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묘사직소를 읽다가
겨울 새벽이면 별이 먼저 떴다.
청소차가 지나간 자리에는 젖은 전단지들이 길가에 들러붙어 있었고, 나는 빗자루 끝으로 그것들을 밀어 모았다.
바람이 불면 다시 흩어졌다.
어릴 적에는 고철을 주웠다.
공사장 주변을 돌다가 못 하나, 철근 조각 하나라도 눈에 띄면 주머니에 넣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것들을 팔면 라면 한 봉지 값쯤은 되었다.
그때는 배고픔이 몸 안에 있었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
책상 위에는 을묘사직소가 펼쳐져 있었다.
모니터 안에는 장학금 신청 창이 떠 있었고, 커서는 빈칸 옆에서 깜빡이고 있었다.
몇 번을 눌러도 처음 화면으로 돌아갔다.
서랍을 열자 오래된 학생증이 나왔다.
사진 속 얼굴은 지금보다 더 굳어 있었다.
나는 한동안 그 사진을 보고 있었다.
별을 보며 길을 쓸던 사람이 학생증을 가지게 될 줄은 몰랐다.
창밖이 밝아질 무렵 첫차가 지나갔다.
을묘사직소는 펼쳐진 채였고 학생증은 그 위에 반쯤 걸쳐져 있었다.
바람이 들어오자 책장이 한 장 넘어갔다.
학생증은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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