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곽선생은 온종일 죽은 글만 읽는 선비다. 세상일에 매우 어두운 사람이었다. 어느 날 동곽선생은 당나귀를 몰고 책을 한 자루를 등에 지고 관직을 구하러 “중산국(中山國)”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때 갑자기 피를 흘리는 승냥이 한마리가 그 앞에 나타나 간절히 말했다.
“선비님, 전 지금 사냥꾼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사냥꾼이 쏜 활에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번했습니다. 저를 선비님의 자루 속에 숨겨주세요. 훗날 꼭 은혜를 갚겠습니다.”
승냥이가 사람을 해친다는 걸 동곽선생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부상한 승냥이가 가엾게 느껴진 동곽선생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너의 말대로 하게 되면 난 사냥꾼의 미움을 사게 된다. 그런데 이왕 네가 나에게 애걸한 이상 꼭 방법을 찾아 너를 살려주마.”
그런 뒤 동곽선생은 승냥이더러 사지를 웅크려 책 자루 속에 들어가게 한 뒤 끈으로 동여매었다. 얼마 후 사냥꾼이 쫓아왔다. 승냥이를 찾아 그가 동곽선생에게 물었다.
“선비님, 이쪽으로 달아난 승냥이를 보지 못했습니까? “
그러자 동곽선생이 말했다.
“난 보지 못했는데요, 여기는 갈림길이 많아서 혹시 다른 길로 갔을지도 모르지요.”
사냥꾼은 동곽선생의 말을 믿고 다른 길로 쫓아갔다.
승냥이는 책 자루 속에서 사냥꾼의 말발굽소리가 점차 멀어진 것을 듣고는 말했다.
“선비님, 저를 이제 놓아주십시오. “ 인자한 동곽선생은 승냥이의 간절한 말을 듣고 그를 놓아주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풀려난 승냥이는 큰 소리로 으르렁거리면서 동곽선생에게 대뜸 말했다.
“난 지금 배가 무척 고파요, 선비님이 선심으로 제 목숨을 살려주었는데 좋은 일을 한번만 더 해서 제가 선비님을 잡아먹게 해주세요.”
그러면서 이빨을 드러내고 발톱을 치켜세우면서 동곽선생에게 덮쳐들었다.
동곽선생은 맨손으로 승냥이와 싸움을 하면서 “이 배은망덕한 놈!”이라고 외쳤다.
바로 이때 한 농민이 호미를 메고 지나갔다. 동곽선생은 다급히 그를 잡고 농민에게 자초지종을 들려주었다. 그러나 승냥이는 동곽선생이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사실을 부인했다.
농부는 잠깐 생각한 뒤 둘에게 말했다.
“난 당신들 말을 모두 믿을 수 없네. 도대체 이 작은 자루에 저렇게 큰 승냥이를 어떻게 들어간단 말인고? 만약 내가 직접 볼 수 있게 다시 들어간다면 모를까.”라고 말했다.
이에 찬동한 승냥이는 다시 땅에 누워 온몸을 웅크리고 자루 속에 들어갔고, 동곽선생은 다시 자루를 묶었다.
농부는 즉시 자루를 꽁꽁 동여매고 동곽선생에게 말했다.
“사람을 해치는 이런 짐승은 본질을 고칠 수 없소. 승냥이에 인심을 베푼다는 것이 너무나도 황당한 일이요.” 라고 말하고 나서 호미를 들어 승냥이를 때려죽였다.
그제야 깨달은 동곽선생은 농민이 제때에 목숨을 살려준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이 이야기는 13세기 중국 명나라시기 마중석(馬中錫)의 “동전전”-“東田傳”에 실린 이야기이다.
현재 “동곽선생(東郭先生)”과 “중산승냥이(中山狼)”는 이미 중국어의 고정적인 단어로 됐다. “동곽선생”은 시비를 가리지 못하고 동정심을 마구 베푸는 사람들을 가리키고 “중산승냥이”는 배은망덕하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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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3.07.29 물에 빠진 사람 건제 주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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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운중 작성시간 13.07.29 아,실감나는 우화이군요.. 인생 오래 살다보면 가끔 이런 변을 당하지요.저도 오래전에 어떤사람 도와주었다가 배신당한 쓰라린 경험이 있지요. 고향후배, 직장후배,친척 등 몇건 되는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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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시내 작성시간 13.07.29 정확한 기억은 아니고요...
어부가 건져올린 그물에 걸린 호리병속의 악마(?)...
악마가 건져올려지길 기다린 동안의 세월에 건져주지 않다 늦게 건져올려져서 오히려 해하려했던.
그래서 어쩌구 해서 다시 병 속에 가두는...
맞는지 아리송?
우화 - 재밋게 읽고갑니다.ㅋㅋ -
작성자찬샘 작성시간 13.07.30 “동곽선생(東郭先生)”과 “중산승냥이(中山狼)”
비슷한 얘기 많아 단디 외워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