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펌 - [세상읽기] 정신질환에 대한 몇 가지 편견 /윤경일

작성자박하|작성시간16.03.15|조회수63 목록 댓글 0

[세상읽기] 정신질환에 대한 몇 가지 편견 /윤경일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2016-03-14 19:45:40
  • / 본지 30면
   
정신의학의 변천사를 보면, 오래전에는 질병의 개념을 신경학적 관점으로 바라보다가 심인성 요인이 등장하면서 신경정신의학이라는 말이 사용되었다. 그 이후 불안, 우울 등 심인성 질환들이 주된 치료적 대상이 되면서 정신의학이란 용어로 바뀌었다. 현대에 와서는 생물학적 치료기법과 뇌 과학의 급속한 발전으로 상당수 질환이 뇌기능 장애에 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다시 신경정신의학의 개념이 통용되고 있다.

신경성 노이로제 환자 일부는 가끔 '정신과'로 가야 할지 '신경정신과'로 가야 하는지 묻는다. 원무과에서 안내해 준 곳을 와 보면 막상 '과'의 이름이 '정신건강의학과'다. 어느 쪽이 맞는지 당황스러워 하는데 세 가지 용어 모두 같은 과로서 정신적인 문제를 치료하는 곳이다.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는 실제 많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 탓에 적절한 치료를 못 받는 경우가 흔했다. 2011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정신질환에 걸린 적이 있는 사람들 중 15%만 정신의학적 전문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 선진국에 비하면 아주 낮은 수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보다 포괄적이고 긍정적 이미지의 정신건강의학과로 개명되었다. 정신장애의 대표 격인 정신분열병이라는 진단명 역시 너무 잔인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해서 조현병이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조현'은 악기 거문고의 줄을 고른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약물처방이 필요없는 단순 상담만 했는데 진료기록이 남아 보험가입을  할 때 불이익을 받아야 했으나 지금은 진료코드를 따로 분류해 정신질환으로 기록을 남기지 않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사회제도의 변화로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개선되고 있으나 진료 일선에서 환자 및 보호자를 대하다 보면 아직 잘못된 인식들이 남아 있다.

정신질환에 한 번 걸리면 일반인보다 위험하다는 편견이 그 예다.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심성이 여린 사람들이 이 병에 걸리기 쉬운 경향이 있다.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이 가는 곳이 정신건강의학과로만 여기는데 그렇지 않다. 이 과는 생각, 감정, 수면, 스트레스, 사회적응, 인지기능 등 다양한 심리 내면의 문제를 다룬다. 정신병 때문에 내원하는 환자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또 정신과 약을 먹으면 멍해지고 바보가 된다는 편견도 있지만, 결코 머리가 나빠진다거나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데도 임의로 치료약을 줄이거나 중단하면 오히려 재발과 만성화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다. 고전적인 약물 일부에서 부작용을 유발했지만 근래 약물은 그런 부작용들이 거의 없다.

정신과 약은 한 번 복용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편견도 있다. 사실 약물 복용을 끊으면 증상이 나빠지는 것은 약물 의존성보다 질병의 속성상 증상이 악화되어 환자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경우가 더 많다. 반면 정신질환임에도 우리 사회의 관용적 인식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있어 왔다. 알코올중독과 아동학대가 대표적이다. 알코올중독은 가정을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정신장애인데도 가족들은 당사자가 단지 술을 좋아하는 체질이라는 식으로 바라본다.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정신병동에 입원시킨다.

최근 아동학대에 의한 살인이 경종을 울리고 있다. 11세 소녀가 부친의 학대와 굶주림을 피해 뼈만 앙상한 채 맨발로 탈출하는 사건이 알려지면서 그 현실이 드러났다. 중학교 여학생은 친아버지와 새엄마에게 맞아 사망한 후 백골 상태로 발견되었고,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후 시신을 암매장한 비정의 엄마도 있었다. 

인면수심 행위들은 심각한 정신병리다. 내 자식이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심리는 부모와 자식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현실 판단력 손상에 기인한 것이다.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은 것은 아동학대를 가정교육이라는 왜곡된 차원에서 보는 경향이 있었고, 남의 자식 교육방식에 개입하기 꺼린 바가 크다. 자식에게 폭력을 휘두른 부모 역시 심하게 맞고 자란 터라, 성장과정에서 형성된 삐뚤어진 자아가 성격장애를 일으키기 쉽다.

계절은 봄이 왔으나 정신적 고통을 겪는 환자들은 겨울 속에 갇혀 있다. 정신의학에 대한 개념이 긍정적으로 많이 바뀌었으나 알코올중독과 아동학대 등은 정신질환이라는 관점에서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겠다. 반면 조현병과 같은 뇌기능 이상으로 고된 삶을 살아가는 환자들에게는 좀 더 포용적인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부산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