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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과학읽기

법도의 상징, ‘규구준승(規矩準繩)’의 유래

작성자박하|작성시간10.04.16|조회수1,303 목록 댓글 4

'木之就規矩 (목지취규구) 나무가 ‘규구’에 나아감은

  在梓匠輪輿 (재재장윤여) 목수와 수레장이에 달려있다.

-符讀書城南 韓愈 <古文眞寶> 39쪽

 

고전(古典)을 공부할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만나는 용어들이 있다. 적절한 비유를 위해 사용하는 것들로 대개 고사성어(故事成語)나 건축공사와 관련되어있다. 특히 건축과 관련된 것 중에서 ‘규구(規矩)’ 또는 ‘규구준승(規矩準繩)’이란 말이 자주 등장한다.


사전에서 규구준승을 찾아보면,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법도’, 또는 ‘컴퍼스, 자, 수준기 먹줄의 뜻’으로 되어있다. 본래의 뜻은 건축공사를 할 때에 반드시 필요한 계측기(計測器)들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들 계측기는 어떻게 생겼을까? 옆의 <그림 1>에는 이들 네 가지 도구를 보여준다.

 이들 도구들은 실제 공사에서는 어떻게 사용하였을까? 차례대로 살펴보기로 하자.


그림 1) 한대의 화상석(畵像石)

 

▶규(規), 컴퍼스  

<그림 1>의 우측 상단에 나온다. 동그라미(원)를 그릴 때 사용한다(規圖爲圓制度)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그림 2>은 중국 고대 한(漢)나라 때에 화상석에 나온 그림으로, 창세신화의 주인공으로 세상을 창조한 복희씨와 여와가 각각 규(規)와 곱자(矩-曲尺)를 들고 있다. 즉 규와 구는 반드시 함께 등장하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규는 ‘법 규’자로 알고 있지만, 본래 의미는 원을 그리는 도구로 요즘의 컴퍼스를 말한다. 동그라미를 그릴 때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동그란 구멍을 뚫을 때, 또는 원기둥을 만들 때, 수레바퀴를 만들 때 등등 이 컴퍼스를 사용해야만 한다.    

한편 한자말 중에 '법 규(規)‘자가 들어가는 단어를 살펴보자.

 

규칙(規則), 규범(規範), 규약(規約), 규율(規律), 규정(規定) 등이다. 이들 단어들은 모두 반드시 지켜야할 원칙, 법도를 뜻하는 말들이다. 단어들로만 상상할 때는 동그라미가 아니라 직각이나 사각형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 기원은 목수의 필수 연장인 컴퍼스, 동그라미를 그리는 자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고대의 규칙이나 규율은 동그라미처럼 포용력(?)이 있었단 말인가.


▶구(矩), 곱자(曲尺)  

<그림 1>의 좌측 상단에 나온다. 네모(方)를 그릴 때 사용한다(矩圖爲方制度)라고 되어있다.

 곱자는 ‘ㄱ’자 모양으로 곱은 자이다. 갈래가 직각(90도)을 이룬 자를 말한다. 그 아래 <그림 2>의 하단에는 직각 부분에 빗댄 곳이 있다. 이는 황동이나 스테인리스 제 곱자가 등장하기 전에 나무로 만든 자일 때에 찌그러지지 않도록 한 장치이다. 곡자라고도 하는데 이는 잘못 부르는 말이다. ‘곱다’란 ‘바르지 않고 고부라지거나 휘어지다’는 뜻에서 온 순 우리말이다. 일례로 곱사등이, 곱슬머리, 곱창 등에서도 알 수 있다. 

곱자는 목수 연장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다. 즉 집짓기를 할 때 각기둥을 만들 때, 부재와 부재를 서로 맞물리도록 장부나 촉이음 등을 만들 때, 길이나 너비, 깊이 등을 잴 때도 반드시 필요한 연장이다.

보통 긴 쪽으로는 1자5치, 짧은 쪽으로는 7치5푼으로 눈금이 새겨져 있다. 길이나 직각만 재는 것이 아니라 원주율까지 잴 수 있을 정도로 다용도로 활용된다.

한편 ‘矩’자가 들어가는 단어는 우리말에서는 자취를 거의 감추었지만 중국어에서는 구형(矩形), 구체(矩体)라는 말이 여전히 사용된다.


▶준(準), 수평기

<그림 1>의 우측 하단에 있는 것이 '준'이다. 평평함을 잰다('準圖爲平制度)라고 되어있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먼저 집터를 잡고서 땅을 평평하게 골라야 한다. 땅을 고른 다음 바닥이 평평한지 안한지를 쉽게 알기 위해 사용하는 연장이 수평기이다. 지금이야 정밀한 수평기(level)가 따로 있지만, 고대에는 <그림1>의 우측 하단에 있다. 나무 막대기를 삼각형 모양으로 만들어 사용했다. 즉 땅을 고른 다음 그 바닥이 평평한지, 축대를 쌓을 때 전후좌우가 평평한지, 석탑을 쌓을 때 수평이 잘 맞는지 등을 확인할 때 반드시 이 수평기를 사용했던 것이다.


승(繩), 먹통  

<그림 1>의 좌측 하단에 나온다. 직선으로 줄을 그을 때 사용한다(繩圖爲直制度).

 통나무를 베어서 집짓기를 하려면 먼저 나무껍질을 벗기고, 이를 만듯하게 마름질을 해야 한다. 사각기둥, 원기둥, 팔각기둥, 대들보, 도리, 서까래 등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전에 먹줄을 놓아야만 한다. 이 먹줄은 먹통의 한쪽에 부착된 실패에서 나온다.

사람들이 바보를 보고 곧잘 먹통이라고 하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먹통은 목수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연장이다.


한편 이들 목수 연장 중에서 가장 먼저 ‘규(規)’를 언급을 하는 이유는 뭘까? 아득한 고대에는 직각보다 원을 훨씬 더 많이 사용했다는 말일까? 일례로 원시시대 움집에서는 원형으로 된 움집들이 있기도 하다. 어쨌든 연장 중에서 ‘규’가 먼저 등장한 이유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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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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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박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0.04.16 지난 수요일(4/14) 고문진보 수업시간에 나온 내용입니다. 예전부터 한번 정리를 하려했는데 차일피일했지요. 근데 이번에 마침 규구에 관한 글을 또 만났지 뭡니까, 하여 이번에는 가만 안 둔다는 생각으로 관련 자료들도 쬐금 뒤적여서 소개하는 바입니다.
  • 작성자들꽃 | 작성시간 10.04.16 부지런한 박하셈, 덕분에 글 잘 읽었습니다. 어린시절 아버지가 직접 우리집을 지을 때 보던 도구들입니다. 당시 추억을 떠올리게 되네요. 그러면서 어찌 혼자서 집을 지으셨는지 아버지가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글입니다.
  • 작성자찬샘 | 작성시간 10.04.17 규 ! 규칙이 주는 직선적인 느낌이 아니라 둥근 것을 그리는 컴퍼스라...
  • 작성자박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0.04.18 재장(梓匠)은 '가래나무 재'와 장인 장. 나무 중에서 가래나무는 목질이 매우 단단하여 목수들이 나무 중의 으뜸으로 쳤다고 합니다. 그래서 목수를 일명 재인(梓人)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왕실의 관곽재, 가구재, 인쇄를 위한 판목으로 인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예로 책을 출판했을 때, 상재(上梓)라고 하는데 이는 가래나무로 만든 판목에 올려 책으로 찍어(인쇄)낸다는 말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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