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고 죽을 뻔한 이야기
- 단주시
- 용필 이대환(목숨단주)
술 먹고 죽을 뻔한 이야기가
어디 한 두가지 뿐이겠습니까
술 참고 사는 지금은
죽을 뻔한 일은 없어서 참 좋습니다
두 가지만 기억이 나서 씁니다
한 번은 스물 네살 때
눈이 많이 내리던 한 겨울
술에 만취해 독산동 공장 기숙사로 오다가
지금은 없어졌지만 동아출판사 근처
골목길에 쓰러져 잠이 들었었지요
한참을 술김에 잠을 잤는데
나를 깨워주고 데려다 준 할아버지한테
동사 바로 직전이라고 들었어요
깨워서 댁이 어디냐 물어서
기숙사까지 데려다 주었지요.
그때, 그 할아버지가 고맙습니다
또 한번은 서른 한살 때 시골에 살 때
삼강망 그물을 하였지요
술김에 밀물에 갯벌로 들어가 고기를 털어
나올 때 갯벌에 장화가 빠지지 않아
민물이 머리까지 차오르는데
발이 빠지지 않아 갯벌과 씨름한 끝에
어떻게 간신히 장화에서 발을 빼서
구사일생 헤엄쳐 나와 목숨을 건졌어요
지금도 그 장화를 포기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죽을 뻔한 이야기는 오늘도
나의 단주를 튼튼히 지탱해 줍니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