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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쓴 글이 단숨에 읽힌다...독자는 저자 호흡 따라 읽어

작성자이일배|작성시간26.06.11|조회수17 목록 댓글 0

단숨에 쓴 글이 단숨에 읽힌다… 당신의 글에 '리듬'을 불어넣는 법

곽아람 기자

입력 2026.06.11. 03:00

 

독자는 저자 호흡 따라 읽어
머릿속에서 미리 완성, 손가락은 거들 뿐

 

아무리 훌륭한 이야기도 읽히지 않으면 이야기로서 의미가 없습니다. 책이든, 블로그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든 남에게 보이기 위한 글을 썼다면 가독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아도 오래오래 곱씹으며 끝까지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글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정도가 아니라면 일단 잘 읽히는 게 관건이죠. 즐겁거나 웃긴 내용이 아니라 비극을 다루더라도 한 번에 읽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튜브 쇼츠 등의 영향으로 긴 글이 읽히지 않는다며 책 두께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인데요. 사실 가독성에 두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얇은 책도 안 읽히는 글은 안 읽히고, 벽돌책이라도 일단 리듬을 타면 술술 읽히는 책이 있습니다. 한 예로 마이클 코넬리의 추리소설은 두꺼운데도 책장이 아주 잘 넘어갑니다. 가독성이 높은 책을 ‘페이지 터너’라고 부르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거죠.

“가독성이 있는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문장의 정교함과 가독성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쓴 글보다 어깨에 힘을 빼고 슬며시 쓴 글이 더 잘 읽히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독자가 저자의 호흡을 느끼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최근에 원고지 1500매 분량, 쪽수로는 450쪽짜리 단행본을 출간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낸 책 중 가장 두꺼운데요. 집필을 시작하며 아무래도 상당히 두꺼운 책이 될 것 같다고 예상하면서, 가장 고민한 것이 가독성이었습니다. 벽돌책은 겉보기에 질려 책장을 넘기는 일조차 하지 않는 분들이 많은데, 첫 장을 읽기 시작했을 때 몰입감을 주지 않으면 책의 생명을 담보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간 기사와 책을 쓰면서 깨달은 점 한 가지는, 단숨에 쓴 글이 단숨에 읽힌다는 거였습니다. 독자가 한 달음에 읽기를 바라면, 저자도 한 달음에 쓰는 것이 좋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독자는 저자의 호흡을 따라 읽으니까요.

책 한 권을 단숨에 쓰는 건 어렵지만, 소제목으로 분류되는 한 꼭지를 단숨에 쓰는 건 어렵지 않죠. 단숨에 쓴다는 것이 글을 쓰기 시작해 끝마칠 때까지 단 한 번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뜻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렇게 한다면 제일 좋겠지만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글을 쓰다가는 반드시 몸에 무리가 갑니다. 그래서 목표를 너무 높이 잡지 않고 한 꼭지를 웬만해선 하루 내에는 완성하자고 결심했습니다.

저는 일요일에 작업하는 걸 루틴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글을 일요일 하루 만에 완성하지 못하면 중간에 끊었다가 다음 일요일까지 한 주를 묵혀야 합니다. 그렇게 중도에 호흡이 한 번 끊어지고 일주일 후 다시 책상 앞에 앉으면 글이 제가 처음 의도했던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고 허리가 꺾여 맥없이 시들어버리곤 하더군요. 이번에는 되도록 그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고 결심하고 매 꼭지를 최대한 ‘하루 만에’, 호흡 끊김 없이 써내려갔습니다. 그 덕인지 독자들이 “두껍고 내용도 무겁지만 일단 읽기 시작하면 술술 읽힌다”고 평가하더군요.

단숨에 글 한 편을 완성하는 비결이 있냐고요? 머릿속으로 다 써놓으면 됩니다. 머릿속에서 수없이 쓰고 단어와 문장을 다듬어 적어도 첫 문장과 끝 문장은 완벽하게 만들어 놓은 다음, 비로소 키보드 자판에 손가락을 놓고 글자로 구현하는 거죠.

슬램덩크의 명대사 중 “왼손은 거들 뿐”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양손은 거들 뿐, 글쓰기는 손가락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겁니다. 머릿속에서 다 써놓은 글을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끄집어 내놓기만 한다면, 당연히도 그 글은 단숨에 완성되겠죠. 그리고 단언컨대, 그 글은 단숨에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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