후시미에서 양조장을 한다고 한다.
엄 마(하라 세츠코)와 아야코는 오랜만에 돈까스 집에서 외식을 한다.
딸이 계산하겠다고 하자, 엄마는 다음번에 내라고 하면서 자기가 계산한다.
그러면서 한 달 혹은 두 달, 그게 아니면 세 달에 한 번이라도 둘이 같이 식사를 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마미야는 골프 숍에 들렀다가 혼자 커피숍에 앉는다.
커피를 주문하다가 고토와 함께 데이트를 하는 아야코를 만난다.
골프장의 휴게실에서도 세 친구는 맥주를 기울이며 엄마와 딸, 둘 다 시집보내자는 이야기를 꺼낸다.
(다른 영화에도 등장하는) 술 집 루나에서 세 친구는 만난다. 다구치가 먼저 오고, 마지막으로 히라야마도 온다.
결혼 이야기를 꺼내보겠다던 다구치는 말도 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기대하면서 온 히라야마는 친구들이 아무 얘기도 꺼내지 않자 멀뚱하니 앉아 땅콩만 축낸다.
마 미야는 다시 식당에서 아야코를 만나서 진지하게 결혼 얘기를 꺼낸다.
아야코가 엄마는 어떡하느냐고 묻자 재혼 얘기를 꺼낸다.
해피엔딩으로 끝나겠지만, 여기서부터 잠시 모든 일들이 꼬이고 긴장감이 조성된다.
엄마의 재혼 얘기에 화가 난 아야코는 가장 친한 친구인 유리코(오카다 마리코)네 집에 간다.
유리코네 집은 스시 가게를 한다. 손님들이 주문을 한다.
“대합도 참 맛있어. 바다의 진미지.” “대합 보들보들한 걸로 줘.”
아야코는 고토와 함께 라면을 먹으면서 엄마에게 짜증을 냈다고 한다.
고토는 자기가 화를 내면서 토속품 인형들을 깨뜨린 해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두 사람 사이는 더욱 친밀해진다.
유 리코는 마미야의 사무실로 찾아와서 당돌하게 따진다.
이미 히라야마와 다구치는 유리코에게 야단을 톡톡히 맞은 후다.
설명을 듣고 화가 풀린 유리코는 아줌마에게 재혼 의사가 있다고 말한다. 히라야마의 표정이 밝아진다.
유리코는 자기 집이 아닌 것처럼 속이고 세 친구를 스시집으로 데려간다.
“단골인가 보네?” “네, 매일 와요.”
계산은 아직 재혼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진 히라야마의 몫이다.
마미야는 도로를, 다구치는 대합을, 히라야마는 피조개를 주문한다.
모 든 오해가 풀린다. 결혼식을 치르기 전 아야코는 엄마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돌아오는 날 아침 모녀는 단팥죽을 같이 먹는다.
<무네카타 자매들>에서 두 자매가 단팥죽을 통해 화해하듯이.
엄마는 그날 먹는 단팥죽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거라고 말한다.
식당 창밖으로 푸른 산이 가까이 보인다.
< 가을 햇살>은 딸의 결혼에 관한 영화다. 그러나 다른 영화들에 비하면 독특한 변주가 이루어진다.
오즈의 다른 영화에서는 남자/가장이 딸을 시집보내려 한다.
물론 <가을 햇살>에서도 딸을 시집보내려는 것은 남자들이다.
그들은 죽은 친구를 대신해서 친구 딸의 결혼 문제를 고민한다.
(참 좋은 친구들이다!!!) 그러면서 아직도 매력적인 친구 부인도 재가를 들게 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홀 어미가 돼서 딸과 사는 어머니 역을 맡은 것은 하라 세츠코이다.
<만춘>에서 시집가지 않겠다고 버티면서 아버지를 고민하게 만들었던 그녀가
이번에는 시집가지 않겠다는 딸 아야코 때문에 걱정을 한다.
오즈의 변주 중에서도 가장 유머러스하고 풍자적인 역할 변경이다.
아버지를 고민하게 만들었던 젊은 딸은 중년의 엄마가 되어 이제 딸에게 ‘복수’를 당한다.
그런 모습에서 담담하게 흘러간 세월을 보게 된다. 시간이 지난 만큼 주인공들의 역할도 바뀐 것이다.
< 가을 햇살>이라는 제목답게 영상이 예쁘다. 빛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른 봄>에서와 마찬가지로 물에 반사되어 벽면에 어른거리는 햇살이 넘실거린다.
<가을 햇살>이라는 제목과 참으로 어울린다.
파란 하늘과 철탑으로 시작된 영화는 첫 시퀀스 내내 물에 반사되어 벽에 비치는 공간들이 이어진다.
기일 추모 행사를 하는 산사, 산사의 복도, 마루, 추모객들이 앉아 있는 방에 햇살이 어른거린다.
직접 비치는 광선이 아니라 물에 한 번 부딪쳐 한층 부드러워진 빛이 그들의 세상을 감싸고 있는 것이다.
#영화이야기
음 식 얘기를 빼고 내용을 다시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미인인 엄마인 아키코는 약국 딸이었다.
학창시절에 세 친구 마미야, 다구치, 히라야마 모두 그녀 때문에 약국에 필요하지도 않은 약을 사러 가곤 했다.
그러나 결국 아키코가 스무 살이 되던 해,
친구인 미와와 결혼하는 바람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벌써 친구 미와가 죽은 지도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엄마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딸은 스물다섯 살이 되었다.
엄마는 친구의 복장학원에서 강의하면서 딸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세 친구는 엄마도 여전히 아름답지만, 아야코가 25세이니 중매를 서겠다고 자청한다.
항상 말만 앞서는 다구치가 주선하려 한 남자는 이미 혼처가 정해져버렸고,
마미야가 와세다 대학을 나오고 회사 농구부 주장을 하는 고토를 소개시켜준다.
그런데 아야코는 전부 퇴짜를 놓아버린다. 엄마에게는 시집가지 않고 엄마랑 같이 살고 싶다고 얘기한다.
“봄날은 길어야죠.” 하면서.
하 이킹을 간 회사 동료가 고토와 아야코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다.
마미야는 두 사람이 잘 되기를 바라면서 덕담을 해준다.
세 친구는 다시 만나 엄마가 재혼을 한다면 아야코도 부담을 갖지 않고 결혼하지 않겠느냐는 결론을 내린다.
그래서 세 친구는 엄마의 재혼도 동시에 추진하기로 한다.
그 대상으로는 세 친구 중 한 명이며, 상처한 히라야마 교수가 뽑힌다.
어린 시절부터 아키코를 좋아했던 히라야마 교수는 쑥스러워하지만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그런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아키코는 재혼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마미야는 아야코를 불러서 엄마도 재혼하면 되니까 결혼하라고 설득을 한다.
히라야마와의 재혼 얘기를 들은 아야코는 토라진다. 엄마와 말도 하지 않고 오해를 하면서 집에서 나가버린다.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없어요? 아버지한테 부끄럽지도 않아요?”
엄마는 영문도 모른 채 딸의 화난 목소리만 듣는다.
아야코는 친구인 유리코에게도 짜증을 내고, 고토를 만나서도 불만스러운 이야기를 꺼낸다.
유리코는 자기 아버지도 재혼했는데 이해해야 되지 않냐고 말하고, 고토도 돌아가신 어머니 얘기를 꺼낸다.
유리코가 아야코네 집에 놀러왔다고 재혼 얘기를 들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히라야마 교수와의 재혼 얘기는 금시초문이다. (이제부터 반전!!!!! ^^;;)
마미야의 사무실에 히라야마가 풀이 죽어서 찾아온다.
일이 엉뚱하게 됐다며 조용한 회의실로 데리고 간다. 거기엔 이미 화가 잔뜩 난 유리코가 와 있다.
세 친구는 당돌한 유리코의 말에 찍소리 못하고 야단을 맞는다.
그러면서 아줌마에게는 재혼 의사가 있다는 말을 듣는다. 히라야마의 얼굴에 갑자기 화색이 돈다.
똘똘한 유리코는 자기가 중간에서 이야기를 전달하겠다면서 세 친구를 자기네 식당에 데리고 가서
바가지를 옴팡 씌운다.
엄마와 딸은 시집가기 전 백부가 여관을 하는 동네로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재혼은 불결하다고 생각하는 딸에게 엄마는 말한다.
“네 아버지 한 사람으로 족해.”
엄 마는 지금 이대로가 좋고, 자기는 자기대로 살아갈 테니 걱정하지 말고 결혼하라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눈물이 나온다. 훌쩍거리다가 두 손으로 눈을 가리는 딸을 보면서 엄마도 눈물을 훔친다.
날이 밝는다. 수학여행단이 지나간다. 엄마와 딸은 먼 산을 바라보면서 식당에서 단팥죽을 같이 먹는다.
“여기서 단팥죽 먹은 거 잊지 못할 거야.”
창밖의 산을 보여준 후, 카메라는 바로 결혼식장을 비춘다.
기념사진을 찍는 신랑신부. 두 사람을 바라보는 엄마. 백부와 아버지의 친구들.
가장 절친한 친구인 유리코의 모습이 차례대로 스쳐 지나간다.
이제 결혼식이 끝나고 세 친구는 단골 요정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마미야에게 이제 딸을 시집보낼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시집보내는데 아주 재미를 붙인 모양이다.
엄마는 혼자 이불을 편다. 엄마밖에 없는 아파트에 시계 소리만 크게 들린다.
노크 소리. 유리코가 찾아와서 자주 놀러 와도 되느냐고 묻는다.
딸 친구가 너무 반갑다. 아마도 유리코가 다음 차례로 시집을 갈 것이다.
문을 잠그고 불을 끈다. 이불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옷을 갠다. 잠시 생각에 잠긴다.
딸을 시집보내고 나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글썽거린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표정이다.
아버지에게든 어머니에게든 딸을 시집보낸다는 일은 힘들면서 기쁜 일이다.
하라 세츠코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여러 감정들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