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이야기] 나팔꽃과 비슷한 우리 고유종… 해바라기처럼 태양 따라 움직이는 꽃이죠
메꽃
김민철 기자
입력 2026.06.15. 00:40
동요 ‘햇볕은 쨍쨍’ 2절엔 ‘호미 들고 괭이 메고/뻗어가는 메를 캐어/엄마 아빠 모셔다가/맛있게도 냠냠’이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가사에 ‘메’가 비중 있게 나오는데 과연 무엇일까요.
박완서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도 “우리는 군것질거리와 소일거리를 스스로 산과 들에서 구했다. 삘기, 찔레순, 산딸기, 칡뿌리, 메뿌리, 싱아, 밤, 도토리가 지천이었고, 궁금한 입맛뿐 아니라 어른을 기쁘게 하는 일거리도 많았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여기서도 메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나팔꽃과 비슷하게 생긴 꽃 중에서 꽃색이 연한 분홍색인 식물이 있습니다. 6~8월 한여름에 피는 꽃이라 마침 요즘 한창입니다. 잘 보면 잎도 나팔꽃과 달리 창과 같이 긴 타원형이고 끝이 뾰족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고유종인 메꽃입니다. 요즘 길거리는 물론 언덕이나 빈터, 밭 언저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 메꽃의 뿌리를 ‘메’라고 했습니다. 메에는 전분이 풍부해 흉년 등으로 곡식이 부족할 때 먹는 구황식품으로 이용했다고 합니다. 동요에도 나오고 박완서의 성장소설에도 나오는 것을 보면 전에는 메를 캐어 먹는 일이 흔했던 모양입니다.
메뿌리를 생으로 먹으면 단맛이 돌고 쪄서 먹으면 군밤 비슷한 맛이 난다고 하는데, 꼭 한번 먹어보고 싶습니다. 메꽃의 어린순도 나물로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고구마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 같습니다. 메꽃과 고구마는 모두 메꽃과에 속합니다.
사람들은 메꽃보다 나팔꽃을 더 익숙하게 느끼지만, 메꽃이 더 오래전부터 이 땅에서 살아온 원조 우리꽃입니다. 나팔꽃은 수백년 전 우리 땅에 들어와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오긴 했지만 인도가 원산지인 귀화종입니다.
또 나팔꽃은 한해살이풀이지만 메꽃은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다시 말해 나팔꽃은 씨를 뿌려야 싹이 나지만, 메꽃은 씨를 뿌리지 않아도 봄이면 뿌리줄기에서 새싹이 올라옵니다. 다만 메꽃은 꽃가루받이를 하더라도 열매를 잘 맺지 못한다고 합니다. 열매 맺기가 힘들기 때문에 씨앗보다는 뿌리줄기로 더 잘 번식하는 식물입니다.
메꽃은 해바라기처럼 하루 종일 꽃이 태양을 향해 회전하는 향일성(向日性) 식물인 것도 재미있습니다. 해를 향해 회전하면 광합성을 더 많이 할 수 있고, 꽃의 온도가 높아져 곤충이 꽃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 저녁에 해가 지면 꽃잎이 오므라듭니다. 반면 나팔꽃 종류는 아침나절에만 꽃이 피고 대낮에는 오므라듭니다. 그래서 싱싱한 나팔꽃을 보려면 아침 일찍 찾아 나서는 것이 좋습니다.
메꽃과 비슷한 꽃으로, 바닷가에 피는 갯메꽃이 있습니다. 메꽃처럼 연분홍 꽃을 피우는데 잎은 둥근 하트 모양으로 귀엽게 생겼습니다. 갯메꽃은 5~6월에 피는 꽃이라 요즘 바닷가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