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 업데이트 중
새벽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책상 위에는 책 한 권이 펼쳐져 있었다.
종이 사이에 끼워 둔 학생증이 반쯤 밀려 나와 있었다.
사진 속 얼굴은 지금보다 더 굳어 있었고 학번은 아직도 입에 잘 붙지 않았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업데이트를 시작합니다라는 문장이 떠 있었다.
퍼센트는 오랫동안 같은 숫자에 머물러 있었다.
창문을 열어 두었더니 바람이 들어왔다.
바닥에 떨어진 영수증 한 장이 책상 밑으로 밀려갔다.
주워 보니 건전지 두 개와 우유 한 통 값이 찍혀 있었다.
서랍을 열자 액정이 번진 계산기가 나왔다.
예전에는 고물상 앞 저울 옆에 서서 숫자를 몇 번이고 확인하곤 했다.
못과 철근 조각을 주머니에 넣고 돌아오던 길이 있었다.
겨울이면 손이 먼저 얼었고 주머니 안 쇳조각은 돌처럼 차가웠다.
창밖에서는 트럭 후진 경고음이 들렸다.
잠시 뒤 개 짖는 소리가 들렸고 맞은편 건물 유리창에 햇빛이 잠깐 모였다가 사라졌다.
책은 같은 자리를 펴고 있었다.
학생증은 종이 사이에 끼워져 있었고 계산기는 서랍 안에 있었고 영수증은 다시 책상 밑으로 밀려 들어갔다.
창문 닫는 소리가 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창문이 열렸다.
바람이 한 번 더 들어오자 책장이 넘어갔다.
넘겨진 쪽 위에 학생증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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