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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 퇴고해야할 작품

작성자김두기|작성시간26.06.06|조회수1 목록 댓글 0

늦게 닳는 것

비가 그친 뒤에도 마르지 않는 자리가 있다.

사람들은 대개 그 옆을 지나간다.

젖은 흙은 햇볕을 오래 붙잡고 있고, 바람은 지나가면서도 그 부분만 건드리지 못한다.

어떤 것은 생각보다 늦게 마른다.

오래 접어 둔 편지의 접힌 자리도 그렇고, 손때 묻은 손잡이도 그렇다.

매일 만지던 물건은 사람이 떠난 뒤에도 한동안 그 모양을 기억한다.

의자 팔걸이는 한쪽만 반들거리고, 문지방은 늘 같은 자리가 먼저 닳는다.

누가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말해 주는 것은 기록보다 그런 것들이다.

계절이 몇 번 바뀌는 동안에도 흔적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비는 여러 번 내리고 마당의 잡초는 자랐다가 베어지고 다시 자란다.

그런데도 어떤 자리는 여전히 늦다.

늦게 닳고, 늦게 마르고, 늦게 잊힌다.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 줄 알았던 것들이 오히려 가장 오래 남는다.

아무도 부르지 않는데 문득 떠오르는 이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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