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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스포츠를 향한 꿈이 빚은 슈퍼카 브랜드, 벤츠 AMG

작성자고소미이|작성시간13.04.12|조회수104 목록 댓글 0

콰르르릉!" 박진감 넘치는 시동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다. 역시 AMG는 어마어마한 괴물이다. 563마력 엔진이라니, 포르쉐 911 터보(480마력) 같은 고성능 스포츠카나 람보르기니 가야르도(560마력) 따위가 부럽지 않다. ESP(자세제어장치)를 끄고 엑셀을 힘껏 밟으니 타이어는 연기와 굉음을 내뿜으며 차체를 발진 시킨다. 머리가 시트 등받이에 찰싹 달라붙는 느낌이다. 그러나 소형 스포츠카의 깡총거리는 느낌이 아니라 성실하고 꾸준한 발진이다.

더 놀라운건 그 다음이다. 창을 닫자 우렁찬 배기음은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흡음 필름이 들어간 이중창을 비롯, 곳곳에 흡음재가 가득 채워졌기 때문이다. 가속력은 어마어마하지만 실내는 메르세데스-벤츠의 호화로움 그 자체다. 실내의 정적과 가속도의 공존은 비현실적이어서 오히려 괴리감마저 느껴진다. 독일 고속도로 아우토반에 들어섰으나 차들이 꽤 많아 쉽게 속도를 낼 수 없을 듯 했다. 그러나 잠시 후 모니터 계기반에 나타나는 아날로그 형태 속도계는 어느덧 시속 240km를 넘고 있었다. 이렇게 달리니 비로소 속도감이 조금 느껴지는 정도였다. 잠시 후면 이 괴물을 만드는 과정까지 직접 보게 된다니 기대감이 극도로 고조 됐다.

나란히 선 메르세데스-벤츠 CL63 AMG

오스트리아 도로를 달리는 CL63 AMG와 S63 AMG

일개 신입사원이 창립한 회사

AMG

AMG의 로고에 얽힌 사연을 설명하는 AMG직원

AMG라면 그저 메르세데스-벤츠의 스포츠 튜닝버전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AMG는 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메르세데스-벤츠를 견제하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했던 스포츠 튜닝전문 업체였다.

지금은 다임러의 자회사지만 여전히 메르세데스- AMG라는 이름의 완전한 별개회사다. 더 이상 튜너가 아니라 스포츠카 개발단계부터 메르세데스-본사와 함께 개발을 주도하는 전문기업으로 자리 잡았음은 물론이다.

AMG 역사의 시작은 196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르세데스-벤츠에 입사한 '한스 베르너 아우프레히트(Hans Berner Aufrecht)'는 카레이스에 매료된 젊은이였다. 그는 차를 튜닝해 더 나은 성능이 나도록 하는데 빼어난 재주를 발휘했다.

그는 메르세데스-벤츠가 레이싱에 참여해 자신의 실력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랬지만, 그 기회는 좀체 주어지지 않았다. 몇년 전 레이스에서 큰 사고를 겪은 벤츠의 경영진들이 안전을 우려해 레이스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아우프레이트는 회사가 끝난 저녁에 벤츠 차량을 튜닝하는 일을 즐겼다. 마침내 1967년에는 회사를 그만두고 '메르셔'와 함께 독자적인 회사를 설립한다. 회사 이름의 AMG는 창업주 아우프레히트, 메르셔(Mershcer)의 이름, 그리고 그들의 고향 그로사스바흐(Grossaspach)의 머리글자를 딴 것. 로고에 그려진 사과나무도 당시 이곳이 사과밭이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 작은 회사가 세계에 이름을 떨치게 된 것은 모터스포츠의 덕이다. AMG는 1960년말에서 1970년초까지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세단 300SEL를 가지고 '스파 프랑코르샹 24시'와 유럽 투어링카 챔피언십 등에 출전했다. 사실 이렇게 덩치가 큰 럭셔리 차량이 대회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었다. 붉은색의 커다란 차체로 인해 이 차는 '붉은돼지(Red Row)'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런데 이 ‘붉은돼지’는 쟁쟁한 2인승 차량들을 제치고 부문 1위, 종합 2위까지의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실로 당시 모터스포츠계에 파란이었다.

1971년의 300SEL AMG 레이스카가 전시돼 있다

이후 AMG는 1986년 300SEL에 360마력 5.6리터 V8엔진을 장착해 ‘해머(Hammer)’라는 별명을 받은 차를 내놓는다. 22년 지난 지금 판매되는 S500이 388마력인 것을 감안하면, 당시로선 실로 파격적인 기술력이었다. 당시 가장 빠르다는 람보르기니 쿤타쉬(Lamborghini Countach)와 비교해도 100~200km를 달리는 속도는 더 빨랐다. 메르세데스-벤츠 측은 AMG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었고, 1990년까지 AMG 지분의 51%를 사들여 '메르세데스-벤츠 AMG'로 회사명을 바꾸고 양산모델에 직접 AMG가 참여하도록 했다. 직후 AMG의 매출은 500% 이상 증가해 성공적인 결합의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창업주 아우프레히트는 2003년, 지분의 100%를 팔아 현재 AMG는 100% 메르세데스-벤츠의 자회사다.

AMG 본사 공장

고즈넉한 시골 속 초고성능 스포츠카의 성지

슈투트가르트 다임러 본사에서 20분가량 떨어진 아파르타바하(Affalterbach)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AMG공장을 찾았다. 공장이라고는 하지만, 망치질 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새들이 지저귀는 곳이었다. 사실 대부분 부품은 메르세데스-벤츠와 부품생산업체에서 생산하고, 이들은 오로지 엔진만 생산하기 때문이다. 720명 AMG 직원 가운데 중 절반은 생산직이 아니라 설계·개발을 맡고 있다. 본사 1층에는 최신 AMG 차량들 위로 '붉은돼지', 300SEL의 그림이 걸려있었다. AMG의 오늘이 있게 한 역사적인 차이기 때문이다.

AMG 공장 입구에 전시된 차량들 위에 300SEL 레이싱카의 그림이 보인다

300SEL이라면 말하자면 요즘의 S클래스의 선조다. 저 차는 당시도 무척 커다랗고 뚱뚱했던 차다. 날렵한 차도 많을텐데, 왜 하필 저렇게 커다란 차로 대회에 출전했는가 물었더니 AMG 안내직원은 "당시 AMG가 너무 가난했기 때문에 사장이 몰고 다니던 차를 튜닝해 대회에 나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가난 때문에 대회에서 우승하자마자 차를 팔아버려 현재 저 차는 AMG가 소유하고 있지 못하다고 했다. 현재 전시돼 있는 것은 당시 설계도와 사진으로 재현해낸 모조품이다.

AMG 공장은 크게 '퍼포먼스 스튜디오'와 '엔진 생산부' 두부분으로 나뉘어있었다.

AMG 퍼포먼스 스튜디오

먼저 작년에 만들어졌다는 퍼포먼스 스튜디오에 들어가 봤다. AMG 퍼포먼스 스튜디오는 일반적인 메르세데스-벤츠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퍼포먼스를 높이거나 디자인을 바꾸는 등 요구사항을 받아 작업해주는 공간이다.

분위기는 한국에서 보던 튜닝샵이나 공장의 느낌이 아니라 말 그대로 스튜디오를 보는 듯했다. 실내에서 분리된 내장재나 부품은 옆에 있는 선반에 가지런히 보관되어 있다. 가죽조각 하나, 볼트 하나 바닥에 나뒹구는 것 없는 깔끔한 작업장이 무척 인상적이다.

퍼포먼스 스튜디오 공장 내부

퍼포먼스 스튜디오는 차의 실내외를 고객 주문에 따라 맞춤 제작 해주는 곳과 성능향상을 위해 튜닝 작업을 하는 곳으로 나뉘어있다. 실내외 튜닝의 경우 기상천외한 주문도 많다. 가장 먼저 검정 CLK DTM 카브리올레가 눈에 띈다. 일반 검정색의 광택이 아니라 차체 전체가 무광으로 칠해졌다. 심지어 내장재와 메르세데스-벤츠의 로고까지 모두 검정 카본인데다 번호판마저 DARK-1이라고 쓰여져 있다.

어둠을 좋아하는 오너를 위한 DARK-1

다음은 중국의 대 부호가 주문했다는 검정 S600이 눈길을 끌었다. 실내 모든 부품을 떼내 흰색 벨벳 재질로 교체하는 중이었다. 바닥까지 눈처럼 하얀 벨벳으로 마감했다. 바닥을 밟았던 신발을 신고선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환경이다. 차체 겉면 페인트는 검정이지만, 그 안에 300g의 미세한 금가루를 섞어 칠했다. 불빛이 반사될 때 약간의 금색 느낌이 난다고 했지만, 알아채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중국의 대 부호가 주문한 S600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AMG측은 이런 요구들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유럽 사람들의 취향이 세계 모든 사람의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AMG의 안내원의 말에 따르면 수개월전 한 고객이 차의 안팎을 모두 금으로 도색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고 했다. 금으로 도색은 가능하지만, 문제는 각 부품들의 도색 상태가 균일하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완벽하지 않으면 내놓지 않는다는 것이 AMG의 철학이라고 했다.

작업장 한 귀퉁이에는 엔진, 냉각부, 서스펜션 등 부품이 모두 해체된 은색 SLK가 있었다. SLK가 SLK55 AMG 블랙 시리즈(Black Series) 모델로 새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SLK 55 AMG 블랙시리즈로 개조되는 모습

SLK55 AMG 블랙 시리즈는 F1 세이프티카로도 사용되는 차량으로 F1 차량과 함께 달려야 하므로 일반 도로용 차량과 차별화되는 강력한 성능이 필수다. 이 차는 AMG V8 5.5ℓ 400마력 엔진을 얹고 70개의 부품을 교체해 서킷주행에 최적화 돼 있다. 본래 SLK는 천정이 열리는 2인승 로드스터 차량이지만, 이 차는 관련 부품을 모두 드러내고 탄소섬유로 천정을 대신하는 등 경량화 노력이 돋보였다.

맞은편에는 퇴역한 SLK55 AMG F1 페이스카가 점검을 받고 있다. 은퇴했음에도 불구하고 차체에 붙은 F1로고가 빛났다.

퇴역한 F1 페이스카가 구석에서 점검을 받고 있다

AMG 엔진 생산부

이번엔 엔진 생산부를 찾았다. 엔진 공장이라고 했지만, 흔히 생각하는 기름때와 먼지 쌓인 생산설비와는 전혀 달랐다.

엔진부는 먼지하나 찾기 힘들 정도의 청결 수준이 유지됐다

게다가 컨베어-벨트를 통해 부품이 이송되지도 않았다. 이곳은 작업자 1인이 엔진을 하나씩 생산하는 '전담생산제(one-man/one-engine)'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헨리포드가 모델 T를 만들면서 처음 정립한 '대량 생산' 개념과 정반대다. 대량생산체제는 벨트를 통해 부품이 전달되고 직공은 그것을 해당 위치에 끼워 넣는 일을 반복함으로써 제품 생산속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AMG의 사고방식은 그 반대다. 벨트를 통해 물건이 마구 밀려들어오면 실수를 하기 쉽다는 것이다. 손이 느린 작업자가 중간에 끼어있으면 전체 속도도 느려지고 품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 공장은 작업자가 엔진블록을 손수레 모양 장비에 장착한 후 이를 밀고 조립기기 사이를 오가며 작업 하도록 했다. 모든 조립장비는 2세트씩 마련돼 손이 빠른 후발 작업자가 선두 작업자를 추월해 나갈 수도 있게 했다.

손수레를 밀고 다니는 방식의 1인 전담생산제를 실시하고 있다

손수레 모양의 장비에는 컴퓨터와 스캐너가 내장돼 있어 순서대로 빠짐없이 부품을 장착하고 있는지 기록하고 있었다. 모든 부품과 장비에는 이력 추적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 작업자가 바코드 스캐너를 통해 부품과 장비를 스캔 하면 어떤 부품이 어떤 장비를 통해 조립되었는지 이력이 고스란히 저장됐다. 문제가 있다면 그 부품을 조립한 작업자, 조립장비, 부품 공급업체까지 모두 알 수 있어 문제를 즉각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손수레 모양의 장비에는 컴퓨터가 장착돼 있다

엔진의 생산은 대당 2시간30분~4시간30분 가량이 소요된다. 엔진 조립을 완료한 후에는 작업자 서명이 들어있는 명판을 붙인다. 엔진을 생산하는 처음부터 차가 폐차될 때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AMG의 장인정신이 담겨있는 것이다.

엔진이 완성되면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명판을 엔진에 붙인다

AMG는 과거 장인들의 전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은 철저하게 매뉴얼화 돼 전달되지만, 서류에 나타나지 않는 다양한 노하우는 철저한 도제 식으로 전달 받게끔 돼 있다.

신입사원은 3년간 기술교육을 받은 후 선배기술자 한 명이 한 사람의 인턴을 책임지고 6주간 실습과정을 거친다. 이때 인턴은 선배 기술자를 '계부'라고 부른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못지 않다는 것이다. '아들'이 6주간의 최종 실습 테스트를 통과해야 비로소 엔진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을 수 있게 된다.

AMG 공장에서는 아직도 도제식 수업이 진행된다

AMG의 힘은 선택과 집중에서 나온다. 한 시대 최고 성능을 내는 차를 만들 수 있던 것은 전체를 만드는 대신 엔진생산과 튜닝에만 힘을 모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거기에 특유의 철저함과 정교함, 그리고 장인정신이 모여 오늘날의 AMG가 있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 정보
22012 벤츠 SLK클래스 AMG
개요표
2012 벤츠 SLK클래스 AMG
가격 1억510만원
제조사 벤츠
차종 수입 스포츠카
연비 9.1km/ℓ
연료 가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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