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골라준 양말을 신으며
첫째날.
엄마의 사십구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깊은 밤에 이십여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타나셔서 요즘 어찌 지내느냐고 물었다.
이렇게저렇게 지낸다고 하니 아버지가 허허 사람 좋게 웃으시며 말했다.
“하늘 아래 태양이 두 개 떠있으면 시끄럽겠지?
세상이란 게 너도 나도 내가 태양이다, 나야말로 태양이 될 자격이 있다,
내가 태양이 되는 걸 아무도 막지 말라, 다른 사람들은 내가 태양처럼 빛나는 걸 도와주기만 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서로 다투며 돌아가는 법이지. 너도 그 중의 하나니?”
내가 아무 말 못하고 있자 아버지가 다시 말했다.
“한 지붕 아래 태양이 두 개 있는 것은 맞지 않으니 떠나라. 모든 분쟁의 씨앗이란다.”
“어디로 갈까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조용히 지내라. 내면의 태양이 떠오르더라도 최대한 드러내지 말고 지내라. 혼자 조용히 죽을 수 있는 곳으로 가라. 그게 제일 좋은 삶이지.”
“네, 내일 아침 첫눈을 뜨면 갈 곳을 정하겠습니다.”
하고는 잠이 들었다.
꿈 속에서 어머니가 나타나 “어이구, 이놈의 인간아!” 하시며 아버지를 한 대 쥐어박았다. 그리고는 내게 말했다.
“얘야, 모든 사람이 하나하나 태양이란다. 이 세상에 태양이 아닌 게 어디 있단 말이냐? 서로서로 다 같이 존중하고 사이 좋게 지내려무나.”
“네.”
둘째날
새벽에 눈을 뜨니 잠자리 주변이 너무나 편안하고 따사롭고 행복의 기운으로 가득차서 밤새 천사라도 다녀간 듯 하였다.
전날 동생들에게서 받은 어머니의 영정과 명패, 임종시 유품들을 차에 싣고 양동에 갔다. 화목 난로에 집어넣고 묵념을 드린 뒤 불을 붙이니 활활 타오르며 재로 변하기 시작한다.
굴뚝으로 연기가 올라오며 햇볕이 짱짱한 대기 중으로 흩어지는데 갑자기 비가 내렸다.
“리아님, 어머님이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소식를 전하시나봐요”
흔한 시골 소나기였을 테지만 하늘도 감응하는 걸 보면 ‘울 엄마가 천사였나?’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새벽에 다녀간 천사는 나를 보러온 엄마였을까?
셋째날
아침에 눈을 뜨니 어제 새벽처럼 잠자리에 천사가 다녀갔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샤워를 하고 주섬주섬 양말을 찾아 신는데,
나도 모르게 고른 것이 생전에 엄마가 좋아하던 색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