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가 선정하기
학교도서관의 모든 활동은 학생들의 삶과 유의미하게 연결되어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한다. 그래서 활동 주제는 가급적 교과와 연계하되 학생들의 삶을 관통하는 고민들, 예를들면 진로 선택, 친구 관계, 학습활동 더 나아가 우리를 둘러싼 사회적인 이슈를 염두에 두고 정하는 게 좋다. 초청 작가를 선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에게 만나고 싶은 작가를 물어보든지, 동아리 학생들에게 초청하려는 작가의 책을 읽혀 학생들의 반응을 미리 가늠해 보면 좋다. 작가와의 만남과 교과 연계를 고민한다면 교과교사와 상담하자. 교과교사에게 교과 밖으로 확장하고 싶은 단원이 있는지 물어보거나, 특정 단원이나 활동에 적용하고 싶은 책을 물어보자. 교과교사들은 종종 수업을 교과서 밖으로 확장하고픈 갈증을 느낄 때가 있다. 그 부분을 학교도서관이 건드려 주면 협력수업을 통해 작가와 만남까지 연결이 가능해진다.
2. 작가 섭외하기
출판사 등을 통해 작가의 연락처를 확보하고 연락을 취해 본다. 그러다 보면 작가와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도 있고, 강연료 책정 등으로 소통이 거북한 경우가 생긴다. 개인적으로 섭외하게 되면 각종 행정적인 절차에 시달려야 하니 출판사나 공공도서관 등 기관 지원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매년 2월쯤에는 시청이나 공공도서관 등에서 강사를 지원하는 내용의 공문이 쏟아진다. 그것들을 눈여겨보다가 적절한 것을 골라 신청해 두면 강사 섭외부터 강사료 처리까지 행정적인 부담을 덜 수 있다. 나는 3월 전에 강사 섭외를 완료하고, 매년 초 수립하는 학교도서관 운영계획을 검토하면서 작가와 만남을 도서관 운영 전체 흐름 속에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했다.
3. 사전 활동
강연의 성패는 참여자들의 독서 여부가 가른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책을 읽을까?
가. 학년별 권장도서 목록
학년별 권장도서 목록에 해당 작가의 책을 포함하면 학생들에게 홍보할 때 요긴하다.
나. 작가와의 만남 전시 코너 운영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하기 전에 해당 작가의 책을 종류별로 구입해서 작품 해설과 함께 전시한다. 작품 해설은 독서동아리 학생들이 읽고 기록할 수 있다. 동아리 운영이 어렵다면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 소개를 흥미롭게 꾸며서 붙여 두어도 효과가 있다.
작가를 선정할 때 교과 연계를 머릿속에 두고 시작한다. 특히 2018학년도부터 한 학기 한 권 읽기 활동이 국어 교과에 들어오면서 수업 시간 중에 책 읽기 시간이 확보되어 이를 적극 활용했다. 국어 교과와 협의 하에 초청하는 작가의 작품을 한 권 읽기 목록에 포함시키고 수업 시간에 읽도록 한다.
라. 독서동아리 활용
독서동아리 아이들이 해당 작가의 작품을 읽고 서평, 소감문 등을 작성해서 도서관 내·외부에 전시하면 다른 학생들의 독서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다. 특히 교사 독서동아리의 파급력이 크다. 담임교사나 교과교사의 발언 여부에 따라 해당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한다. 학생 동아리가 작가의 작품 중 한 장면을 협동화로 제작하여 전시하거나 책 소개 북트레일러를 제작하여 전교생에게 방송을 통해 상영해도 좋다.
마. 사전 학습지(참가 신청서) 작성
사전 학습지는 신청서에 학습 요소를 가미하여 작성한다. 책을 읽고 감상을 길게 쓰라고 하면 대부분 학생들이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책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이해한 내용을 학생의 삶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해 짧게 쓰게 했다. 아울러 작가에게 하고 싶은 질문, 인상 깊었던 장면 등을 질문에 넣는다. 학생들이 쓴 내용을 출력해서 강연 장소에 전시해 두면 강연 중 작가와 학생들이 소통 할 수 있는 좋은 매개가 된다.
4. 강연 진행
1시간 이상 가만히 앉아 강의를 듣기란 성인에게도 곤욕스러운 일이다. 에너지가 넘치는 중학생들을 장시간 강의에 집중하게 하려면 수업 중에도 집중력을 유지시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작가에게 양해를 구하고 강의 자료를 미리 받아 강의 도중에 작성할 수 있는 활동지를 만들되, 강의에서 들은 내용을 간단히 메모할 수 있는 정도로 만든다. 작가가 직접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활동지를 준비해 오는 경우도 있으니, 사전에 작가와 충분히 소통한 후 제작한다. 담당자가 강연 활동지를 만들어야 할 경우 비교적 무난한 형식이 ‘마인드맵’이다. 학생들이 강의를 들으며 배운 내용을 그림이나 단어 지도로 표현 할 수 있도록 하고, 잘된 작품은 간단한 상품을 제공한다고 학생들에게 사전에 공지한다. 이렇게 제작된 강연 활동지는 강연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도 강의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독서 전시물이 된다.
사전 활동지를 통해 수집한 ‘인상 깊은 장면’, ‘명대사 선정’, ‘작가에게 던지는 질문’ 등은 출력하여 보드판으로 붙여 강의 자료로 제공한다. 작가가 생각하는 주제와 학생들이 읽고 느낀 주제가 겹쳐도 좋고 다르면 다른 대로 이유를 듣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
강연을 하나의 공연처럼 식순을 정해 학생들이 사회를 보도록 진행할 수도 있다. 도서부 학생이나 독서동아리 소속 학생들이 ‘작가 소개’, ‘학생들이 제출한 질문’, ‘명장면 명대사’ 등을 소개하며 행사를 진행하면 교사가 개입하는 것보다 학생들의 집중도를 높게 유지할 수 있다.
5. 마무리(후속활동 및 결과물 처리)
강의가 끝난 후 학생들에게 뭔가 더 요구하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다. 2시간 동안 집중해있던 긴장이 완전히 풀리기 전에 한 장짜리 설문지를 배포한다. 설문지에는 후기 이벤트가 설명되어 있어서 학생들 중에서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은 학생들만 설문지를 제출하여 강연 후기 작성 용지를 받아가도록 한다.
설문지에는 강의 내용 만족도를 5점 척도로 표시하게 한다. 이렇게 수집한 설문 결과는 다음 행사를 준비할 때 참고해서 불편사항이나 부족했던 점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참가후기를 꼼꼼하게 쓰게 하면 이번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던 학생들을 유인할 수 있다. 글쓰기가 힘든 학생들을 위해 어떤 내용으로 쓰면 좋을지 참고할 수 있는 항목을 함께 제공하면 내용이 있는 후기를 받을 수 있다.
6. 그 외 알아두면 좋은 것들
작가와의 만남을 기획하다 보면 작가의 작품을 어느 영역에 집어넣어야 할지 고민스러울때가 많다. 소설이라고 해서 모두 문학에 속하는 것이 아니듯이, 주제를 정할 때는 소설이라는 형식보다 전달하는 내용에 포커스를 맞추는 편이 좋다.
박경화 작가처럼 주제가 뚜렷하게 환경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과학 교과와 연계하기 좋지만 박영란 작가의 『편의점 가는 기분』, 김혜정 작가의 『오늘의 민수』 등은 한 작품 안에 여러 가지 주제를 함께 품고 있다. 『편의점 가는 기분』은 편의점에서 일하는 학교 밖 청소년과 그 주변 사람들을 통해 급격한 사회화·도시화의 문제점, 빈부 격차, 거대 기업 프랜차이즈의 불평등한 소득 구조 비판 등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함께 다루고 있다. 『오늘의 민수』는 청소년 성장 소설이지만 그 안에 세대 차이, 진로 고민, 가족과의 소통 등 청소년의 삶과 연결되는 문제의식을 함께 다룬다. 『공무원 덕림씨』는 실제로 공무원 생활을 오래 한 저자의 실제 경험담으로, 진로 독서에 잘 어울리기도 하지만 생태·환경에 대한 저자의 깊이 있는 시선과 생태공원 조성 경험을 함께 읽어낼 수 있어 과학 교과의 생물 종 다양성 단원과 엮을 수 있다.
과학, 사회 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책은 교과 연계를 통해 발췌독 형식의 보고서쓰기, 의견 쓰기 등의 활동을 해 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한 권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은 진득하게 한 권을 다 읽지 않으면 깨닫기 어렵지만 국어 교과의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연계하면 통독이 가능해진다. 이런 식으로 국어와 진로, 국어와 사회, 국어와 과학 등 교과연계 활동으로 수업을 확장하고, 해당 도서의 작가를 초청하여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한다. 이렇게 책 한 권으로 서로 다른 교과를 연계해 두면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과제 수행을 지도해야 하는 교과교사의 평가도 훨씬 수월해진다.
사실 작가와의 만남은 기획부터 진행까지 매우 부담스러운 작업이다. 교과 또는 학생들의 삶과 유의미한 주제를 선정하고 선정한 주제에 맞는 작품을 학생들의 읽기 수준에 맞춰 골라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고른 내용에 맞는 강의를 해줄 수 있는 작가를 섭외하고, 강의료부터 활동지까지 온갖 행정적인 일들을 혼자 처리해야 한다. 그야말로 복잡다단하기 그지없는 ‘거대 일거리’다. 그렇게 힘들여 초대한 작가의 강연을 듣고 “지루해 죽는 줄 알았다”라며 투덜거리는 학생들의 뒷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 이상 힘 빠지는 일이 또 있을까. 부족하지만 실패를 통해 얻어낸 힌트들이 오늘도 학교도서관에서 홀로 고군분투하시는 사서선생님들의 작은 힘이 되길 바란다.
1. 작가 뽑기 전 준비
1~2월: 후보도서 8권 선정
작가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후보도서 선정이 필요하다. 겨울방학이 시작되면 후보도서 선정을 위해 마음이 바빠진다. 청소년소설이나 동화 중에서 최근 3년 이내에 나온 책들 위주로 읽는다. 평소에 신문이나 홍보 책자, 인터넷 서점 등에서 보고 메모해 놓은 책 제목과 청소년문학 출판사에서 상을 받은 작품,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신간이 있는지 살핀다. 단편집보다는 장편을 고르고, 주제도 키워드를 메모하면서 겹치지 않도록 한다. 해마다 학생들이 좀 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생각해 봤으면 하는데, 올해는 장애, 반려동물, 낙태, 미래(로봇), 학교폭력, 성소수자 등을 다룬 책을 넣었다. 책을 읽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이면 읽을 수 있는 책도 한두 권 넣는다. 분량이 조금 많고 수준이 높다 싶어도 재미있게 잘 읽히는 책이면 포함한다. 아이들과 읽는 책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순전히 나의 주관적 판단이지만, 재미에 의미까지 있는 책을 찾기 위해 고심하며 넣고 빼고를 반복하면서 8권을 고른다. 후보도서를 잘 골라야 한
학기가 수월하다. 수업시간마다 아이들과 실랑이를 벌이지 않아도, 재밌는 책은 아이들이 알아서 잘 읽기 때문이다.
3~4월: 모둠별 책 읽기, 책 홍보하기 발표
새 학기 첫 수업시간이 되면 한 학기 수업 흐름, 즉 작가 초대 행사를 위한 프로젝트를 설명한다. 아이들에게 우리 손으로 뽑은 작가가 우리 학교에 오니까, 잘 뽑기 위해 잘 읽어야 한다고 당부하면 1학년 아이들은 의아해한다. “선생님, 진짜 (우리가 뽑은 작가가) 와요?” 나는 “당연하지!”라고 말하는데, 나의 호언장담 때문인지 이제까지 한 번도 1등으로 뽑힌 작가님이 못 오신 적이 없다. 모두 흔쾌히 본인의 당선(!)을 영광스러워하면서, 한걸음에 달려오셨다. 아이들에게 후보도서 8종을 소개한다. 아이들은 세 명씩 여덟 모둠을 짜서, 모둠별로 한 종씩 복본으로 준비된 책을 가져가 읽는다. 아이들은 세 시간 동안 읽고, 한 시간은 해당 책을 친구들에게 홍보할 준비 시간을 가진 뒤, 발표한다. 책을 홍보할 때는 PPT를 쓰지 않게 한다. 단순한 설명이 아닌 창의적인 방법으로 책의 핵심 내용(스포 금지)과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발표하게 한다. 북토크, 연극, 홈쇼핑, ‘그것이 알고 싶다’ 저자 인터뷰 등 아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책 홍보를 위한 발표를 한다. 이 날 발표 수업을 마치고 1차 투표를 한다. 1차 투표를 통해서 8권의 책 중에서 3권을 뽑는다.
5~6월: 3권의 후보도서 읽기, 팀별 토론하기
3권의 책이 결정되면 이때부터 6∼7차시 정도는 다 함께 최종 후보로 오른 책을 읽는다. 최종후보 3종은 학급당 10권씩 복본을 준비한다. 책 읽는 속도가 느려서 3권을 다 읽기 어려운 경우, 최소한 2권은 읽도록 독려한다. 책을 빌려주지 않고, 학교에서만 읽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 아이들의 집중력이 높아진다. 전교생이 주 1회, 독서 시간에 책을 읽는데 학교 행사로 수업이 빠지는 반이나, 개인적으로 책 읽는 속도가 느린 아이들은 투표 전 주말을 이용해 책을 빌려준다. 책을
읽을 때는 매시간 인상적인 구절과 감상을 간단히 기록하게 한다. 이 기록장을 토대로 작가 행사에서 상영할 ‘책 속 한 문장’, ‘나도 한마디(소감)’ 영상 자료를 만든다. 책 읽기가 끝나면 3종의 책에 따라 팀별 토론을 한다. 우리 책이 왜 뽑혀야 하는지 주제나 책의 장점을 이야기하고, 서로 질의응답을 하면서 책에 대한 감상을 좀 더 비판적으로, 주체적으로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7월 초: 행사 준비팀 구성, 최종 투표로 작가 선정하기
작가 행사를 위한 준비팀은 1학년 독서동아리 학생들 중에서 희망자로 구성한다. 이 행사를 1학년이 준비하는 이유는 2012년 첫해의 경험 때문이다. 그 해는 내가 1학년 국어 수업만 맡아서, 1학년 아이들과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했는데 성공적으로 잘 끝냈다. 2016년부터는 주 1회 전 학년 독서 수업을 하면서 이 행사가 전교생 프로젝트가 되었지만, 전통을 따라 1학년으로 준비팀을 꾸리고 있다. 본교의 특성상 2, 3학년은 학생회가 많은 활동을 주도적으로 이끄는데, 상대적으로 1학년은 학교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가 적다고 보기 때문이다. 1차 투표로 뽑힌 3권을 모두 읽고 학급 내 팀별 토론까지 끝내면 최종투표는 7월 초, 점심시간에 급식실 출구에서 이뤄진다. 투표 홍보, 투표함 설치, 당일 투표 및 개표의 전과정은 1학년 준비팀(18명)이 하는데, 최종적으로 작가가 결정되자마자 나는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작가가 올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아이들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행사 준비를 시작한다.
7~8월: 역할 분담 및 준비
준비팀은 작년 행사 프로그램을 참고해서 올해 진행 순서를 짠다. 학생들은 방학 과제로 독후활동 작품을 만든다. 글, 그림, 영상 중 한 가지 분야를 골라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단순히 독후감만이 아닌 논설문, 소설 뒷이야기 쓰기, 작가에게 편지 쓰기 등을 할 수 있고 표지 그림 바꾸기, 삽화 그리기, 4컷 만화 등 주어진 틀이 없이 자유롭게 아이들의 재능을 발휘 할 수 있게 한다. 진행팀도 역할을 세분화하여 무대에 올라갈 사람(사회자, 인터뷰어, 퀴즈 진행자
등)을 정하고, 연극팀, 영상팀, 홍보팀, 선물팀 등으로 나눈다. 연극팀은 방학 중에 오프닝 공연(연극) 대본 제작부터 캐스팅을 하고, 영상팀은 행사에서 보여 줄 영상을 미리 만들어 놓는다. 개학후 홍보팀은 학생들 그림을 활용해 행사 포스터를 만들고, 선물팀은 학생들의 글과 그림, 롤링페이퍼를 이용해서 작가님께 드릴 선물(소책자)을 만든다. 행사는 개학 후 2주 정도 후에 하게 되므로, 개학을 하면 학생들이 연극팀 연습에 총력을 기울인다. 한편에서는 무대 그림을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배우들이 연기 연습을 한다. 팀장을 정하고 역할 분담만 잘하면 교사의 지시가 없어도, 아이들은 스스로 움직인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진행하는 행사라는 생각에, 책임감을 갖고 욕심을 내는 모습도 보인다. 리허설은 행사 전날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지만 아이들은 피곤한 기색 없이 최종 점검을 위해 애쓴다.
3. 작가 초대 행사 당일 및 평가
드디어 작가가 오는 날, 학생들은 방과 후에 강당에 모여서 행사를 진행한다. 오프닝 연극, 작가소개, 작가 강연, 인터뷰(질의응답), 영상 우수작 상영, 퀴즈, 행운권 추첨 중에서 작가 강연만 빼고 모두 학생들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오른다. 2시간 가까운 행사에서 작가에게 제공하는 시간은 50분 정도지만, 나머지 시간도 무대에 올라가는 학생들이 계속 바뀌니 집중도가 높다. 2012∼2013년에는 1학년 전체가 교육과정 중에 시간을 빼서 행사를 참여했는데, 2016년부터
는 전교생 대상으로 방과 후에 행사를 하다 보니 참여율이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 그래도 1학년 위주로 많이 오는 편이고, 진행팀은 이 날 행사와 준비과정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한다.
전교생이 모이는 큰 행사를 자기 힘으로 무사히 치렀다는 뿌듯함과 성취감은 두고두고 아이들에게 큰 자산이 된다.
지금까지 정리한 것은 삼정중의 사례일 뿐, 모든 학교가 이 과정을 똑같이 따를 필요는 없다. 학교마다 상황에 맞게, 한 학년만 할 수도 있고, 후보도서를 2∼3권으로 하여 투표를 한 번만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주체로 세우는 일이다. 작가를 뽑는 것도,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것도 모두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자신에게 결정권이 있을 때 주인의식을 갖는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질문도 생기고, 기대도 커지고, 책임감도 강해진다. 한편, 해가 거듭될수록 이 행사
의 가장 큰 수혜자(?)는 작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행사를 다녀가신 작가들이 고마워한다. 자신의 작품으로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아이들 스스로가 준비하고 진행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교사는 책과 아이들 사이를, 아이들과 작가 사이를 연결해 주는 보이지 않는 끈이다. 다양한 끈을 내밀어, 아이들이 세상의 좋은 어른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내년엔 어떤 책을 후보 도서로 정할지, 신입생으로 어떤 아이들이 들어와서 행사를 함께하게 될지, 어떤 작가를
초대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1. 작가 섭외
일단 어떤 작가를 섭외할지는 학교도서관 운영위원회 등 학교 구성원의 협의를 거쳐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 섭외하고 싶은 작가가 결정되면 출판사에 문의한다. 대부분의 출판사는 작가를 연결시켜 준다. 요즘에는 한 학기 한 권 읽기와 연계해서 책 선정부터 작가 초청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도서는 교과서 수록 도서 중 한 권이 선정되는 경우가 많아서, 더더욱 해당 도서의 판매량부터 작가 초청행사까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래서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에서는 지역별 작가 명단을 만들어서 배부하고 있다. 우리 지역의 작가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이 명단을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초등학교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년별 수준 차이가 많이 난다. 일단은 그래서 메인이 될 책을 한 권 선정하고, 그 책이 아우를 수 있는 학년군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작가는 많지 않다. 자칫하면 이도 저도 아닌 행사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가정통신문에 대상자 자격 기준을 포함하고 공지한다.(1차 가정통신문 배부 후 신청이 저조할 경우, 학부모도 함께 들을 수 있게 있도록 학부모 신청을 받거나 담임선생님을 통해 재신청을 받는다.)
먹거리 준비와 체험 활동
-오진희 작가의 경우, 감자와 옥수수 등 자연 먹거리를 준비해서 작가님과 함께 간식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고정욱 작가의 경우, 장애인을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실습 시간을 가졌는데 매우 유익했다.
-최향랑 작가의 경우, 작가님과 함께 직접 그림책 속의 꽃잎드레스를 만들어서 전시하는 활동을했다.
반짝 퀴즈 타임
분위기가 저조하거나 썰렁할 때 미리 준비한 PPT로 퀴즈를 푸는 시간을 가지면,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아난다. 중간중간에 한두 문제씩 퀴즈 타임을 갖고 작은 선물도 준비한다. 선물은 작가의 책이나 출판사에서 협찬 받은 책을 활용할 수 있다.
초대권 활용 질문지
참석 아동에게는 초대권을 각 학급으로 보낸다. 귀빈이 된 느낌 아니까∼! 질문을 적은 초대권중에서 하나씩 뽑아서 중간중간에 강연 내용을 기초로 작가님이 퀴즈를 내면 행사가 끝날 때까지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집중한다.
책을 연극처럼
노경실 작가를 초청했을 때는 책의 일부 내용 중 대화 부분을 학생 두 명씩 나와서 연극하듯이 낭독하는 시간을 몇 차례 가졌는데 아이들이 무척 재미있어 했다.
만화책 제작
소공 만화가를 초청했을 때는 기본 4컷 만화 만들어 보기를 진행했다. 평상시 만화를 좋아하고 만화가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많이 참여했다. 작가님이 아이들 작품에 일일이 피드백을 주고 모두 거둬 간 후, 웹툰책으로 묶어서 학교에 보내 주셨다. 우리 학교만의 만화책이어서 도서관에 두니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었다.
4. 소소한 확인 사항
작가와의 만남 행사 안내는 도서관 소식지, 어린이 사서 독서 방송, 어린이 사서 광고 포스터를 만들어서 교내에 부착하거나 담임선생님을 통해 홍보할 수 있다. 행사 한 달 전부터 광고 제작에 힘쓴다. 행사 홍보만으로도 아이들이 도서관에 더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다.
-빔 프로젝트, 냉난방기, 마이크, 물이나 음료 준비, 행운권 추첨 시 선물로 줄 책이나 작은 선물, 풍선, 테이블보 준비한다.
-미리 작가의 책을 별치해 두고 아이들이 최대한 많이 읽고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한다. 우리 도서관은 따로 비치한 후 대출기간을 1박 2일로 제한했다.
-플래카드: 학교 플루토로 간단하게 포토샵으로 제작해서 직접 인쇄해서 사용했다.
-장애인 작가를 초청할 때는 장애인용 주차장 확보, 강연장까지의 이동에 문제가 없는지, 학교 보안관에게 미리 알렸는지, 엘리베이터 작동 등을 확인한다.
-상자를 재활용한 응모함이나 작가님 선물함을 준비해 놓는다.
-작가님에게 궁금한 점은 미리 예쁜 포스트잇에 써오도록 해서 행사 전부터 전시한다. 작가님이 그중 몇 가지를 뽑아서 답변해 주는 시간을 가지면 호응이 좋다.
-어린이 사서 등 사회를 맡은 학생이 사전 협의를 통해 미리 시나리오를 준비하도록 한다.
또 만나고 싶은 작가 베스트 5
1. 이창현: 더위도 날려버린 싸이 못지않은 가수(?)
아이들의 반응이 가장 열렬했던 작가이다. 공공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강연을 들어보고 섭외했기 때문에 별다른 염려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강연을 일주일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시청각실의 에어컨이 고장 났다고 하는 게 아닌가? 150명을 수용하는 시청각실에는 앞뒤로 에어컨이 한 대씩 있다. 그런데 하필 뒤쪽 에어컨이 고장 났다! 무더운 7월이었던 데다가 인원이 꽉 들어찼으므로 강연이 고조될수록 기온도 함께 치솟았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살펴보니 다행히 손부채를 부치면서도 강연에 열중해 있었다. 마지막 무대는 가수 싸이를 보고 한때 가수의 꿈을 키웠다는 작가의 노래로 진행 되었는데, 땀을 수북이 흘리면서도 노래하고 춤추던 작가의 열정과 그에게 환호하던 아이들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2. 제갈인철: 책 노래로 만나는 북 뮤지션
굳이 사전 독서를 하지 않고도 즐겁게 강연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최고이다. 게다가 학교는 강사료를 적게 주더라도 꼭 가려고 한다는 작가의 말씀에서 진심으로 독서교육을 실천하고 계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찍 오셔서 음향 장비를 직접 설치하시고 중간중간 아이들을 무대로 불러서 참여하게 하는 것도 좋았다. 우리 학교에서는 강사비를 조금 더 드릴 수 있다고 했더니 예쁜 뮤지컬 배우와 같이 오셨다. 교과 수업을 할애해 강연을 진행했는데 쉬는 시간이 되자 교실에서 TV로 청강하던 남학생들이 우르르 시청각실로 몰려왔다. 예쁜 누나를 직접 보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는 에피소드이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에는 한동안 노래로 불렀던 책을 대출해 가는 아이들도 있어서 흐뭇했던 기억이 난다.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분이다. 공공도서관과 연합하여 도서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작가를 모시게 되었다. 서울대를 졸업한 학력과 기업체를 운영하면서 겪은 일들로 실질적인 진로 강연을 해 주셨는데, 유머와 정보의 적당한 완급조절이 뛰어났다. 강연도 좋았지만 더욱 잊지 못할 일은 저자 사인을 해 줄 때였다. 강연을 들었던 아이들이 50여 명 남짓이었는데 전부 사인을 받겠다고 줄을 섰다. 그런데 아이들 한 명 한 명 이름을 물어가며 “너의 꿈은 뭐니?” “그러면 이렇게 해 봐라.” 일일이 조언을 해주셨다. 그동안 잊고 있었는데 출판사에 전화를 해보니 아직 강연을 다니신다고 한다. 기회를 마련해서 다시 뵈어야겠다.
인근 중학교의 도서부와 연합한 동아리 활동으로 강연을 계획하였다. 문학 외에 다른 분야의 작가를 찾다가 철학이라는 주제에 기대를 갖고 섭외하게 되었다. 현재 고등학교 철학교사로 근무하고 계신 작가는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강연을 재치 있게 이어갔다. 아이들의 언어로 표현한 적당한(?) 욕은 웃음 포인트가 되기도 했고 그만큼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도 있었다. 그리고 대입 자기소개서 쓰기, 모의 면접 등 실제 사례를 예로 들어 진학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무엇보다 진로를 철학으로 접근하고, 어렵고 멀게 느껴졌던 철학을 재미있게 풀어주어 좋았다. 작가를 모시려면 주말이나 방학이 수월하다는점을 알아두면 좋겠다.
3학년 2학기 기말시험이 끝나면 제대로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 때에 도서관에서 3학년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하면 더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그래서 11월 말이나 12월에 작가를 모셔서 3학년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곤 했다. 작년에는 공공도서관의 지원을 받아 ‘하리하라’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이은희 작가를 모셨다. 대표작이 많은 작가라서 대출 도서는 충분히 준비되었지만 아이들이 시험이 끝난 홀가분함에 들떠서 그런지 많이 빌려 읽지를 않았다. 작가에게 듣는 과학 이야기는 새롭고 재미있었지만 책을 읽은 아이들이 적으니 관심이 덜했고 질의응답 시간이 짧았다. 다음에는 과학 분야에 관심 있는 아이들로 신청을 받아서 사전 독서활동을 충분히 한 다음 작가를 모실 생각이다.
1. 기대가 커서 실망도 컸던 A작가
철학과 심리라는 어려운 주제도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게 이야기를 쓰는 분이다.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할 때, 책과 사람은 다르다는 것을 느낄 때가 더러 있지만 그 괴리를 가장 크게 느꼈던 경우였다. 어떤 강연이든 강연자가 강연 장소에 들어와 대기하는 모습부터 떠날 때까지 모든 모습이 강연의 일부가 된다고 생각한다. A작가는 강연 시간이 임박해서야 이미 주차되어 있던 차에서 나왔다. 좀 일찍 오셔서 교장선생님께 인사드릴 것을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시간에 딱 맞춰 나온 모습이 실망스러웠다. 게다가 강연 또한 친절하지 않았고 강연 중에 질문을 한 아이만 강연 후에 사인을 받을 수 있도록했다. ‘노력하지 않고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비슷한 말을 하셨는데 내가 다 무안할 정도였다. 어쩌면 그날 작가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거나 강연을 듣는 아이들 태도가 작가의 마음에 들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여러 권의 청소년 책 베스트셀러를 집필한 작가에 대한 기대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2. 뜨고 변한 듯한 B작가
B작가의 강연은 재미있고 유익했다.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과 연관 지은 인물 이야기는 기억에 오래 남았다. 강연만 보자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작가를 사람책으로 볼 때 됨됨이를 제할 수가 없다. 강연을 마친 B작가는 다음 일정까지 시간이 남는다고 더 남아 계셨다. 마침 아이들과 피자 파티를 했기에 피자 몇 조각을 접시에 담아 갖다 드렸다. 그런데 다이어트 중이라서 안 먹는다고 딱 잘라 말하더니 작업하는 노트북에만 시선을 꽂았다. 작가의 대답이 매몰차게 느껴졌던 건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강연이 입소문을 타고 나서 다른 학교 선생님이 섭외를 하려고 했는데 그새 강사료가 올랐다는 것이다. 게다가 섭외를 하려면 사무장이라는 사람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어쩐지 작가가 뜨고 변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3. 호불호가 분명하게 나뉜 C작가
공공도서관에서 웹툰 작가의 강연이 있다고 해서 도서부 아이들과 함께 들으러 갔다. 방학이었기에 따로 시간을 맞춰야 했지만 강연에 대한 기대로 설렘이 컸다. 그런데 강연이 재미없었다고 대놓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재미있었다고 한 아이는 작가의 책을 좋아하고 작가가 열심히 설명해 주는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도 작가가 청중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능력은 좀 부족한 것 같았다.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의 질문에 성실하고 진실되게 답하는 모습으로 보아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이런 작가를 강연만으로 평가해서 학교에 모실까 고려한다면 모집 대상을 웹툰에 관심이 있는 학생으로 한정해야 할 것이다.
4. 질의응답으로 강연을 채운 D작가
D작가는 강연 시작부터 아이들에게 대뜸 질문을 하라고 했다. 다양한 작가의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던 터라 실망부터 들었다. 원래 강연 스타일이 그런지 모르지만 두 시간을 내내 질의응답으로 채웠다. 강연을 마치고 나자 왠지 날로 먹은 듯한(?) 느낌이 들어 만족스럽지 않았다. D작가를 만났던 일은 상당히 오래되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강연을 하실지 모르겠다. 작가의 책에 대해 사전 독서활동을 하고 질문지를 많이 준비해서 만나야 할 사람으로 기억한다.
5. 말이 빠르고 급하게 느껴진 E작가
E작가는 청소년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쓰신다. 아이들이 이 작가의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을 때 고민 없이 추천해 줄 수 있는 책이 많다. E작가의 책은 가독성이 좋아서 책을 읽은 아이들 대부분이 재미있다고 한다. 그래서 기대를 갖고 작가를 모셨다. 젊은 분이라 그런지 아이들과 말이 잘 통하는 느낌은 들었다. 그런데 작가의 말이 너무 빨라 휘리릭 지나간 것 같아서 아이들과 잘 교감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작가와 함께할 수 있는 활동지를 준비한다든지 질문지를 미리 드린다든지 해서 소통 방법을 마련해 두는 것이 좋겠다.
책에 대한 관심을 북돋는 작가와의 만남
지금까지 만났던 작가들을 떠올리니, 당장에 다시 뵙고 싶은 분도 있고 고민이 앞서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어떤 분들이었든 늘 설레는 마음으로 만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도서관의 여러 행사들 중에 작가와의 만남을 더욱 신중하게 준비하는 편인데, 이는 작가와의 만남을 행사를 위한 단순 행사로 진행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사전 독서를 하고 토론이나 독후활동을 통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고 나면 만남이 더욱 기대된다. 그리고 작가나 작품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지므로 더 풍성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있다. 물론 작가를 만나고 나서 작품에 대해 관심이 생기고 책을 찾아서 읽게 되는 경우도 있다. 김영하 작가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던 아이가 TV에 나온 그를 보고 책을 찾는 경우처럼. 어떤 경우든 작가와의 만남은 독서와 연결 되므로 최고의 독서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사람책만큼 실감나는 책이 어디 있으랴!
‘그림책 식당’에서 만난 박정섭 작가
서울시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올해의 한 책 저자 간담회’에서 박정섭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해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도서로 선정된 『감기 걸린 물고기』 그림책 작가가 들려주는 작품에 관한 이야기는 학생들과 재미있는 독후활동으로 활용하기에 좋았다. 또한 작가가 운영하는 ‘그림책 식당’을 알게 되어 독서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학교도서관 소식지에 실을 작가 인터뷰를 기획하게 되었다.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 준 박정섭 작가의 그림책 식당은 작업실 겸 그림책에 관련된 다양한 워크숍을 작가가 직접 진행하는 공간으로, 철공소와 예술인 공방들이 공존하는 문래동 창작촌에 있다. 워크숍은 예약제로 운영되고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토요 방과 후 수업을 끝내고 창작촌을 찾은 학생들과 작가의 단골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그림책 식당을 방문했다. 인터뷰는 편안하게 진행되었다. 작가라는 직업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 어릴 적 이야기, 곧 출간될 신간 이야기에 이어 황당한 초등학생들의 돌발 질문에도 진솔하게 답해 주셨다. 준비하지 않은 질문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작가와 함께 물고기 석고 방향제를 만드는 간단한 체험활동도 했다. 아이들은 다음과 같은 후기를 남겼다.
동네 책방 활성화를 위해 서울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작가와 서점 연계 사업 ‘우책작-우리동네 책방에 작가가 놀러 왔다’ 행사가 중랑구의 오랜 동네 서점 사가정 문고에서 열렸고 그곳에서 노인경 작가를 만났다. ‘나를 성장하게 하는 그림책’을 주제로 한 작가의 강연 내용은 독서동아리 학생들의 ‘나만의 그림책 만들기’ 활동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첫 시간으로 노인경 작가와 함께하는 그림책 여행을 마련하게 되었다. 소수의 동아리 학생들과 책 쓰기 활동에 중점을 둔 행사였기에 사전에 작가에게 독서동아리 책 쓰기 활동에 대한 설명과 강의 내용을 요청했다.
행사 전 아침독서 시간을 활용해 독서동아리 학생들이 작가의 작품을 읽게 했다. 『고슴도치 엑스』, 『책청소부 소소』, 『나는 봉지』,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등을 비롯해 작가와의 만남 주제 도서 『곰씨의 의자』를 읽고 작가에게 궁금한 점을 정리해 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만들 그림책에 대한 스토리 구상도 함께했다.
노인경 작가는 그동안의 책을 만들게 된 동기, 작업 과정, 습작한 그림 등을 보여 주며 작품 활동에 대하여 들려주었다. 또 『곰씨의 의자』의 결정적인 네 장면을 뽑아 그렇게 그림을 그린 이유를 설명해 주고, 프랑스어로 출간된 그림책의 현지 반응을 들려주며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주제를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출판사에서 독후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내준 『곰씨의 의자』 감정 카드를 만들어 보았다. 이어 학생들 자신이 만들 책에 대한 스토리를 활동지에 그리는 시간을 가졌는데, 노인경 작가가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조언을 해 주었다. 스토리를 구상한 학생도, 아직 구상하지 못한 학생도 가까이서 작가와 호흡하며 자신만의 책을 어떻게 만들지 생각해 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후 진행된 책 만들기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만의 창작품을 한 권씩 완성했다. 완성된 책 사진을 작가에게 보내드렸는데, 재미있고 다양한 책들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다 읽어 보고 싶다며 연락을 주셨다. 그리고 출판사를 통해 작가의 신간 도서를 보내 주셨다. 다음은 작가와 주고받은 문자 내용이다.
이금이 작가와‘ 나의 하룻밤’ 동화로 쓰기
그림책 만들기에 이어 이번에는 글책도 써보고 싶다는 독서동아리 학생들의 요청에 따라 올해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는 이금이 작가를 초대했다. 이금이 작가의 작품은 교과서에 수록될 만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작가의 이름 앞에는 ‘이 시대 최고의 아동·청소년문학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너도 하늘말라리야』는 초등학생 고학년 중에 읽지 않은 학생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이 읽힌다. 작가 섭외는 홈페이지 혹은 블로그를 통해 직접 할 수 있다.
이번에도 독서동아리 학생들의 글쓰기 활동과 ‘나만의 책 만들기’ 프로그램을 위한 강연 내용을 요청했다. 이금이 작가는 ‘나의 하룻밤 동화로 쓰기’를 주제로 강연을 준비해 주셨고 사전에 학생들이 작가의 동화책 『하룻밤』을 읽고 오도록 했다.
이금이 작가의 작품들은 학교도서관 ‘이 달의 작가’ 서가에 전시하여 주제 도서와 다른 작품들도 학생들이 읽도록 했다. 어린 시절 항상 재미있는 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주시던 할머니와 쌀을 살 돈으로 좋아하는 책을 사던 아버지, 책과 글쓰기를 좋아하던 학창시절 등 작가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리고 작가의 동화책 『하룻밤』 내용을 통해 글감 정하기부터 이야기 얼개 짜기, 제목 짓기 등 한 편의 동화를 쓰는 과정을 설명해 주셨다.
계속 진행된 책 쓰기 활동은 힘들었지만 아이들은 이야기를 만들고 거듭 수정해 가면서 등장인물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고 그림을 그리고, 학생들 각자 자신의 개성을 담은 창작품을 한 권씩 완성해냈다.
1. 처음 작가를 만났던 건 대학교 3학년 때였다. ‘현대소설의 이해’라는 수업을 듣는데 팀플로 한 작가를 선택해서 작품 분석을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상대평가 속에서 A+학점을 위해 분위기가 과열되었는데 다른 조에서 한 작가의 인터뷰를 따왔다는 거다. ‘질 수야없지!’ 우리 조에서도 신경숙 작가님의 인터뷰를 땄다. 동기가 문인협회 주소록을 검색해 작가님 메일로 부탁을 드렸고 작가님은 아무 대가없이 좋은 마음으로 수락해 주었다. 심지어 커피 값도 계산하셨다. 이 일을 계기로 작가들은 생각보다도 더 따뜻하고 익명의 사람들에게도 호의적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2. 그래서 사서로서, 사서교사로서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할 때 막연한 두려움은 없었다. 아무리 유명한 작가라 해도 같은 사람이고, 사람이 사람에게 전화를 하고 편지를 쓰는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마음 표출의 한 방법이니까.
3. 사립학교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했던 건 온전히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였다. 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보다 나의 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함이었다. 업무분장에 없던 일을 스스로 벌인 이상 ‘우와’ 소리를 들을 만큼 잘해내고 싶었다. 그래서 누구나 들으면 아는 작가를 섭외하고 싶어서, 우선 다음카페 전국학교도서관모임을 통해 학교도서관에서는 어느 작가들을 모시고 행사를 진행하는지 쭉 살펴보았다. 그 가운데서 익숙한 ‘안도현’ 시인 이름을 발견했고, 이 분을 어떻게 섭외해야 할지 궁리했다.
① 네이버에서 검색해 보니 유명강사 섭외 인력풀에서는 우리가 익히 아는 작가들의 강의료가 기본 500만 원이 측정되어 있다.
② 내가 쓸 수 있는 예산을 확인해 보니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 이상 개인적인 접촉을 시도해야겠다 싶었다.
③ 하지만 아무리 검색해도 작가님 연락처가 나오지 않아서, 당시 프로필에 재직 중이라 표기된 학교의 과사에 전화를 걸었다.
④ 그 과사에서는 너무나 친절하게 작가님의 메일 주소를 알려주셔서 역시 글쓰는 사람들은 주변까지도 따뜻하다며 혼자 엄청 감동하고 용기를 받았다.
4. 이후에도 작가를 섭외할 때는 주로 가장 최근에 책을 낸 출판사에 전화를 해서 작가의 연락처를 물었다. 그럼 다들 흔쾌히 메일주소를 알려주셨다. 작가님 메일주소를 바로 알려주는 경우도 있고, 작가님 담당 에디터의 메일주소를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메일에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필수로 기재했다.
① 일시 ② 장소 ③ 참석 대상 ④ 참석 인원 ⑤ 취지
5. 메일을 쓸 때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겸손하게 부탁드리기’이다. 작가들이 돈으로 움직이는 건 아니지만, 어찌되었던 학교에 근무하는 나는 그분들이 평소에 받는 금액의 절반도 드리지 못하고 섭외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 대신 그분들의 마음만이라도 최선을 다해 흡족하게 만족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일정을 정할 때도 먼저 교감선생님, 교무부장님과 함께 협의한 후 최대한 많은 날짜들을 선택지로 드려서 ‘언제든 작가님이 우리 학교에 방문만 해주셔도 영광이다.’라는 마음을 표현하려 했다. 강의 주제와 규모 역시 작가님께 선택권을 드렸다. 실제로 김진명 작가님을 섭외했을 당시에도 작가님께서 여덟 군데에서 동시에 섭외 요청을 받았는데 그중 나의 메일을 선택하셨던 이유가, 작가를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져서였다고 하셨다.
6. 섭외 메일을 쓸 때는 작가님의 작품을 최대한 많이 읽어 본 후 썼다. 작품을 읽다 보면 작가님과 내적 친밀감이 생겨서 편지 쓰기가 수월해지기도 하고, 작가님의 취향을 알게 되어서 단어 선택에도 신중을 기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유시민 작가님께 섭외 메일을 썼을때도 이분 호칭을 뭐로 해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작가님 저서에서 자신을 ‘선생님’이라 불러주기를 바란다는 글귀를 보고서 ‘유시민 선생님께’로 시작하는 메일을 썼었다. A4 9장분량의 자필로 쓴 편지를 스캔하고, 간직하고 있었던 경기도지사 단일후보 팸플릿과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은 작가님의 저서 떼샷을 찍어 첨부파일로 함께 보내기도 했었다.
7. 매번 작가를 섭외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작가님 저서를 필사한 노트를 선물로 준비해 신간 출판 팬 사인회에 간 적도 있고, SNS 메시지를 보낸 적도 있고, 회사로 자필 편지를 부친 경우도 있지만 모두 실패했다. 제일 성공률이 높았던 건 메일 보내기였다. 전화 통화로는 시큰둥했는데 메일을 드리니까 승낙해 주는 경우도 있었다.
1. 섭외를 성공한 후에는 행사 진행 계획(안) 결재를 받는다. 이때 협조요청 사항도 기재해서 학교 내에서 받을 수 있는 도움은 최대한 받으려 했다.
2. 행사 진행 장소를 되도록 도서관에서 하려 했다. 아무래도 도서관에서 진행해야 학교 사람들에게 ‘아 작가와의 만남은 도서관 사서샘이 진행하는구나’라는 인식을 쉽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강당에서 진행하면 의자부터 빔 프로젝터까지 모든 게 이미 준비되어 있어서 편하긴 하지만, 힘들고 신경 쓸 게 많더라도 직접 도서관에 의자를 깔고 이동용 빔 프로젝터를 빌려와 도서관을 행사 장소로 준비했다.
3. 강의료는 많이 드릴 수 없지만 도서구입비로 작가의 작품을 모두 2∼3권 복권으로 구입해서 작가의 서가를 꾸려 학생들에게 홍보도 하고, 미리 책을 읽고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또한 행사준비비로 최대한 작가의 책을 구입해서 행사 당일 작가님의 사인을 받아 열심히 참가한 학생에게 선물로 주었다.
4. 꽃다발과 음료수는 필수로 준비했다. 꽃다발은 행사를 마치는 인사를 하는 도서부 부장이 작가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작가가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물, 과일주스도 준비해 두고 커피도 블랙커피, 설탕커피 종류별로 준비해 두었다.
5. 학교 경비아저씨께 손님이 오신다고 미리 말씀드려서 작가님이 교문 앞에서 출입금지 당해 서성거리시지 않도록 했고, 도착하시면 함께 교장 교감선생님들께 인사를 드린 후 도서관으로 올라갔다. 도서관 한편에는 작가용 테이블과 의자도 마련해 놓았다.
6. 행사 준비는 도서부 학생들이 했다. 동아리 시간을 이용해 홍보지를 함께 만들어 교내게시판에 부착했고, 행사 당일에 사용할 작가 소개 영상은 물론 현수막 디자인도 학생들에게 맡겼다. 실제로 작가 분들은 현수막이 예쁘다며 엄청 탐냈다. 차마 거대한 실물을 드릴 수는 없어서 업체로부터 시안 확인용으로 받은 손바닥 두 개만 한 미니현수막을 드렸더니 소중히 챙겨 가셨다.
7. 행사 진행도 도서부 학생들이 했다. 학생들이 전적으로 행사를 맡아서 진행했다. 물론 앞에 나서길 싫어하는 내 성격상 그런 것도 없잖아 있지만, 학생에게 다수 앞에서 발표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보다 교육적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8. 참가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미리 2주 전부터 제시한 미션은 아래와 같다.
-필수활동: 작가님께 궁금한 점 1∼2가지 포스트잇에 적기
-선택활동: 1가지 이상 선택하기
① 작품론 연구 보고서
② 작가님 작품 중 하나 선택한 후 독후활동(글, 그림, 편지 등 모든 형식이 가능함)
③ 작가님 작품 중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문장 예쁘게 쓰기(자신 없는 학생에게는 사서샘이 캘리그라피로 써줍니다) + 마음에 와 닿은 이유 + 작가님께 전하는 응원메시지
9. 학생들이 제출한 미션 활용 방법은 아래와 같다.
-필수활동: ‘작가님께 궁금해요’ 질문판을 만들어 작가님이 직접 질문을 뽑고 답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질문에 당첨된 학생들에게는 작가님께 친필사인 받은 책을 선물로 준다.(질문은 워드로 정리해 미리 작가님께 메일로 보내드렸다.)
-선택활동 ①②의 워드파일을 메일로 받아 예쁜 색지에 출력한 후 ③과 함께 클리어파일에 담아 작가님께 선물로 드린다.
-선택활동 ③은 미대 입시생들의 재능기부를 받아 캘리그라피로 한 번 더 작성하여 도서관 복도에 전시한다.
-난이도가 높은 선택활동에 열심히 참가한 학생들에게는 앞쪽 좌석을 배정해 주었다.
10. 행사 진행은 학생들에게 맡기고 나는 주로 사진을 촬영했다. 특히 도서부 학생들과 작가님 단체사진은 꼭 남겼다. 그중 잘 나온 사진들을 추려서 행사가 끝난 뒤 작가님께 메일로 보내드렸다.
11. 사서로, 사서교사로 지금까지 작가와의 만남을 7번 진행했는데, 행사가 끝난 후 작가님들은 항상 이렇게 준비를 많이 해주는 학교는 없었다는 칭찬(?)을 했다. 심지어 어느 작가님께서는 교장선생님께 이렇게 꼼꼼한 선생님은 처음 봤다며 칭찬해 주고 가셨다. 그럴수 있었던 건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한 일이 아니라 학교 내 나의 존재감을 위해 자발적으로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했기 때문인 것 같다. 또 글쓰는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경외심도 있어서 작가님을 최대한 배려해 드리고 싶었던 것도 있다. 작가와의 만남은 준비과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지만 그만큼 하고 나면 보람 있는 행사 중 하나다.
학교에서 접한 첫 작가와의 만남은 고등학교에서 일하던 때 있었다. 당시 인문과학부장님께서 무지막지한 강사진으로 연간 5회의 작가 강연을 진행하셨는데, 나는 강연 도서 준비와 책 읽히기, 참가 신청 받는 일을 도와드렸었다. 그때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김성호 교수, 이옥수 작가 등 다양한 주제 분야의 강사진을 초청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이 분들을 다 모실 수 있었는지 그 방법이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 인문과학부장님에게 어떻게 강연을 섭외하실 수 있었는지, 강사비는 어떻게 드렸는지 여쭤봤어야 했다.
당시엔 학교 경험이 얼마 없었고, 그저 대단하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지금은 내가 그 일을 맡고 있다. 작년과 올해 6회의 강연을 기획했고,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써본다.
머리: 만남을 준비하는 과정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은 준비, 실행, 마무리 단계로 이루어진다. 곤충은 아니지만 각 단계는 머리, 가슴, 배로 비유할 수 있다. 첫 단계인 준비는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비비고 수정해서 문서의 형태로 갈무리하는 단계다. 주제를 정하고, 작가를 섭외한 뒤, 참가할 학생들을 모집한다. 고등학교는 생기부 기록을 원하는 학생의 참가가 활발한 편이나, 중학교는 학생의 흥미가 우선이다.
초청 작가 선정 방법은 ①주제별로 연간 계획을 짜는 방법, ②학생 설문조사를 통해 주제나 작가를 선정하는 방법, ③교육과정(한 학기 한 권 읽기 등)과 연계한 작가 선정 방법, ④행사(문학기행, 독서캠프 등)와 연계한 작가 선정 방법이 있으며, 여러 방법을 함께 적용할 수 있다.
초청할 작가가 정해지면 출판사에 작가에게 연락할 메일 주소/연락처를 문의하고, 메일을 통해 강연을 요청한다. 이때 기관명, 담당자 이름과 연락처, 행사의 목적, 일시, 장소, 대상, 강연비 및 원고료를 밝힌다. 이는 각 시도교육청 ‘학교회계 예산편성 기본지침’에 따라 결정하는데, 작가에게 해당 파일을 함께 보내 책정 기준이 적절한지 상호 확인하는 편이 좋다. 이를 통해 놓쳤던 작가의 경력이나 대학교 강연 여부 등을 파악하고 더 높은 강연료를 드릴 수 있도록 한다.
참가 학생 수에 따라 강연료를 더 드릴 수 있으며, 학생이 많이 참가할수록 더 많은 참여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참가자를 모집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때론 작가를 섭외하는 것보다 학생을 모집하는 게 더 어렵게 느껴진다. 지금까진 ①학생의 관심, 흥미에 바탕을 둔 작가 초청, ②수업 중에 직접 혹은 교관 선생님을 통해 홍보하기, ③사방팔방에 홍보 자료(포스터, 도서관 소식지, 참가 신청 가정통신문) 뿌리기를 통해 최대한 많은 학생을 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반응이 가장 좋았던 강연을 꼽으라면 학생이 관심 있는 진로(의사)와 연계한 남궁인 작가와의 만남이 신청자가 가장 많았고, 재미있는 단편 소설집의 김동식 작가와의 만남 때 학생들의 질문이 가장 많았다. 이 경우에도 작가를 꿈꾸는 학생, 아직 진로를 찾지 못한 학생 등에 의한 진로 관련 질문이 가장 많았다.
더해서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작가와의 만남을 위해서는 학생들이 작품을 미리 살펴봐야 한다. 작품을 읽지 않고 듣는 강연과 읽고 듣는 강연은 재미부터 의미까지 모든 면에서 차이가 크다. 고등학교에서 일하던 때는 독서동아리가 활성화되어 있어서 동아리와 연계해서 책을 읽힐 수 있었다. 참가자가 200명이 넘어서 그 와중에 독서퀴즈를 통해 참가자를 줄여야 할 정도였다. 책을 읽었다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의 퀴즈를 만들어서 사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책이나 작가에 대한 질문지를 받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원으로 바빠서 책을 읽지 못했더라도 작가에 대해 조사해 보고 질문할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 또 행사운영비로 강연 주제 도서를 여러 권 구비해 미리 읽어볼 수 있게 한 뒤, 강연 이후 사인을 받아 열심히 참여한 학생들에게 상품으로 제공하고 있다.
가슴: 마음을 마주쳐 일어나는 것은
흔히 강연은 지식을 전달하는 수단이라고 하지만 작가와의 만남은 열정을 전염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열정이 학생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다. 열렬한 불이든 따뜻한불이든 강연을 듣고 난 학생들의 눈이 반짝이고 앞으로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야말로 성공적인 강연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로 학생들이 작가와 작품에 대해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있어야 하며, 둘째로 작가의 강연이 학생들에게 길을 제시해 줘야하고, 셋째로 강연이 학생의 기억에 오래 남아야 한다.
첫째 조건은 준비 단계에서 이루어진다. 둘째 조건은 학생의 의견, 필요를 바탕으로 강연을 기획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셋째 조건은 학생들의 활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문학기행과 작가 강연을 연계했던 이기범 작가와의 만남이나 영화 <코코>를 함께 보고 죽음과 꿈에 대해 이야기한 남궁인 작가 강연을 그 사례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연계 활동들을 통해 학생들은 주제에 대한 생각을 키우고 더 오래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배: 경험 소화시키기
작가와의 강연이 끝난 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이 모든 일들을 문서화해야 한다. 학생들의 만족도를 조사하고, 학생의 활동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이른바 소화 단계다. 만족도 조사는 강연의 만족도를 다양한 측면(시간, 장소, 주제, 진로, 학습, 재미 등)에서 조사하고, 재참가 의사와 건의사항, 만나고 싶은 작가님을 써서 제출하게 한다.
학생의 활동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알게 된 점, 느낀 점 등을 보고서로 정리하게 한다. 줄글로 적어서 제출하게 해도 되지만, 들어갈 내용을 안내해주면 더욱 완성도 높은 보고서를 받을 수 있다. KWL 양식이나 마인드맵 형식으로 만들어서 제출하게 할 수도 있다. 담당교사는 이를 통해 학생의 성장을 관찰하고 생활기록부에 적을 수 있도록 한다.
이상으로 작가와의 만남을 준비하던 과정을 글로 옮겨 보았다. 생각해 보면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성장한 건 학생들뿐이 아니었던 것 같다. 글을 쓰며 부끄럽고 쑥스럽지만 한편 나도 조금씩 성장해 온 느낌도 든다. 앞으로 좋은 강연 기획해주실 사서선생님들께서도 계속 성장해 나가시길, 마음과 마음을 마주쳐 큰불 일으키시길 빈다.
올해 9월, 갑작스럽게 새로운 학교로 오게 되었다. 중학교 근무만 해오다가 고등학교로 오니 많은 것이 낯설고 새로웠다. 생각보다 조용한 도서관은 적응되지 않았다. 내가 근무했던 중학교 도서관은 아침부터 아이들이 책 빌리러 달려오고, 점심시간은 많은 학생이 책을 보거나 삼삼오오 공부를 한다거나, 시원해서 또는 따뜻해서라도 놀러오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점심시간 도서관에 오는 인원이 2∼3명밖에 안 되는 상황이어서 난감했다. 나는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될것 같다는 큰 책임감에 휩싸였다. “사서교사가 있는 학교도서관이 이렇게 쥐죽은 듯 조용하다니 말도 안돼!”
나는 우선 학교도서관 여기저기에 ‘사서선생님 이용법’이라는 포스터를 걸었다. ‘사서선생님은 이럴 때 이렇게 활용하세요∼’라는 내용으로 사서교사가 도서관에서 무엇을 하는 존재이며 친구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를 알렸다. 학생들에게 “도서관은 친근한 곳이야, 여기서 책도 읽고 놀 수 있고, 정보도 얻고, 힘들고 외로울 때 쉴 수도 있는 곳이란다.” 이런 이야기를 도서관 행사를 통해서 해 주고 싶었다. 매달 다른 주제로 북큐레이션을 선보이고 대출 관련한 이벤트 등
여러 행사를 운영했지만, 가장 신경을 써써 기획했던 행사가 바로 ‘저자와의 만남’이었다. ‘저자와의 만남’을 통해 아이들의 책과 도서관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싶었다.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의 규모를 보니 2학기 내로 2회 정도가 가능했고, 문학 분야 작가와 다른 분야 작가 두 분을 모시고 싶었다. 학생들의 설문 조사를 살펴보니, 문학 작가는 자주 뵈었으니 다른 분야 작가의 강연을 듣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교과교사와 친해지면 저자 섭외가 수월해진다
일반적으로 저자와의 만남을 계획할 때, 가장 선행되어야 할 일이 바로 저자를 선정하고 섭외하는 일이다. 작년에는 작가가 책을 출판한 출판사를 통해 연락처를 받아서 직접 연락하는 방법을 취하기도 하고 ‘책씨앗’ 플랫폼을 이용해서 저자를 섭외하기도 했었다. 올해도 어떤 저자를 초청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을 무렵, 급식실에서 시인으로 활동하시는 국어선생님과 점심을 먹었다. 나는 도서관에서 저자와의 만남 행사를 하려고 한다고 말씀드렸고, 국어선생님께서는 『우상의 눈물』의 전상국 작가와 연락을 하고 계신다고 하셨다. 또한 제자가 출판사를 하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 유튜브 관련 책이 청소년 추천 도서로 선정되었다고 하셨다. 이때다 싶어서 전상국 작가와 1인 방송에 대해 책을 낸 김기한 작가를 섭외할 수 있을지 여쭈었고, 저자 두 분의 섭외가 바로 결정되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수다로 시작된 대화가 저자 섭외로 이어지다니… 교내에서 다른 선생님들과 많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런 관계를 통해 학교 내에서 생활이 즐거워질 뿐만 아니라 실제 도서관 운영에서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되었다.
행사 진행 1 학부모, 인근 중학교 동아리에게도 열띤 홍보하기
국어선생님의 도움으로 저자 섭외를 마친 후, 1차는 『1인 방송 시작하는 법』의 김기한 작가, 2차는 『우상의 눈물』의 전상국 작가로 계획을 정하고 교내에서 참가자들을 모집했다. 행사 안내지를 만들고 각반 담임선생님들께 안내지를 배포하여 반별로 모집하는 방식을 취했다. 교내 도서관에 대한 인식이 낮은 만큼 각 회별로 30여 명의 학생들이 모집되었다. 좋은 작가들이 초청되는 귀한 시간인 만큼 좀 더 많은 분들께 기회를 드리자는 의견에 따라 학부모들께 ‘저자와의 만남 참석 안내’ 가정통신문을 보내드렸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e알리미’를 통해 안내 및 회신하는 시스템을 사용하여 어렵지 않게 학부모 참여도 수합할 수 있었다. 또한 작가 섭외를 도와주셨던 선생님께서 서울 중랑구에서 연합 동아리를 운영하고 계셨는데, 동아리에 참여하는 중학생들도 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관내 모든 중학교에 저자와의 만남 참석과 관련한 안내 공문을 보냈고, 두 학교에서 몇몇 학생이 선생님과 함께 참석하겠다는 회신을 받았다.
참가자 모집을 끝내고, 강연을 위한 활동지를 만들었다. 특히 우리 학교의 경우 저자와의 만남 참석 활동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논의했고, 출석 여부와 활동지 제출 내용을 포함하도록 했기에 신경써서 활동지를 만들었다.
저자가 강연을 할 책을 기본으로, 책을 읽어야 답할 수 있는 간단한 질문 두 가지와 저자에게 궁금한 점 한가지로 강연 전 1차 활동지를 만들었다. 강연 후 만든 2차 활동지에는 강연을 들은 후의 감상과 다음에 초청하면 좋을 작가나 분야에 대한 설문을 담았다.
저자와의 만남 참석 예정 학생들에게 안내지와 활동지를 배부하고, 도서관에 강연 작가들의 책을 비치하여 대출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1차 활동지는 행사 일주일 전에 취합하여 작가에게 궁금한 점을 내용별로 정리하여 작가에게 이메일로 보내 당일 강연 내용 또는 질문 시간에 이야기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행사 일주일 전쯤에는 저자와의 만남 포스터를 만들어 학교 여기저기에게시하여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했고, 도서반 학생들과 회의로 행사 당일 맡을 업무를 정하고 의
논했다.
예산을 짤 때 체크해야 할 것으로 강사비와 간식비 또는 행사비가 있다. 강사비는 보통 강의료와 원고료 등으로 이뤄지는데, 학교 회계 예산 편성 기본지침(행정실에 요청하면 볼 수 있다.)에 기재된 대로 교육강사 수당 부분에서 교육 강사 구분이 어디로 들어가는가에 따라 시간당 기본료가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확인하여 예산을 정해야 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참석한 모든 분들께 간식을 지급하기로했고 10명을 추첨하여 5명에게는 작가 사인이 들어간 책 선물을, 5명에게는 간식 세트를 선물하기로 했기에 이에 맞춰 간식비를 책정하여 미리 품의하여 준비했다. 또한 혹시 도서관에 작가의 책이 소장되어 있지 않은 경우나, 책을 많은 학생이 함께 볼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프로그램 예산 중 행사비로 미리 책을 사둘 필요도 있다. 또한 강의 후에 강사료 지급을 위해 작가에게 미리 강의할 원고(주로 PPT), 통장 및 신분증 사본 등 자료를 요청해 두는 것이 좋다. 각 학교별로 강사 카드를 작성하길 원하는 곳도 있으니 체크하여 준비해도 좋을 것이다.
드디어 행사 당일, 오전에 김기한 작가에게 다시 한 번 연락을 취하여 약속한 시간에 늦지 않도록 안내 말씀을 드리고 점심시간 즈음해서 도서관에 행사 세팅을 했다. 자리 배치를 하고 간식 및 참가 학생 출석부 준비 등을 끝내고 나니 작가님께서 도착하셨다. 학교로 강의를 간다고 하니 회사에서 챙겨 주었다는 캐릭터 인형들 덕분에 행사 테이블이 더욱 풍성해졌다.
요즘 학생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는 유튜브와 1인 방송국에 대한 강연을 하다 보니 학생들의 집중도와 관심은 최고조였다. 작가님도 일반적인 유튜브 관련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들과 달리, 청소년들에게 유튜브를 자기 목소리를 내는 공간으로서, 하나의 놀이로서 생각하고 이용해 보라고 하셨다. 또한 앞으로 하나의 진로 방향으로서 1인 방송국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학생들도 많았다.
강의가 끝나고 작가의 추첨 시간을 통해 선물을 나누고, 질문 시간에 작가님께서 학생들이 미리 했던 질문 하나하나에 대한 답을 모두 해주셨다. 행사가 다 마무리되고도 몇몇 학생들은 남아서 작가님께 못다 한 질문을 했다. 며칠 후 강연 당일 출석 체크와 함께 받은 2차 활동지를 학생들에게 제출하도록 했고, 출석 여부와 활동지 내용을 기초로 해서 생활기록부 기재를 마쳤다.
마을과 함께하는 저자와의 만남을 기대하며
다음 저자와의 만남은 전상국 작가를 모실 계획이다. 전상국 작가는 서울 중랑구에 작업실을 두고 작품 활동을 오랫동안 하셨고, 우리 학교 인근에 그의 작업실이 옛집으로 남아 있다. 또한 중랑구 출신 문학가들과 교류를 많이 하셨기에 이번 강의에선 ‘작가의 산실, 중랑구’라는 부제로 중랑구 출신 문학가들 이야기도 함께해 주실 예정이다. 학부모는 물론 인근 중학교 학생, 우리마을 문화해설사 다섯 명이 참석한다. 강의를 마친 후에는 원하는 학생들에 한해 전상국 작가와 문화해설사와 함께 작가님의 옛집을 돌아보려고 한다. 사실 이 모든 것이 국어과 선생님과의 대화 중에 계획된 것이다. 중랑구 망우리 인근 학교들의 연합동아리 활동을 해오시던 선생님께서 마을 문화해설사도 같이 연결해 주시게 되어 행사가 마을과 함께하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마을연계형 저자와의 만남을 앞두고 무척 기대가 된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사서교사 일을 해오고 있다. 언제나 학교도서관이 학생과 교사로 북적이길 바랐고 많이 사랑받게 하기 위해 혼자서 참 애썼던 것 같다. 학교도서관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사서교사 혼자가 맞지만, 계획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교내 다른 선생님들께 고민을 말하고 도움도 받아 보면 어떨까 싶다. 늘 사서교사는 교과교사나 학생들에게 참고봉사를 하고 도움을 주는 존재여야만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고, 혼자서 척척 해내는 모습이 사서교사의 필요성을 더욱 알리는 일이라 생각하고 일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교과교사와의 대화를 통해 작가 섭외부터 행사 계획까지 많은 걸 해낼 수 있었던 걸 보면 학교도서관 운영은 사서교사가 중심이 되어 학교 전체가 함께하는 방향이 되어야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
학교도서관에서 고군분투하는 사서선생님들에게 이 모든 일을 혼자서 하지 말고 도움을 구해보시길 권한다. 학교 구성원으로서 관계가 좋아질 뿐 아니라 도서관 행사가 더 풍성해짐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도움을 구하고 도움을 받으면 더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힘이 생겨난다. “현장에 계신 사서선생님 모두 파이팅입니다!”
“지방에서 작가를 만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에요.” 같은 말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요즘은 작가들이 지방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다니기도 하고, 학교도서관뿐 아니라 공공기관들에서도 작가초청을 통한 독서 분위기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 어떤 작가의 강연은 인기가 좋아서인지 한 계절안에 관내 여러 기관에서 초청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가령, 올해 대구에서 가장 많은 플래카드를 본 것 같은 작가는 김동식, 정혜신 작가다.
우리 동촌중에서도 인기 도서로 김동식 작가의 『양심 고백』이 선정되었다. 읽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묘하게 중독성 있는 스토리의 짤막한 단편이 학생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권해도 대부분 좋아했다. 대구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한 김동식 작가는 소규모 공장에서 금속 액세서리를 만들며 공상을 하곤 했다고 한다. 학생들도 즐겨 보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작가가 그날의 공상에 관한 소설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맞춤법을 계속
틀려서 독자들이 고쳐 주면서 그의 다음 글을 기다리게 되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다.
다가 문득, 모두가 한 가지 정답을 찾기 위해 이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 무서웠다. ‘성적이 좋아야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어른 세대의 변치 않은 대답으로 요즘 아이들의 꿈과 공부 사이의 거리를 설명할 수 있을까.
2. 그런데 작가와의 만남을 왜 해야 하는 거죠?
누군가 나에게 작가 초청을 왜 하는 거냐고 묻는다면 두 가지로 이야기하고 싶다.
첫째, 작가와의 만남이 끝나면 어쩐지 작가와 작품을 사랑하게 된다. 한 작가를 직접 만나고나면 이상하게 아는 사람처럼 친밀하게 느껴져서 그 작가와 작품에 더 관심이 생기기도 한다. 한국인 정서에 아는 사람에겐 혹평이나 비판을 적게 하지 않던가. 특히 작가들이 들려주는 작품탄생 뒷이야기를 들으면 책을 읽지 않고 참가한 사람이라도 되돌아가서 읽어 보고 싶게 된다.
둘째, 작가와의 만남은 질 높은 독서활동을 할 수 있는 찬스다. 작가와의 만남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주 전부터 그 작가의 작품을 노출하게 된다. 이때, 학생들에게 단순히 책만 던져 놓으면 학생들은 읽지 않는다. 전략이 필요하다.
3. 내가 해본 일! 지역과 연계한 작가와의 만남
그간 크게 두 종류의 지역 연계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해 보았다. 첫 번째 경험은 학교가 주관이 되어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한 경우다. 몇 년째 청소년들의 왕따 문제가 학교들마다 최대 관심사였다. 때마침 작가로부터 직접 요청이 있었는데 『왕따가 왕이 된 이야기』(김기현)를 전교생에게 나눠 주는 조건으로 독후활동을 하자는 것이었다.
으로 영어탐험’반에서는 책 속에 나온 주인공에게 추천하는 팝송 스토리로 위로하기 활동을 진행했다. 또 ‘웹툰작가’반에서는 왕따를 상담하는 웹툰을 그려주는 형식으로 호응을 얻었다.
모든 독후활동 결과물을 복도에 펼쳐 전시한 기간에 작가가 우리 학교도서관을 방문했다. 희망 학생 50명이 앉아서 작가와의 만남에 직접 참여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교실에서 영상을 통해작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약 한 달 동안 한 권의 책으로 읽기, 독후활동, 전시를 진행한 결과를 보더니 책을 구입해서 나눠준 지역의 사단법인에서 감동을 받고 학교에 장학금을 제안했다. 또한 이 활동이 알려지며 대구광역시 동부경찰서에서는 학생 100명을 초청해 왕따 퇴치 독서 골든벨을 진행하면서 간식과 상품을 제공해서, 한 권의 책이 축제로 변모하는 떠들썩한 잔치가 되었다.
두 번째 경험은 학교의 학생들이 참가자가 되어 지역 책 축제에 가본 것이다. 지난 10월 끝자락, 마을에서 책 축제가 열렸다. 학생들이 안전하게 다니기 위해서는 마을이 안심이 되고 즐거워야 하지 않을까? 축제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라는 취지를 홍보하고 참가 신청을 받았다.
학교 행사가 아닌 지역사회 축제에 참여하는 것이다 보니 따로 공문 기안을 하진 않았다. 이번 마을 책 축제의 주제는 ‘마을에서 안심하고 읽고, 듣고, 놀자’였다. 초청 작가는 밑바닥에서 본 아바나의 이웃공동체에 대한 글을 번역하기도 하고 직접 쿠바에 대한 글을 쓰기도 하고 『쿠바식으로 산다』를 번역한 정진상 작가였다. 이때 작가에게 들은 이야기 중 부러웠던 부분은 쿠바의 교육 분야였다. 쿠바에서는 교사도 마을의 구성원으로 활약하기 때문에, 교사가 학교에선 가르치는 일을 하지만 마을로 오면 한 명의 구성원으로 함께 어울리고 가정 방문도 다니며 연대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정반대다. 학교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학교와 집이 같은 동네이면 부담스럽다.”라는 말에 자연스럽게 동의한다. 우선 목욕탕에 가는 일이 불편하고, 슬리퍼를 끌고 마트에 가는 자유 또한 빼앗기는 게 부담인 것이다. 이처럼 일상과 직장이 분리된 우리들의 모습은 전혀 쿠바스럽지 않다.
계속 생각나는 작가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내가 만난 작가들의 인스타그램을 기웃거리며 그들의 일상을 함께 공유하는 일을 지속한다. 작가를 직접 만날 때 느껴지는 친근함, 따뜻함은 앞으로도 포기할 수 없는 정서이다. 도서관에 오는 학생들과 나는 그 온기의 힘으로 올겨울을 버텨볼 작정이다.
*출처 : 학교도서관저널,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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