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회의 원고-97. 7.23 1000자 발언대
작가회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일반적으로 이런 지면은 지면 제공 조직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나 한계를 지적하고 더 나아가 창조적인 대안쯤을 제시하는 게 통상 성격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나도 이러한 암묵적인 관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다. 더구나 청탁자의 주문이 지나치게 사적 언어는 가급적 패해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고하여 더욱 이 글의 성격을 그런 쪽으로 한정 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내가 몸담고 많은 애정을 갖고 있는 작가회의의 문제점이 뭘까? 혹은 어떤 점이 개선해야할 시급한 과제일까를 곰곰이 생각해봐도 별로 떠오르는 게 없다. 이건 작가회의의 사업이 모두 잘되고 있다는 절대적 지지나 과잉 충성 발언은 아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사실 알아야 면장도 한다고 뭔가 비판을 하려고 해도 아는 게 있어야 비판이고 뭐고 내놓지 이건 거의 백지 상태에 가깝다.
뭔가 생산적인 제안을 하고 싶어도 구체적으로 아는 게 별로 없고 또한 작가회의의 실체가 갑자기 뿌연 안개 속으로 숨어버리는 듯한 기분이다. 내가 이 조직과 깊은 마음을 주고받을 만큼 친하지 못했거나 무관심했다는 꼼짝할 수 없는 증거가 되는 셈이다. 그 동안 작가회의의 유구한 전통과 빛나는 문학적 성과에 몸을 의탁한 채 작가회의 회원임을 참칭하며 이런저런 문학판에서 어떤 때는 다소 우쭐한 기분이 된 적도 없지 않았는데 새삼 자책과 반성이 앞선다.
나는 작가회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우선 회비를 제 때 내야겠다. 조직원으로서 해야할 가장 중요한 임무이다. 그간 회비를 내긴 했지만 연체와 지연으로 수차례 독촉 받은 바가 있다. 다음 작가회의 행사에 참여하는 횟수를 늘이겠다. 사실 지방 거주 회원으로 마음은 뻔한데 사정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아울러 작가회의 회원으로서 긍지를 지켜나갈 수 있을 만큼 수준 높은 작품을 쓰도록 노력하겠다.
그런데 이렇게 쓰고 보니 내용이 너무 뻔하고 마치 초등학생 반성문 같다. 그래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현재 내 마음 상태가 이와 같고, 진리는 간단 명료하다는 명제(?)를 아직은 믿고 있기에.
김용락(시인· 본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